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한국 신문업계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700호부터 ‘한국 신문, 내일을 말하다’ 기획을 시작했다. 이번 회는 종이신문의 보조 플랫폼으로 인식되던 온라인 뉴스의 미래 가능성과 현실의 한계를 짚어본다. /편집자

영국의 대표적 정론지 가디언은 지난 3월 자사 온라인사이트를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여하는 개방형 플랫폼(Open Platform)으로 개편했다. ‘지적 커뮤니티(http://www.guardian.co.uk/community)’로 주가를 높인 이 신문사는 판매부수 순으로 3∼4위에 링크돼 있지만 온라인시장에서는 1위에 올라섰다. 온라인의 차별성을 통해 매체파워를 높인 것은 물론 경쟁지에 밀린 순위까지 만회한 것이다.

온라인은 신문의 미래

온라인은 신문의 미래시장이다. 신문에서 이탈한 독자들이 그곳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PwC가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7개국 49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뉴스 소비에 관해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무료콘텐츠)은 TV에 이어 뉴스와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이용되는 미디어이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뉴스 및 심층뉴스를 얻는 데 선호하는 미디어는 TV > 인터넷(무료) > 라디오 > 신문(유료) > 신문(무료) > 잡지 > 인터넷(유료)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비용을 무시했을 때 뉴스를 읽기 위해 선호하는 매체로는 종이 > 온라인 > 모바일 > e-paper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종이신문을 첫째로 꼽은 이유에 대해 ‘심층뉴스’를 들었다. 신문이 독자에게 다가서기 위해서 고민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이 결과는 보여준다(한국언론재단에서 지난 2월 발행한 미디어인사이트  11호 <디지털 시대, ‘인쇄’는 과연 신문의 힘인가?>).

전문가들은 온·오프 미디어의 관계를 상호보완적이라고 설명한다. 신문은 이미 고연령층·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매체로 포지셔닝 된 데 반해, 신문을 읽지 않는 젊은층은 온라인뉴스를 선호한다.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는 “종이신문의 경우 이미 적정 부수의 수치를 논의하는 시점”이라며 “오프라인의 경우 퀄리티 페이퍼로 가되 타깃 독자층을 명확히 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미래 독자를 확보하면 매체에 시너지효과를 안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을 신문 등 전체 미디어의 역량과 가치를 높이는 채널로서 활용해야 한다”며 “예컨대 독자들에 대한 고객관리나 커뮤니티 등 충성도를 높이는 장으로서 기능한다거나 보다 깊이 있는 탐사저널리즘을 선보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인류사회재건연구원)는 “온라인만의 독자적 사업영역도 가능하다”며 대체재로서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의 사례를 들어 “온라인 기사를 유료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아직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해외에서는 종이신문의 노정을 벗어나 다양한 수익 만들기 실험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서비스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조선·중앙일보의 경우가 그나마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조인스닷컴의 경우 ‘인물 검색’ 기능이 잘 구축된 곳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으며, 신문 방송 인터넷 시사지 경제지 여성지 전문지 등 JMnet 매체가 사이트 한곳에 통합돼 있는 것도 강점이다.

조선일보는 종이신문 구독자에 한해 ‘모닝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영화, 만화, 게임, 운세 등을 볼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영상 촬영을 독려하기 위해 지난 2006년 모든 사원에게 캠코더를 나눠주기도 한 조선일보는 조선닷컴의 연관 기사 검색이나 아카이브 구축을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두 신문은 랭키닷컴 기준으로 트래픽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밖에 노컷뉴스는 속보로, 한겨레는 주제별 토론이 이뤄지는 ‘한토마’ 게시판으로 위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세계일보도 외부 칼럼니스트를 영입, 온라인에만 싣는 e-칼럼을 통해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언론사들은 온라인서비스를 신문의 종속개념으로 다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 기자는 “우리는 신문 우선주의다. 일단 닷컴사로 가면 한직으로 옮긴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비즈니스 운운하는 게 난센스”라고 꼬집으면서 “온라인을 독립성과 개방성을 갖는 채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도 신문사 경영진의 온라인 마인드 부족을 한계로 꼽았다. 그는 “초기엔 종이신문의 온라인 버전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신문마다 사이트를 포털화 하고 있다”며 “닷컴 설립 시기엔 인터넷에 대한 무지가 문제였고 지금은 너무 시대적 트렌드를 따르다 보니 신문사마다 특화된 서비스가 잘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외국은 ‘web first’ 전략

