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29년 만에 시장 진입 장벽을 허물었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조선 23일 3면)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산업 선진화를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는 성과는 결코 폄하할 수 없다”(중앙 23일 사설)
“1980년 신군부가 언론 장악을 위해 만든 ‘방송 구체제’가 29년 만에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동아 23일 3면)

미디어법이 강행처리 된 이후 비슷한 논조로 묶이는 조선·중앙·동아일보에도 온도차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가 법안통과 직후부터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조선은 23일 1면 머리기사 <신문·대기업, 방송 진출 ‘제한적 허용’>에서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금지됐던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 사업 참여가 제한적인 범위에서는 가능하게 됐다. 이로써 1980년 신군부가 위압적이고 강제적인 언론통폐합, 신문·방송 겸영 금지 조치를 통해 만들어 낸 방송독과점 미디어 산업 구조가 일부나마 바뀔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고 보도했다. ‘제한적’ ‘일부나마’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대기업과 신문사가 지상파의 경우 ‘10%까지만’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했고, 케이블TV의 종합편성·보도채널 지분은 30%, 인터넷방송(IPTV)의 종합편성·보도채널 지분은 49% 한도 내에서 각각 소유할 수 있도록 해 “대기업과 신문사는 어떤 방송사도 독자적으로 소유하거나 경영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조선의 불만이다.
이는 동아가 같은 날 1면에서 <신문-방송 칸막이 사라졌다>는 제목으로 관련 사실을 평가하며 그 옆에 <종편-보도채널 사업자 11월까지 선정>이라는 기사를 실어 기대감을 표한 것과 비교되는 태도다. 동아는 이날 사설 <미디어산업, 장벽 허물고 미래로 도약한다>에서 “진정한 방송 민주화가 가능해졌다”고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조선은 이날 3면에서도 “이번 법안은 정부 여당이 야당과 언론노조 등에 밀려 사실상 지상파의 기득권을 지켜준 측면”이 크다며 ‘반쪽짜리 개혁’이라고 지적했다. 또 방송진출 후보기업을 언급하면서 “현재 한국 방송시장 구조에서는 그런 투자 메리트가 없다”(LG그룹 관계자) “종합편성채널 진출은 내부적으로 사업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했다”(CJ그룹 고위관계자) 등 방송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보도했다. 이어 24일 4면에서는 “국내 광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적절한 수익 구조를 찾지 못할 경우 (종편과 보도채널 새 사업자가) 표류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25일에서야 4면 <앞뒤로 장애물 ‘열리다 만 방송시장’… 투자 매력 떨어져>에서 “막판 국회 본회의 통과 전 정치적 고려로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방송 지분을 지나치게 낮게 잡고 사전과 사후 규제도 적지 않게 들어가 ‘규제 완화를 통한 미디어산업의 발전과 독과점 구조의 철폐’ 등과 같은 본래 법 제정 취지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미디어 산업 재편: 채널 선택 폭 넓어진다’ 시리즈를 4차례에 나눠 싣는 등 기대감을 놓지 않고 있다.

신문사도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등 뉴스방송 사업을 하게 해 달라고 촉구해 온 조선이 앞장서 목소리를 바꾼 속내는 뭘까? 조선은 27일 3면 <”지상파와 공정경쟁 위해 새 채널에 세혜택 등 지원”>에서 “미디어 산업 전문가들은 사업자를 늘려 29년간 폐쇄된 방송 시장을 개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광고 시장을 확대하는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 입장에서는 법을 통과시키는 게 1차 목표였다”며 “조선은 이번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다고 보기 때문에 이제는 자신들이 방송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유리한 여건을 만드는 일이 목표가 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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