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최근 한 달 여 동안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건물 정면에 설치했던 노조의 저지 '미디어악법' '쟁취 공영방송법'이라는 글이 새겨진 현수막을 철거해 노조(위원장 강동구)가 "정권의 시녀를 자임한 이병순 사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0일 발행된 KBS 노조 특보에 따르면 KBS는 지난 8일 새벽 KBS 본관 정면에 걸어둔 대형 현수막 2개를 기습 철거했다.

KBS '저지 미디어악법' 쓰인 현수막 철거…노조 "이병순, 정권 눈치보는 어용 사장"

   
  ▲ 지난 8일 KBS가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건물 정면에 걸어둔 현수막을 철거(오른쪽)했다. ⓒKBS 노조  
 
KBS 노조는 "'저지! 미디어 악법, 쟁취! 공영방송법'이라는 글이 새겨진 이 현수막은 3차 입법전쟁의 시작과 더불어 정치권에서 불어닥칠 공영방송 말살 움직임에 대한 조합의 결연한 투쟁의지를 담고 있던 것"이라며 "미디어악법 저지를 통해 공공성과 공영성을 지켜내고, KBS 미래를 담보할 공영방송법안을 쟁취하고자 하는 KBS 구성원들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KBS 노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닌 현수막을 사측은 한마디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떼내 버렸다. 조합의 심장을 도려낸 용서할 수 없는 폭거"라며 "이로써 이병순 사장은 본인 스스로 '정권의 눈치를 보는 어용사장'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KBS 노조는 이병순 사장에 대한 기대를 이젠 접기로 했다고도 했다.

"노동조합은 그동안 이병순 사장이 공언한 얘기가 있어, 미덥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첫 공채 사장으로서 KBS를 위해 최소한의 양심을 갖고 한 몸 희생하리라 기대했지만 이제 그 기대를 미련없이 접고자 한다."

"희생 기대했으나 이젠 미련없이 접을 것…얼마나 청와대·정치권 눈치봤을지 짐작가"

KBS 노조는 "정권의 눈치를 보며 회사 내에 걸린 현수막 하나에도 전전긍긍하며 호시탐탐 철거에만 목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취임 후 지난 11개월 동안 얼마나 청와대와 정치권의 눈치를 살펴왔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며 "특히 지역국 조합원을 대상으로 미디어악법 저지와 공영방송법 쟁취 투쟁 설명회에 착수한 시점에 도발이 감행됐다는 점에서 더욱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KBS 노조는 △기습 철거한 현수막을 즉각 원상 복구하고 △철거를 지휘한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며 △수신료 인상 로드맵을 즉각 밝히고 공영방송법 제정에 몸을 던지라고 촉구했다. KBS 노조는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선제공격을 감행한 이병순 사장과 경영진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KBS 노동조합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정권의 시녀' 자임한 이병순 사장은 각오하라

사측이 오늘 새벽 노동조합의 심장을 도려냈다. 본관 정면에 내걸었던 두 개의 대형 현수막을 새벽에 도둑고양이처럼 기습 철거한 것이다. 이 현수막들이 어떤 현수막들인가? '저지! 미디어 악법, 쟁취! 공영방송법'...

3차 입법전쟁의 시작과 더불어 정치권에서 불어닥칠 공영방송 말살 움직임에 대한 조합의 결연한 투쟁의지를 담고 있던 것이다.

미디어악법 저지를 통해 공공성과 공영성을 지켜내고, KBS 미래를 담보할 공영방송법안을 쟁취하고자 하는 KBS 구성원들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닌 현수막을 사측은 한마디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떼내 버렸다. 조합의 심장을 도려낸 용서할 수 없는 폭거라 아니할 수 없다.

이로써 이병순 사장은 본인 스스로 '정권의 눈치를 보는 어용사장'임을 자인한 것으로 조합은 판단한다.

그동안 자신이 누누이 얘기했던 "공영방송을 지켜내고 수신료 인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들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정권의 시녀와 같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오는 11월 임기만료 후 연임성공에만 관심이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KBS를 위해 발 벗고 뛸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뒤늦게 드러낸 것이다.

노동조합은 그동안 이병순 사장이 공언한 얘기가 있어, 미덥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첫 공채 사장으로서 KBS를 위해 최소한의 양심을 갖고 한 몸 희생하리라 기대했지만 이제 그 기대를 미련없이 접고자 한다.

정권의 눈치를 보며 회사 내에 걸린 현수막 하나에도 전전긍긍하며 호시탐탐 철거에만 목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취임 후 지난 11개월 동안 얼마나 청와대와 정치권의 눈치를 살펴왔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조합은 특히 지역국 조합원을 대상으로 미디어악법 저지와 공영방송법 쟁취 투쟁 설명회에 착수한 시점에 도발이 감행됐다는 점에서 더욱 분노한다. 지역 조합원 대상 설명회를 위해 조합 집행부 모두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치사한 방법으로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조합은 사측에 분명하게 요구한다.

★ 기습 철거한 현수막을 즉각 원상 복구하라.
★ 철거를 지휘한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라.
★ 수신료 인상 로드맵을 즉각 밝히고 공영방송법 제정에 몸을 던져라.

만일 이 같은 조합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은 조합에 선제공격을 감행한 이병순 사장과 경영진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다. 소탐대실의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 반드시 깨닫도록 할 것이다.

2009년 7월 8일 KBS 노동조합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