국내 대다수 언론사들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뉴스를 답습할 뿐이다. 그러나 해외 언론사들은 매체의 미래 가능성을 타진하는 공간으로 이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 핵심인재를 배치하는 것은 물론, 기술 투자도 많이 하고 뉴스룸 사이에 협업도 활발히 이뤄진다.
성공모델도 다양하다. 뉴욕타임스는 멀티미디어(http://nytimes.com/pages/multimedia/)에서, LA타임스는 엔터테인먼트 분야(http://www.latimes.com/entertainment/news/)에서,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정보(http://www.newssift.com/)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과 데이터베이스(http://www.marketwatch.com/)에서 자신들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성공한 사례이며, 더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지난해 4월 쌍방향 소통을 담당하는 직책을 두고 독자와 커뮤니케이션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 선’은 지역민에 대한 ‘맞춤전략’에 성공한 사례로 로컬미디어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신문과 웹 독자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규정한 이 신문사는, 신문을 좋아하는 40∼50대를 위해 딱딱한 정치뉴스 등을 일간지에 담고, 온라인 뉴스룸에서는 젊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속보 및 범죄, 부동산, 비즈니스, 복싱, 갬블링(gambling), 엔터테인먼트, 주정부 소식 등 14개 주제를 매일 특화해 담고 있다.

   
   
 
또 쌍방향 데이터베이스 작업에도 공을 들여 지역에 얽힌 유래와 배경 등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역사섹션을 포함해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방문객을 위한 항공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후 이 신문의 열독률, 영향력, 명성, 토론(댓글) 등이 급속히 증가했는데 이는 5P, 즉 열정(passion), 실용(practical), 재미(playful), 커뮤니케이션(personal communication), 성인용 콘텐츠(porn) 때문이라고 오수정 한국언론재단 조사분석팀 차장은 설명했다(미디어인사이트 11호 <뉴스미디어 기업으로의 혁신을 위한 대전환>).

읽는 뉴스에서 참여 뉴스로

 최근 국내 언론사들 사이에서도 온라인을 통한 멀티미디어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있다. 캠코더를 들고 현장에 나가는 기자들이 늘었으며 시스템을 통해 온·오프를 융합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뉴스서비스 대응 속도는 외국과 대등한 수준에 올랐으나 내용 면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일단 뉴스서비스가 평면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외국에서는 기사 하나에 이미지, 그래프, 영상, 음성 등 다양한 포맷을 함께 제공하는 디지털스토리텔링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뚜렷한 서비스가 없는 게 현실이다.

블로그를 통한 기자들의 소통참여와 온라인 뉴스룸의 자율성 정도, 회사의 전략에서도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해외는 콘텐츠 생산을 넘어 유통까지 고민하고 있는데 한국은 자사 기사를 전달하는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온라인 특성에 맞는 콘텐츠·서비스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온라인 뉴스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뉴스룸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을 상설화해 온·오프라인을 조율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온-오프 매체 간 인사 교류나 뉴스룸 통합 같은 조직적 대응도 필요하다.

송 교수는 이에 더해 “온라인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화된 서비스를 통해 충성도 높은 독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신문사 편집국을 단순히 온라인에 붙이는 개념으로 뉴스룸 통합에 접근해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얼마 전 트위터를 이용해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Distribute Denial of Service) 공격을 감지한 한국일보 기자가 이를 기사화 한 사례는 시사적이다. 이를 개인 블로그에 포스팅한 블로거는 “최초의 트위터 활용 취재”를 목격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기자는 “신문의 온라인 서비스는 첫째, 멀티미디어 서비스 등 저널리즘의 깊이를 충실히 이행하고 둘째, 독자 및 시장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며 셋째, 소통의 범위와 내용을 확장해 매체의 영향력을 강화할 때 성공적인 전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콘텐츠를 그냥 만들어 보라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같이 만드는 것이다. 기자도 테크놀로지를 이해하고 재가공할 줄 알아야 한다. 기자가 이젠 네트워크 안에서 살아 숨쉬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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