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표결처리한 방송법과 관련해 원천무효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가 각각 국회법을 제시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고, 야당은 이르면 내일 헌법재판소에 법안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윤성 국회 부의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이 내놓은 방송법 수정안을 표결처리 했으나 찬성 142명, 기권 3명으로 과반수에 미달되자 "재석 의원이 부족해서 표결 불성립 되었으니 다시 투표해주시기 바란다"라며 "재석 153인 중 찬성 150인 반대 0 기권3인으로서 강승규 의원외 168명이 발의한 방송법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국회법 79조·109조 제시…표결 종료해도 의결정족수 미달이면 재투표 가능?

   
  ▲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방송법 개정안을 재투표에 부친 뒤 가결되었음을 선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나라당은 방송법 표결에 대해 국회법 78조와 109조를 이유로 제시하며 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법 78조는 "의장은 의사일정에 올린 안건에 대하여 회의를 열지 못하거나 회의를 마치지 못한 때에는 다시 그 일정을 정한다"는 내용, 국회법 109조는 "의사는 헌법 또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의결 정족수가 안 되면 성립이 안 된다"며 "국회법 78조에 해당 조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국회법 제109조에 의하면 의결정족수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재적 과반수의 의원이 출석하고, 출석 과반수의 의원이 다 찬성을 해야만 찬성으로 가결, 의결이 되는 것으로 요건이 되어 있다"며 "의장께서 표결을 종료한다고 선포를 하셨어도 의결정족수에 달하지 못해 표결 자체가 성립하지 않은 것이 된다. 이는 국회법 해설에 명확하게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의장이 표결 선포에 따라 표결을 실시했지만, 재석 의원수가 의결정족수에 달하지 못한 경우, 이번 경우에 해당한다.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는 해설집 내용을 전했다.

쟁점 1. 국회법 재투표 요건에 없는 내용…쟁점 2. 일사부재의 위반

그러나 야당은 여권의 주장이 투표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아니라며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첫째, 이윤석 부의장이 시도한 재투표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은 "국회법상 재투표 요건은 제114조 3항의 '투표의 수가 명패의 수가 많을 때에는 재투표를 한다. 다만 투표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어 방송법 표결과정에서 이윤성 부의장이 시도한 재투표는 전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일사부재의를 규정한 국회법 92조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방송법 투표과정에서는 투표종료 선언 시 재적 과반에 못 미처 부결되었음이 명백했음에도 이윤성 부의장은 부결선포를 하지 않고 국회법을 부정하는 재투표를 강행하였다"며 "이는 일사부재의를 규정한 국회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쟁점 3. 대리투표 의혹…민주 민노 진보신당, 헌법재판소에 법적 효력 정지 신청

   
  ▲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처리 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김희선 전 의원이 한나라당의 대리투표를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셋째, 대리투표 의혹이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양심을 속이고 대리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대리투표는 부정행위"라며 "앞으로 이제 사진 자료를 통해서 대리 투표를 입증시켜서 3개 법안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것을 입증해 내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권한대행심판청구 등을 이르면 내일부터 헌법재판소에 낼 예정이다. 헌법재판소가 야당의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표결처리된 방송법 등의 효력은 정지될 전망이다. 학계에서도 이번 표결처리에 대해 원천무효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여야 간에 법적 공방이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은 "일단 표결 절차에 들어가면 부결되는 경우가 두 경우가 있다. 하나는 일단 과반수가 득표를 했는데 찬성이 과반이 안 된 경우, 그게 아니고 아예 처음에 투표 참여한 숫자가 과반수 못되면 당연히 부결"이라며 "(이윤성 부의장이)불성립 표현을 썼지만 법적 성질은 부결이다. 하나의 의사 행위가 어떤 성질 갖느냐는 회의 갖는 사람의 용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에는 부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환 회장은 또 "지금 국회가 법률안 의결할 때 적용되는 원칙 하나가 일사부재의의 원칙이 있다. 이것은 헌법학자들에게는 헌법상 불문원칙"이라며 "같은 회기 내에 의안의 결론을 내고 또 다시 결론 내겠다고 하면 두 개 의사가 존재하면서 상호 모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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