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늘씬한 여성이 섹시하게 걸어간다. 곧 미끈한 오픈카를 가진 젊은 남자에게 접근하여 유혹에 성공한다. 그녀가 외치는 감탄사는 ‘와우(wow)'. 잠시 후 그녀는 역시 미끈한 오픈카를 가진 늙은 남자에게 접근하여 키스에 성공한다. 그녀가 외치는 감탄사는 ‘올레(olleh)'.

공룡 KT가 제공하고 있는 올레 광고 시리즈 ‘백만장자편’의 구성이다. 순수를 넘어 남성의 재력만을 탐하는 반사회적 존재로서의 여성을 웃음의 코드로 활용하고 있다.

1탄 격인 ‘금도끼편’도 여성비하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나무꾼은 산신령의 금도끼에는‘와우’, 선녀들의 금도끼에는‘올레’를 외친다. 선녀들은 허벅지부터 다리를 노출한 날개옷을 입고‘올레’에 맞추어 육감적으로 다리를 들어 올린다. 이는 볼거리로 제공되는 여성의 몸을 당연시하고 남성 중심적 시선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설정 속에서 ‘올레’를 외치는 주체는 남성으로 제한될 뿐이다.

   
  ▲ KT광고 캡쳐 이미지.  
 
와우와 올레, 외치는 주체는 남성뿐

보도에 따르면 KT쪽은 KTF와의 합병을 기점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올레시리즈를 기획하였다고 한다. 대중들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취지다. 그런데 그 내용 전반이 성별화 된 고정관념을 드러내고, 그 일부는 여성들에게 심한 불쾌감까지 조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리즈 전반에서 재현되는 남성은 도전과 실험의 주체로 형상화되지만, 여성은 성적 대상물이나 전통적 성역할로 제한된다. 이는 이미 학교 교과서의 삽화조차 ‘엄마는 가사 아빠는 직장’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을 지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참으로 고루하고 시대착오적인 접근이다.

인터넷에는 너무 화가 나 매가패스를 끊어버렸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또 아이들이 이러한 광고를 보고 따라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글도 올라온다. 그런데도 KT 홍보실측은 “의도는 없었다. 그리고 광고는 계속된다”는 말만을 되뇌이고 있다. 의도가 없으면 다 용서될 수 있다는 말인가?

광고는 신문이나 방송 못지 않게 대중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미 '와우'와 '올레'가 새로운 유행어로 자리잡은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광고를 제작하는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상품이나 브랜드 홍보가 목표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빚어진 결과가 전혀 다른 사회적 여파로 이어지고 있다면 이를 간과해서도 안 된다. 대단한 공익적 캠페인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폄하하지는 말아달라는 요구, 이것이 과도한 요구인가?

광고도 사회적 책임 보여야

몇 년 전 한 보험회사의 광고가 남편들의 불쾌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중단된 적이 있다. ‘10억을 받았습니다…모든 것이 남편과의 약속이라고 했던 이 사람, 이젠 우리 가족의 라이프플래너입니다’라는 광고의 흐름이 지나치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자신의 죽음으로 아내도 아이도 더욱 행복한 삶을 구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광고 또한 사회구성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으며, 또 그에 합당한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올레 시리즈는 매우 유감이다. ‘와우’와 ‘올레’를 유행어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만 부풀려졌을 뿐 그 안에 담겨진 콘텐츠의 의미에 대해서는 어떤 성찰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 여성을 비하하는 공룡KT 강혜란(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더구나 일부의 지적처럼 이것이 논란을 키우려는 노이즈마케팅의 일환이라면 더욱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초고속 인터넷, IPTV, 유무선 전화, 위성방송 등을 직·간접적으로 아우르고 있는 미디어 공룡KT의 광고 전략이 이 정도라면, 그들에게 맡겨진 콘텐츠와 미디어 산업이 여성들에게 우호적이기를 기대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민원과 문제제기를 외면으로 일관하는 미디어 기업, 그들에게 ‘역발상경영’‘미래경영’‘소통경영’‘고객감동경영’이란 문구는 단지 수사에 불과하다. 도대체 무엇을 소통하고 무엇을 감동시키겠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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