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새 이사진 구성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사진에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한나라당측 위원 또는 그동안 MBC를 거세게 비난해온 인사들이 낙점됐다는 하마평이 확산되자 MBC 내부에서 격렬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방문진 이사 임명권자인 방송통신위원회와 MBC 주변에서는 미디어위 위원이었던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변희재 실크로드CEO포럼 대표(빅뉴스 대표), 황근 선문대 교수와 함께 뉴라이트재단 이사인 이재교 인하대 교수 등이 방문진 이사로 낙점됐다는 말들이 퍼지고 있다. 애초 MBC를 개혁하겠다며 공개적으로 방문진 이사후보에 자천했던 변 대표의 경우 방문진 공모접수 단계에서부터 탈락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막판에 다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진 이사 구성임박…최홍재·변희재·황근·이재교 막판 급부상

   
  ▲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이치열 기자  
 
이사장 후보로는 미디어위 한나라당측 위원장을 지낸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사후보로 신청했던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가 앞서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사전 내정 의혹을 폭로하고, 신청을 자진철회하면서 지목한 이사 후보가 김 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론된 이들은 대체로 길게는 DJ 정부 때부터, 짧게는 현 정부 들어 MBC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했거나 MBC 민영화를 천명해 초강경 인사로 분류돼왔다.

방통위는 방문진 후보자로 신청한 119명 가운데 현재 이사 정원인 9명 안팎으로 추려내는 단계까지 와있으며 이르면 31일 새 이사진 구성을 발표할 전망이다.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방통위원들 간에 계속 협의 중이며 협의가 잘 끝나면 이번 주중에 할 수 있을 것"이라며 "9명 압축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사선임을 마무리짓는 대로 8월 초께 여름휴가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변인은 "위원장이 휴가갈 생각이 있긴 하지만 언제, 얼마나 길게 갈지 등에 대해서는 유동적"이라며 "업무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르면 31일 최종 발표할 듯…MBC 노조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괴담"

방문진에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가 "상상만으로 끔찍한 괴담"이라며 "이들이 점령군으로 단 한 발자국도 MBC에 내딛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경고했다.

   
  ▲ 변희재 실크로드CEO포럼 대표.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MBC본부는 이날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괴담 속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정권에 이렇게 인물이 없는가 한탄스럽기까지 하다"며 "몇몇 인사는 최근 MBC의 대표적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시청률과 인기를 이용해 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며 <무한도전>을 비난해 물의를 일으킨 시민단체 소속"이라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이 단체에 대해 "현 정권의 탄생 과정에서 한 몫을 톡톡히 했고, 현 정권의 출범 이후에도 정권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 때로는 '브레인' '행동대'로 주요 정책의 생산과 홍보에 앞장서왔다"며 "MBC라면 예능프로그램 자막까지 문제 삼고 나설 정도니, 그 정권에 대한 충성도와 정권과의 일체감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MBC 빨갱이로 몬 단체 소속인사…점령군에 MBC 바치면 한발자국도 못들어오게 할 것"

MBC본부는 "또 다른 인사 역시 'MBC는 빨갱이 방송'이라는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는 단체에 속해있는 인물"이라며 "지금까지 알려진 시나리오대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여당 측 위원장을 맡았던 김우룡 전 외국어대 교수가 위원장에 낙점되고, 근거 없이 MBC를 극좌파, 빨갱이로 몰아온 인사들이 이사진에 다수 포진되면 MBC의 앞날은 어찌될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고 우려했다.

MBC본부는 "'중도-실용'을 외치는 정권이 공공연하게 반MBC를 외쳐온 극우인사들을 MBC 점령군으로 보낸다면, '중도-실용' 정책은 대국민 사기극이며 아무리 아니라고 발뺌해도 '미디어 법 다음은 MBC다'라는 언론 장악 의도를 스스로 입증하고 마는 꼴이 될 것"이라며 "정권이 편협한 이념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MBC를 안겨주려 한다면, 우리는 이들이 한발자국도 MBC에 들여놓지 못하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어느 분이 유력하게 거론되는지 알 수 없다"며 "선임이 결정된 다음이면 언론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황근 선문대 교수. 이치열 기자  
 

다음은 MBC본부가 29일 오후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MBC를 극우보수의 전당으로 만들 셈인가

정권의 MBC 장악 음모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어제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 공모가 허울 좋은 사기극이었고, 모 여권인사의 이사장 내정으로 구시대 밀실 정치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더니, 오늘은 설마 했던 극우보수 인사들이 방문진 이사로 낙점됐다는 괴담이 퍼지고 있다.

괴담 속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정권에 이렇게 인물이 없는가 한탄스럽기까지 하다. 몇몇 인사는 최근 MBC의 대표적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시청률과 인기를 이용해 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며 ‘무한도전’을 비난해 물의를 일으킨 시민단체 소속이다. 이 단체가 어떤 행보를 걸어왔는가? 현 정권의 탄생 과정에서 한 몫을 톡톡히 했고, 현 정권의 출범 이후에도 정권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 때로는 ‘브레인’으로, 때로는 ‘행동대’로 주요 정책의 생산과 홍보에 앞장서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MBC라면 예능프로그램 자막까지 문제 삼고 나설 정도니, 그 정권에 대한 충성도와 정권과의 일체감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거론되고 있는 또 다른 인사 역시 ‘MBC는 빨갱이 방송’이라는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는 단체에 속해있는 인물이다.

만일 지금까지 알려진 시나리오대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여당 측 위원장을 맡았던 김우룡 전 외국어대 교수가 위원장에 낙점되고, 근거 없이 MBC를 극좌파, 빨갱이로 몰아온 인사들이 이사진에 다수 포진되면 MBC의 앞날은 어찌될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MBC는 시청자의 눈과 귀가 되어 움직이는 방송사, 언론사일 뿐이다. 이런 MBC를 대표하는 방문진 이사회가 사상 투쟁의 장이나, 권력에 눈먼 자들의 영구 집권을 위한 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요즘 대통령은 연일 “중도-실용”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중도-실용”을 외치는 정권이 공공연하게 반MBC를 외쳐온 극우인사들을 MBC 점령군으로 보낸다면, “중도-실용” 정책은 대국민 사기극이요, 아무리 아니라고 발뺌해도 ‘미디어 법 다음은 MBC다’라는 언론 장악 의도를 스스로 입증하고 마는 꼴이 될 것이다.

MBC는 국민의 방송이다. 정권의 방송, 더군다나 극우보수를 대변하는 방송이 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만일 정권이 편협한 이념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MBC를 안겨주려 한다면, 우리는 이들이 한발자국도 MBC에 들여놓지 못하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을 것이다. MBC 구성원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방송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투쟁은 승리의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2009년 7월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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