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2일) 한나라당 의원 몇 명이 대리투표를 했다. 현행법에 의해 어떤 범죄로 처벌받게 되는줄 아느냐. 이는 범죄행위다. 형법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라는 게 있다. 어제 현행범으로 체포했어야 맞다."(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전북대 교수)

한나라당의 언론악법 날치기 재투표·대리투표가 명백한 불법이자 현행법 위반이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 "대리투표 한나라의원 현행범으로 체포했어야"

   
  ▲ 김승환 헌법학회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악법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을 사흘째 전개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나라당 불법 대리투표·재투표 원천무효 선포대회'를 열어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의 부당함을 성토했다.

이 가운데 한국헌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승환 전북대 교수는 이 자리에 참석해 한나라당의 재투표의 불법성을 명쾌하고 조목조목 짚어냈다.

우선 김 회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리투표 행위에 대해 "형법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라는 게 있다"며 "어제(22일) 현행범으로 체포했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일사부재의 원칙은 전세계·중국도 동일 인정…어제 투표 이미 투표 유효"

김 회장은 한나라당이 방송법을 즉각 재투표 행위한 것에 대해 "국회 의사에 관해 어느 나라 헌법에도 인정되는 불변의 원칙이 일사부재의의 원칙이다. 이는 중국도 인정되는 원칙"이라며 "헌법에 규정이 있건 없건 인정되기 때문에 불문의 헌법원칙이라고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의결정족수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국회법을 말하지만 그 이전에 헌법 49조에 명쾌히 규정돼있다"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과반수로 의결한다고 돼있다"며 "어제 처리하려 했던 방송법 개정안은 일반의결정족수에 해당한다. 어제의 경우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첫 투표가 유효한가 여부가 쟁점이다. 유효하려면 요건이 있다. 의장이 투표 개시를 선언하고 투표하고, 투표의 종료를 선언하고, 개표하면 된다. 어젠 모든 요건을 다 밟았다.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카운트해보니 첫 번째 요건에서 걸린 것이다. 그들은 국회법 114조 3항 들고 나온다. 재투표 할 수 있다고 돼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투표 수가 명패 수 보다 많을 때 재투표하게 된다. 어젠 전혀 그럴 소지가 있을 수 없었다. 전자투표이기 때문. 이런 일이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이들은)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비판했다.

"재투표 사유에 해당될 수 없는 조건…전자투표에선 불가능"

김 회장은 "그동안 강의하면서 '4사5입 개헌을 가장 더러운 짓'이라 해왔는데 이젠 강의안이 바뀌게 생겼다. 4사5입 개헌을 저질 정치코미디라 하는데 그것보다 더 더러운 저질코미디가 벌어진 것"이라고 풍자하면서 "그런 자들이 금배지를 달고 어떻게 입법권을 행사하겠다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김 회장은 "아이들이 자기 반에서 회의해도 이런 짓을 안한다. 국회 사무처에서 보도자료를 내놨다. 약사법 개정안을 한 예로 들었다. 불성립됐다는 것"이라며 "이는 거짓말이다. (불성립됐지만 그 법안은 다음 회기로 넘겼다)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에 국회부의장의 권한쟁의심판 소송을 청구한 것에 대해 김 회장은 "헌법재판소라고 믿을 수 있겠느냐만 고려는 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권 행사하는 걸 믿느냐. 이 땅의 인간의 탈을 쓰고서 검찰이 방송국 작가의 이메일을 들여다 볼 수 있느냐. 더럽고 치사하다. 그런데 그렇게 하라고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준 것을 동의할 수 있느냐. 이런 검찰권과 사법권이 행사되고 자행되고 있으니 믿을 수 없다. 하지만 한번 법적 다툼을 벌여볼 필요는 있다"고 답했다.

"2009년 7월23일은 정권·똘마니에 의한 방송자유 학살된 날"

   
  ▲ 김승환 헌법학회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회장은 전날 국회의 방송법 표결에 대해 "2009년 7월22일은 정권과 똘마니에 의해 대한민국 방송자유이 학살된 날이자, 토목공사로 처참하게 민주주의가 찢겨진 날이요, 알권리가 뇌사상태가 들어간 날"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방송법 알고 찍었는지 의문"이라며 "처음엔 이 법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를 일자리 창출 등을 제시하다 그게 아니라는 게 들통이 나니 김형오 의장 스스로 '문제는 조중동에게 방송진입의 길을 허용하느냐 안하느냐'고 실토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어 이 정권에 대해 "법을 빙자해 법을 파괴하는 정권이다. 헌법질서는 만신창이가 돼있다. 방송자유가 왜 중요한가. 왜 방송의 공적책임을 말하느냐. 방송자유의 독립성이 사라지고 권력과 자본에 장악되면 방송만 죽는게 아니라 방송을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가 죽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방송은 민주주의 존립의 기초"라고 비판했다.

"4사5입 개헌 보다 더한 저질 정치 코미디…강의안 바꿔야 할 판"

김 회장은 "검찰권이 검찰폭력으로, 경찰권이 경찰폭력으로 검찰권이 검찰폭력으로 변하는 세상"이라며 "언제 대한민국이 경찰에게 집회허가권을 줬느냐. 집시법에 집회를 금지하고 있고, 집회방해죄라는 게 있다. 하지만 어떤 경찰관이 집회방해죄로 처벌받았느냐. 이 정도로 파렴치하게 법을 악용하는 정권이 이승만 박정희 정권 군사정권 외에 어디 있었느냐"고 개탄했다.

김 회장은 연단에서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다.

-어제 투표는 부결인가 무효인가.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으면 부결이다."

-헌재에서 대리투표가 가능하다는 말도 있었다.
"대리투표는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더구나 어제는 투표 절도까지 행해졌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적법한 투표행위가 아니었다. 방송법 개정안은 법적으로 확실히 부결됐기 때문에 국회가 사망선고 당한 것이다."

-투표불성립이라는 주장에 대해.
"투표가 유효하려면 투표개시를 선언하고, 투표를 실시하고, 종료를 선언하고, 개표를 선언하면 유효한 투표였다. 불성립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

-한나라당에서 의결정족수가 과반이 안되면 계속 투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건 한나라당의 자의적 생각일 뿐이다."

-어떤 경우에 투표가 불성립되나.
"상정하고 본회의에 들어갔는데 더 이상 표결할 사람이 거의 없을 때 투표자체가 의미가 없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투표종결을 선언하면 불성립되지 않는다."

-의사봉을 두드린 행위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행위가 효력이 있다는 규정은 없다."

-약사법이 거짓말이란 건 무슨 뜻인가.
"당시 222회에서 불성립됐지만 재투표는 223회에서 처리했다. 더구나 국회 회기도 바꿨다. 불성립됐다 해도 회기를 바꿔서 투표하는 게 맞다. 부결됐다면 회기를 바꿔야 하지만 법안을 새로 발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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