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저작권법이 오는 23일부터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이로 인한 인터넷 ‘위축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개정 저작권법은 상습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하는 이용자 및 인터넷 게시판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저작권위원회 심의를 거쳐 6개월 이내의 기간에 이용자 계정이나 게시판 운영을 정지시킬 수 있는 조항을 뼈대로 하고 있다.

개정 저작권법 논란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불법의 기준을 바꾸거나 강화하는 것이 아닌, 저작물 유통질서를 해치는 헤비 업로더를 이전보다 강하게 제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인터넷판 집시법도 아니며, 저작권법상 권리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거나 인용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행정부의 장관이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부는 “전체 인터넷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아니기에 프랑스 사례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취지를 살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의 ‘삼진아웃제’는 불법 다운로드 적발 후 2번의 경고에도 불법행위가 계속되면 일정 기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인터넷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은 인권에 관한 문제로 법관만이 판결을 통해 개인의 인터넷 접근을 막을 권한을 갖는다”는 취지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메일을 제외했고 특정 게시판 접근만 제한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법관의 판결을 통해 이러한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같다는 것이다.

여기에 개정 저작권법 조항의 ‘상업적 이익 또는 이용 편의를 제공하는 게시판’이나 ‘저작권 등의 이용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의 대목은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블로거가 뉴스 기사를 무단으로 여러 번 특정 게시판에 퍼다 나르면 최악의 경우 그 게시판은 반년간 폐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일반 카페나 블로그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개정 법이 적용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터넷기업과 블로거들은 ‘위축효과’를 걱정하고 있다.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향은 맞지만, 현 정부의 ‘사이버모욕죄’ 도입 추진 등에 비춰볼 때 언제든 법 개정 취지와 상관없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은 21일 “장관의 능력이나 지혜에 따라 사법적인 판단이 이뤄지는 것은 법치가 아니다”라며 “행정부의 공포심 유발로 인터넷 이용자들의 ‘위축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개정 저작권법은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지난 4월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294명의 국회의원 중 한나라당 127명, 민주당 1명, 친박연대 7명, 자유선진당 4명, 무소속 4명 등 모두 143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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