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사의 신종 이동통신단말기인 아이폰의 국내도입을 둘러싸고 소비자들의 관심과 아우성이 점차로 높아지고 있다. 여러 인터넷 동호회에서는 네티즌들이 이미 여러 달 동안 아이폰 도입과 관련하여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논란을 벌여 왔고 지난주에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이례적으로 아이폰 도입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데이터통신서비스 시장, 기형적 왜곡

인터넷기업협회의 성명서가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 이동통신 무선인터넷 시장의 현실이 결코 “경쟁적인 시장환경”이 아니며, “국내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인구는 이미 4700만 명을 넘고 있지만 이용자들이 알고 있고 이용하고 있는 모바일 데이터통신서비스 시장은 대단히 기형적으로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성명서가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다.

국내 무선인터넷서비스 시장의 왜곡된 질서와 관련된 가장 치열했던 논란은 SKT의 소위 “무선인터넷망개방”논란이었다. 이 논란의 내용은 한마디로 무선주파수를 독점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업자인 SKT가 무선인터넷 콘텐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의 시장진입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고 통제함으로써 사업자간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였을 뿐만 아니라 선택된 무선인터넷 콘텐츠/서비스 사업자들에게 높은 비율의 이익배분을 요구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지배적 지위남용 행위까지도 서슴지 않아 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폰의 출현은 모바일 데이터통신서비스의 미래가 그러한 기형적인 독점행태와는 전혀 무관하게 발전해 갈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지금 이동통신 이용자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모바일 데이터통신서비스를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가 제시하는 대로 소비자는 받아먹을 생각이 전혀 없으며, 소비자가 원하는 단말기(아이폰)로 원하는 네트워크를 통해서(“아이폰의 경우에는 WIFI-무선랜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식으로(아이폰으로는 앱스토어(appstore)에서 수많은 개발자들이 개발한 다양한 서비스콘텐츠 중에서 소비자가 자유롭게 필요한 서비스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다) 향유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단말기와 망과 서비스콘텐츠를 “혼자서 독점하지 말고” 개방(open)하라는 것이다.

결국 모바일데이터통신 시장의 미래는 망보유자의 독점적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망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수많은 서비스와 콘텐츠의 경쟁 속에서 가장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단말기)과 비즈니스모델을 갖춘 서비스가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 아이폰 열풍이 가르쳐주는 분명한 메시지이다.

소비자 요구 부응하는 단말기와 비즈니스 모델

   
  ▲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그런 의미에서 아이폰과 같은 단말기가 국내시장에 들어온다는 것은 주파수를 독점하고 있는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들이 혼자서 틀어쥐고 곶감 빼먹듯 빼먹어 왔던 디지털콘텐츠 제공서비스를 통한 이익을, 그리고 전용단말기의 수요자로서 단말기제조업체에 대하여 누려왔던 독점 지배적 지위를 상당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또한 데이터요금을 일방적으로 부담하게 하면서,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는 독점적 이익을 향유하게 함으로써 국책산업에의 투자를 독려해 왔던 정부주도의 산업정책과 통신정책이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폰이 위치정보법상 위치정보사업자에 해당하므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통신규제당국의 준엄한 준법설교가 한없이 처량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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