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쓴 아이폰 기사를 읽으면 아이폰이 국내에 수입되지 못하는 배경이 이해된다. 중앙일보는 24일 15면 "KT·SKT 손님은 끌 텐데 어쩌나 아이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이폰이 출시되면) 제로섬 게임의 진흙탕 싸움이 시작돼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아이폰은 국내 업계의 눈엔 계륵"이라면서 "먹기도 그렇고 버리기에도 아까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림위즈 이찬진 사장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앙일보의 기사에서 삼성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애플이 국내 이통사에 아이폰 공급 조건으로 3년 간 100만대 이상의 단말기 매입을 요구하는데 두 회사가 아이폰을 다 수입하면 2조 원 가까이 되는 물량"이라면서 "이 경우 단말기 추가 비용 부담으로 3년 간 각각 1000여억 원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이찬진 사장은 "소탐대실이고 신사답지 못하다"면서 "KT와 SKT의 손익만 적지 말고 삼성전자의 손익은 어떻게 되는지도 계산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사업의 손익 나아가 대한민국의 손익까지도 중앙일보와 삼성경제연구소가 분석해서 알려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아울러 아이폰 출시 이전과 이후의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핸드폰 사업의 변화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중앙일보 7월24일 15면.  
 
KT와 SKT의 손실을 전면에 거론하고 있지만 사실은 삼성전자의 불만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물론 이통사들이 여러 가지 손익계산에 분주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통신회사들이 엄청난 규모의 단말기 보조금을 쏟아부어 가면서 출혈경쟁을 벌여왔던 것과 비교하면 중앙일보의 우려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이 신문이 언제부터 이통사들의 손실을 그렇게 우려했나.

"무선 인터넷의 편법 이용 문제도 고민"이라는 부분은 더욱 논란이다. 중앙일보는 "아이폰에는 와이파이를 통한 무선 인터넷 기능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와이파이 망에 요금을 내지 않고 편법 접속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무선 데이터 매출의 감소요인이 됐다"면서 "특히 애플의 모바일 콘텐트 인기 장터인 앱스토어의 수익은 통신회사가 아닌, 콘텐트 제공업체와 애플이 7대3으로 나눠 갖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폰의 개방성은 이통사들이 아이폰 도입을 가장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이 아이폰 출시를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국 방방곡곡에 인터넷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고 와이파이 망이 공유되면 어디에서나 무료로 쉽게 인터넷을 쓸 수 있는데 왜 이통사의 유료 데이터 서비스만 이용해야 하는가. 중앙일보는 "무선 인터넷의 편법 이용"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와아파이 접속을 막는 것이 오히려 편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이 콘텐츠 판매 수입을 콘텐츠 제공 업체와 7대 3으로 나눠 갖는 것이 과연 문제인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콘텐츠 수수료 수입을 송두리째 뺏길 것이 우려스럽겠지만 이통사이 당면한 위기의 본질은 애플은 개방화 전략으로 콘텐츠 플랫폼을 만드는데 성공한 반면 국내 이통사들은 폐쇄적인 유료 서비스에 안주하느라 소비자들의 외면과 불신을 받고 있다는데 있다.

"제로섬 게임의 진흙탕 싸움"이니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이니 하는 우려도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다. 아이폰 열풍은 비싼 데이터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면서 정작 와이파이 접속을 차단하고 콘텐츠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아온 왜곡된 국내 이동통신 환경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일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진흙탕 싸움을 벌이지 말자는 건가. 아이폰 출시 때문에 국내 이통사들과 단말기 제조업체들 수익 하락이 우려스럽다는 건가.

중앙일보는 왜 소비자들이 아이폰 출시를 기다리는지에 대한 설명을 빠뜨렸다. 그게 정확히 국내 이통사들과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한계고 이들이 아이폰 출시를 우려하는 이유다. 그리고 독자들이 중앙일보 기사에서 삼성의 향기를 느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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