김형오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개원식 당시 '언론악법 원천무효' 시위를 한 민주당을 겨냥해 "나라망신", "구시대적인 3류 국회"라며 맹비난을 하고 나섰다. 또 3일 방송의 날에 미디어법 통과를 기정사실화 하는 논평도 내놓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7·22 날치기를 당한 뒤 야당이 겪었던 분노와 참담함을 상상이라도 해보았는가. 양심이 있기는 한가"라며 정면으로 응수했다.

김형오 의장은 지난 2일 트위터에 "민주당이 자꾸 날 비난하는데 옳지 못합니다. 직권상정 과정 다 털어놓을까요? 저만큼 민주당 편에 섰던 사람 있습니까"라며 "의장이 지도 잘못해서 파행이 왔다는데 의장 말 제대로 들었던가요. 개회식 엉망 만들고 억지논리 펴는데, 그럼 그런식으로 계속하세요. 나라망신 계속시키려면"이라고 밝혔다.

   
  ▲ 지난 2일 밤 트위터에 올린 김형오 의장의 글.  
 
앞서 지난 1일 개원식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언론악법 원천무효', '날치기 주범 김형오는 사퇴하라'등의 피켓을 들고 본회의장에 입성했다. 이어 김형오 국회의장의 개회사가 시작되자 피켓을 들고 "김형오는 사퇴하라"고 외친 뒤 바로 전원 퇴장한 바 있다. 

그러자 김 의장은 같은 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한민국 국회를 누가 3류로 만드는가>라는 글을 올려 "'새로운 정치'의 시작인 정기국회 개회식부터 가장 구태의연하고 구시대적인, 3류 국회의 모습을 전 세계에 보였던 것"이라며 "과거 야당이 정기국회 개회식 자체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보았어도,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정기국회 개회식장에서 피켓팅과 야유, 고함으로 국회를 난장(亂場)으로 만든 예는 보지 못했다"고 불쾌감을 보인 바 있다. 3일 트위터 글도 민주당의 '언론악법 원천무효' 투쟁에 대한 불만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야당이 언론법 날치기 처리를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김 의장은 언론법 통과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3일 방송의 날을 기념하는 축사에서 "이번 미디어법의 통과로 방송시장의 경쟁이 더 가열된 듯 하다. 그러나 종국에는 국민과 시청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하는 매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를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좋은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김 의장은 야당을 겨냥한 듯 "어떤 방송이든 어떤 미디어든 언론을 장악하거나 국민을 호도할 수는 없다. 각각의 미디어가 특유의 전문적이고도 기술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세계는 대단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구시대적 사고에 안주하고 있는 한, 우리 방송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9월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김형오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형오 의장의 개회사 도중 집단 퇴장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김형오 의장의 행보는 야당과 언론법 논쟁을 더욱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장의 입장과 대비되는 글을 연일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세환 의원은 3일 성명에서 "18대 국회 개원 이래 김형오 의장이 처리한 날치기 건수가 무려 21건에 이른다. 이만섭 의장 재임 시절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을 비롯해 역대 국회의장들이 극도로 삼갔던 날치기를 김 의장은 조자룡 헌 칼 쓰듯 해치운 것"이라며 "국회의장이 자신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안 하는데 야당이 고분고분 개회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가"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또 "그 정도의 저항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민다면 앞으로도 계속 날치기를 하겠다는 선언 아닌가"라며 "7·22날치기를 당한 뒤 야당이 겪었던 분노와 참담함을 상상이라도 해보았는가. 양심이 있기는 한가"라고 지적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의원 일동(전병헌·김부겸·변재일·서갑원·장세환·조영택·천정배·최문순)도 지난 2일 성명에서 "이명박 정권의 언론악법은 재벌과 족벌보수 신문, 심지어 외국자본에게 방송 사유화의 길을 열어주려 하고 있어 어렵게 지켜왔던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 사회적 책임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제 46회 방송의 날, 참담한 방송 현실을 개탄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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