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의회가 21일 영리법원 병원 설립에 동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우리들병원과 미국 국제척추정형외과(ISOI), 중국의 태슬리그룹 등이 1억 달러를 합작 투자해 우리들국제병원을 설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제주도는 3년 전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면서 외국 자본이 절반이상의 자금을 댈 경우 외부 자본투자와 이익 배당이 가능한 영리법인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우리들병원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영리병원 도입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경제지들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특히 매일경제는 지속적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해 왔다. 매일경제는 지난 14일 사설에서도 “영리법인화는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면서 “지금과 같은 철저한 규제로 의료서비스 고급화가 어려운 실정에서 선진국 환자들이 한국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보건의료노조원들이 의료민영화 등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머니투데이는 15일 우리들병원의 양해각서 체결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 양해각서 체결이 외국인 의료관광 활성화에도 상당한 추진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이상호 이사장의 말을 인용했다. 한국경제는 “의료비가 턱없이 비싸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각종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인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영리병원 도입은 민영화와 전혀 별개”라는 정부의 해명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공공서비스노동조합은 20일 성명을 내고 “영리병원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라면서 “병원 지출에서 60% 이상은 인건비가 차지하는데 인건비를 줄이지 않고는 징출을 줄일 수 없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미국 비영리병원은 병상 100개에 의료인력이 522명이지만 영리병원은 352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영리목적의 개인 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고용이 43%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결과도 있다.
노조는 또 “영리병원은 특수질환의 경우 사망률이 비영리병원보다 20%나 높고 진료비도 10%나 높다”면서 “존스홉킨스병원이나 메이어클리닉, UCLA메디컬센터 등 상위 10대 병원이 모두 비영리법인”이라면서 영리병원이 의료 서비스의 수준을 높인다는 정부와 보수·경제지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노조는 “의료 공공성이 자리잡지 않은 영리병원은 의료 서비스 수준 향상이나 의료산업 발전, 고용창출 등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공공 의료기관이 10%도 안 되고 건강보험 보장성이 60%에 지나지 않는 우리의 현실에서 영리병원 허용으로 의료 양극화와 의료 시스템 붕괴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영리병원과 민간 의료보험을 활성화해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시장에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의료비 지원을 늘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미국의 실패한 시장화의 길로 가겠다고 하니 거꾸로 간다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리병원 설립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영리병원 도입이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고 외화 벌이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반대하는 쪽에서는 오히려 의료 공공성을 훼손시키고 의료 단가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 환자들 유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반박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공립병원 비율이 8% 밖에 안 되는데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나머지 92% 가운데 얼마가 빠져나갈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정형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영리병원을 도입하려고 하는 우리는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국가안전기획부 차장 출신의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꼽히는 정 이사장은 “중장기적으로 보험료를 올려 노인성 질환에 대한 보장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던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정 이사장의 발언을 기사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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