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22일 언론법을 직권상정 해 표결 처리하기로 발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협상 종결을 선언하고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는데 대해 사실상 용인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김형오 의장은 이날 밝힌 성명에서 "저는 오늘 미디어 관계법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 본회의 표결에 부치려 한다. 더 이상의 협상시간 연장은 무의미해졌고, 이제는 미디어법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할 때가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오늘의 결단에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 국민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라고 밝혔다.

김형오 의장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 부칠 법안에 대해 "미디어관계법 3건(방송법, 신문법, IPTV법)은 지난 3월 심사기간이 이미 지정되었던 것이다. 그 중 방송법은 의회 다수파의 최대 양보안을 수정안으로 해 처리하겠다"며 "금융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규제완화안을 담은 금융지주회사법은 정무위원회에서 수정돼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을 부의토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 김형오 국회의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형오 의장은 법안 처리 배경에 대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다. 끊임없이 협상을 종용했고, 인내를 갖고 합의를 기다렸으며, 중재안까지 내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의 협상시간은 국회의 공전과 파행을 연장하고, 갈등을 심화 증폭시키는 것 외엔 의미를 부여할 수 없게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김형오 의장은 "이제 미디어관계법은 마냥 시간을 끈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또한 여야는 지난 3월 미디어법에 대해 '6월 임시국회 표결처리'를 국민 앞에 약속했다"며 "국회의장으로서는 국회의원의 절대 과반 이상이 처리를 요구하는 법안을 법절차에 따라 표결에 부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이것이 의회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다수결의 원칙을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언론법을 '미디어산업발전법'이라고 자평하는 한나라당의 시각을 내보이기도 했다. 그는 "불과 몇 년 후 오늘의 이 논쟁과 대치를 돌이켜 보면, 얼마나 부질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수준에 우리가 매몰돼 있었는가를 알게 될 것"이라며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미디어산업의 눈부신 발전과 국제적 경쟁 현실에 조금이라도 눈을 돌린다면 이처럼 소모적 논쟁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성명에 대해 일부 기자들은 김 의장의 모순적 행동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기자는 "두 가지 모순이 있다. 여야 협상이 결렬됐다고 하는데 안상수 원내대표가 일방 결렬 선언한 것이다. (의장)단상 불이익 조치하겠다고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양수 의장 비서실장은 '단상 점거에 대한 불이익'에 대해 "의장님이 본청에 안 계신다. 직접 보신 것도 아니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답변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민생은 내팽개치고 언론악법 직권상정으로 국회를 전쟁터로 만든 한나라당과 김형오 의장을 강력히 규탄한다. 역사과 국민이 그들의 부끄러운 행태를 지켜보고 있음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의장석을 먼저 점거한 당에게 주겠다던 불이익이 언론악법 직권상정이란 말인지 참으로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다. 김형오 의장은 오늘부로 입법부의 수장임을 스스로 포기선언 한 것이다. 또한 입법부에 스스로 조종을 울린 장본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