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언론법을 강행처리 한 이튿날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여당의 날치기 상정과 불법적 대리투표·재투표는 원천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날 오후 4시 언론노조 조합원 2000여명 앞에 선 최상재 위원장은 "민주주의를 파괴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 그리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의원들을 심판하자"고 촉구해 정권을 겨냥한 투쟁에 나설 뜻을 밝혔다.

   
  ▲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불법대리투표, 재투표 원천무효 선포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언론악법 폐기하라'구호가 적힌 손현수막을 펼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이 민중의례 중 묵념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최 위원장은 이를 위해 5가지 '국민 실천 운동'을 제안했다. 즉 △언론악법을 원천무효화 하고 △한나라당을 해체하며 △소속 의원들을 정치권에서 추방하는 데 힘을 모으자는 주장이다. 또 △정부여당의 불법을 배후 조종한 조선·중앙·동아일보를 절독하고 △이들 신문에 광고를 몰아주는 삼성 등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자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신문·방송사의 언론노조 조합원들 외에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김영호 미디어행동 대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노동자와 인천대학생행동연대 소속 학생 등 시민사회계 인사들을 비롯해 민주당의 박주선 최고위원, 김근태 전 의원, 정범구 대외협력위원장 등 정계인사들이 두루 참여해 두 시간 반 동안 무더운 날씨 속에 자리를 지켰다.

백 소장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구덩이는 거짓말하고 사기치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가 파놓은 거짓말에 빠져 죽었다"고 성토했다. 그는 "썩은 나무도 발로 뻥 차야 넘어가는 것"이라며 정권 퇴진을 위해서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박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힘이 없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히며 "대리투표한 범법자들을 가려내기 위한 채증작업에 들어갔다. 방송법 효력이 발휘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근태 전 의원과 미디어법 직권상정 시 부상을 입은 정범구 대외협력위원장도 선포대회에 참여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법조계 인사들은 날치기 통과를 정당화하는 한나라당 논리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대리투표는 불법"이라며 "몇 표인지 확인은 안 됐지만 통과된 법은 전부 무효"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방송법의 경우 두 번의 표결을 통해 통과된 것"이라며 "대리투표와 관계없이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한 방송법 처리 자체도 무효라고 본다" 고 말했다.

박 교수는 '두 번의 표결이 아니라 두 번째 표결만 합법적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라고 밝힌 국회사무처의 논리도 반박했다. 국회사무처가 표결에 다시 부친 선례들을 제시했지만 살펴보면 법률안이 같은 회기에 재차 표결된 적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회법을 가지고 다르게 해석하는 상황 자체가 암울하다"고 덧붙이며 "현재 우린 민주주의 위기를 겪고 있다. 다수결 원리와 소수자의 기본권 보호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현 정부는 다수결 원리도 무시하고 소수자의 기본권도 침해한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정비사업이나 언론법 개정은 강행되고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제압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 전국언론노조 각 지본부장들이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노조 소속 본부장·지부장들은 지속적 싸움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심석태 SBS본부장은 "어제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저지른 일은 완전범죄를 꾸미려다 제 발등 찍은 꼴"이라면서 "이번 싸움은 한국에서 언론이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보여줬다. 왜 국민 70%가 조중동과 재벌이 방송 갖는 것을 반대하나? 우리는 물과 공기 같은 언론의 길을 열어갈 것이다. 질기게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보협 한겨레지부장은 "우리는 언론자유를 짓밟고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법이 그냥 통과되는 것은 지켜볼 수만 없어서 국회로 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문을 걸어 닫았다"면서 "현 정권이 명을 연장하려 불법 탈법을 저질렀지만 우리 언론노동자들과 민주시민들이 그 명을 끊어 놓을 것"이러고 말했다.

이근행 MBC본부장은 "우리가 졌나? 아니다. 우리는 사력을 다했다. 시간이 지나면 기록될 것이다. 희망을 갖고 싸우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