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강(66)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7일 취임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6일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한 이 위원을 호선 형식으로 신임 위원장으로 뽑았다. 현재 위원회 구성은 정부여당 추천 위원이 6명, 야당 추천 위원이 3명이나 이 위원장 선임에 반대한 위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임 박명진 위원장은 지난 5일 위원 과반 이상의 불신임안 가결 후 임기 1년 8개월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고, 6일 이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해 물러났다. 지난 2월 박 위원장 사의설 보도 당시에도 후임 위원장으로 거론되던 이 위원장은 지난 2007년 12월 변협차원에서 'BBK특검법'에 위헌소지가 많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보수적인 성향의 인사다. 이 대통령의 고려대 2년 후배이기도 하다. 지난 1986∼88년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과장으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재수사와 5공 비리 수사 실무를 맡았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 등을 지냈다.

   
  ▲ 동아일보 2007년 12월25일자 7면.  
 
이 위원장은 7일 취임사에서 "방송 공정성을 실현하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키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위원회가 명실상부한 독립기관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가 독임제 기관이 아니라 위원회 형태의 기관임을 깊이 인식하고 합의제로 운영하겠다"며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심의회의도 가급적 공개하고 심의결정서도 판결문 수준으로 작성 보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의 역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암적 존재로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다", "심의내용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겠다. 시의성을 결여한 심의는 생명력을 잃을 수 있다", "대화와 교육 또는 지도 위주로 업무를 수행하겠다", "위원장으로 취임하기 앞서 몇몇 관계자로부터 직원들이 융합하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등의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빠른 시일 안에 사업자단체와 시민단체, 각종 학회 관계자들을 만나겠다며, 위원회 조직 개편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자신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 위원장의 최근 성향은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7월4일자 동아일보 인터뷰 기사에서 "최근 촛불시위 양상이 격화되고 많은 시민의 생각과 다른 쪽으로 시위 성격이 변해가면서 헌정질서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특정신문광고주 불매 운동도) 건전한 소비자 운동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던 날(7월3일) 이 위원장이 회장으로 있던 변협이 낸 성명서 제목은 '흔들리는 촛불 너머 길 잃은 법치주의를 우려한다'였다.

   
  ▲ 동아일보 2008년 7월4일자 5면.  
 
같은 날 성명서와 함께 회원들에게 전달한 '보수언론 광고중단 네티즌 압박의 법률적 문제점에 대한 검토보고서'에는 "네티즌의 광고중단 압박과 관련, 명예훼손·업무방해·협박의 세 가지 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성명서 발표 한 달 전에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정책 과오가 있었다면 깨끗이 인정하고 국민에게 석고대죄 하는 마음으로 용서를 구해야 하며 과오가 명백한 이들의 책임을 묻고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심 어린 사과 표시를 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런 행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지난 1월 법률신문에 게재한 신년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촛불집회, 보수언론 광고중단 등의 중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치우침 없이 공정한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하고자 노력한 한 해였다"며 "이 행보에는 인권을 존중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법조인의 사명이 투영돼 있었음을 떳떳이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