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무처가 언론법 관련 불법 대리투표 등의 확인 이유로 민주당이 요청한 국회 본청 CCTV 자료의 공개를 거부한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료를 비공개하는 것도 위법하다는 유권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은 29일 민주당의 항의 방문에서 CCTV 공개에 난감한 입장을 밝혀 의원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국회 CCTV의 보관 기관이 30일 정도라 박 총장의 '버티기'가 계속될 경우 진실 규명은 불투명해 질 전망이다.

전병헌, 이윤성·안상수 주도한 국회법 21조 언급 "제출 않는 것 직무유기"

   
  ▲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총장실을 항의 방문해 박계동 사무총장(오른쪽)과 설전을 벌이는 모습. 전 의원은 CCTV 비공개 방침에 대해 "마이동풍"이라며 반발했다. ⓒ아이뉴스24 제공  
 

전병헌 의원은 "국회법 21조 5항에 따라 국회 사무처는 예산·결산·입법 지원에 있어 의원 등 요구가 있으면 해당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국회 사무처에서 CCTV 자료 제출 않고 있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며 "사무처에서 개인 정보 운운하면서 국회 자료 제출이 특별한 자료 제출인 것처럼 왜곡해서 불법·부정·대리투표 의혹과 국회 폭력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국회 CCTV 자료 제출을 않는 것은 은폐이고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이날 전 의원이 밝힌 국회법 21조 5항엔 "국회사무처는 국회의 입법 및 예산결산심사 등의 활동을 지원함에 있어 의원 또는 위원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필요한 자료 등을 제공하여야 한다"며 자료 제출 의무 규정이 담겨 있다.

주목할 점은 위 규정은 지난 2005년 11월28일 임의 조항에서 강제 조항으로 규정됐는데, 당시 대표 발의자가 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이고, 당시 처리를 맡은 정치개혁 특위의 위원장이 현 이윤성 국회 부의장이었다.

또 국회 사무처가 국회 본청의 CCTV 자료를 '공공기관에서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개인정보 법률)에 따라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위법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도 나왔다.

박계동 "개인정보법률로 제약" 비공개…국회 입법조사처 "개인정보법으로 회피할 수 없다"

이날 국회 사무처는 보도자료에서 "국회 등 공공기관에 설치되어 있는 CCTV 자료에 대하여는 개정정보 법률 제10조에서 외부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 경우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계동 사무총장도 이날 신성범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자료 공개 세 경우는)하나는 범죄수사와 관련해서 두 번째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세 번째는 기타 관련법의 규정돼 있을 때(증인 감정, 국정조사 내용 등에서 위원회가 자료 제출 요구 있을 때)가능하다"며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로 제약돼 있는 것을 임의로 (요구하고) 정부가 자료 제공 요구하는 사항도 아니고 국회에서 정당한 제출 요구 절차를 거친 것도 아니"라며 사실상 공개를 거부했다.

   
  ▲ 지난 22일 한나라당의 언론법 직권상정 처리 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김희선 전 의원이 한나라당의 대리투표를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민주당은 △현재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조항 문구에, 공공기관에 국회 사무처가 포함돼 있지 않음 점 △국회법과 개인정보 법률이 충돌할 경우 국회법이 우선한다는 점을 제시하며 정면 반박했다.

특히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받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감법)'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및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의 상충시 법의 우선 순위에 대한 검토 내용은 국회사무처 주장을 반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입법조사처는 "국회는 국회에서의 안건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등 국회 소관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이러한 정보를 이용할 상당한 이유를 증감법 근거하여 가지고 있으며 증감법은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효력을 발생하므로 관계기관에서의 심의위원회의 심의에서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행정부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권에 대하여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회피할 수 없다고 사료되며 이에 대한 위반은 상기 정보공개법과의 관계와 동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법 위반의 경우 사법부의 결정에 따라 자료제출을 거부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전병헌 의원은 "국회 증언 감정법에 근거해서 국회 사무처에 일주일 전에 공식적으로 CCTV 자료를 요청해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혀 박계동 사무총장의 비공개 방침은 위법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민주당, 사무총장실 방문해 '국회법도 모르는 사무총장 사퇴하라' 피켓 시위

그러나 박계동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전병헌 최영희 의원 및 민주당 보좌진들의 항의 방문에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자 민주당 보좌진들은 '국회법도 모르는 사무총장 사퇴하라' '국회법도 모르는 의사국장 사퇴하라'고 씌인 피켓을 들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

박계동 사무총장은 "현재 요구하고 있는 것은 지금 현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배치되는 상황이다. 바로 줄 수 없다. 배치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공개)요구가 국회에 증언·감정에 따른 요구인가 살펴봐야 한다", "완료되면 주라고 (운영)위원회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공개를 거부했다. 박 총장에 따르면, 보관 기간이 30일이 지나면 CCTV 자료는 삭제될 예정이다.

다만 박 총장은 "(국회방송의 본회의장 촬영분 중)일부 못 받은 게 있다는 것은 드리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언론법 표결 당시 국회방송 카메라 13대 중 4대의 촬영 내용을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국회사무처는 보도자료에서 "(본회의장에는)6대의 모니터용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나 이 카메라들은 원래 녹화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7.22 당시의 영상자료가 전혀 기록되고 있지 않다"며 "당일 본회의장 영상녹화자료는 전량 요구하는 교섭단체에게 전달한 바 있고 본회의장에는 별도의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는 본회의장 외부의 국회 본청 외곽, 주요출입구, 의장단 복도에 설치된 총 32대의 CCTV는 "개인정보 법률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 경우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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