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술·담배에 ‘죄악세’ 부과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죄악세라는 이름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부자 감세, 서민 증세 정책’ 기조 자체를 바꾸라면서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원윤희 한국조세연구원장은 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죄악세라는 단어 자체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앞으로 연구원에서는 가급적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보다 가치중립적인 개념이나 단어가 무엇이 있을까를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조세연구원의 연구자료를 토대로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국민 건강을 위해 술과 담배에 ‘죄악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세수 부족을 메꾸고자 서민 기호 식품 세금을 올리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죄악세라는 이름이 아니라 ‘부자감세 서민증세’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인 셈이다.

   
  ▲ 이명박 대통령. ⓒ사진출처-청와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9일 대표단회의에서 “겉으로는 국민건강을 위해 세금을 올린다지만 정부 수입을 위해 올리는 것에 불과하다. 부가세 인상까지 검토한다니 상당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자감세를 메우기 위해 서민 증세하면 서민들의 강력한 조세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4대강 살리기다 녹색성장이다 별 효과도 없는 일에 재정대책도 없이 일을 벌이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서민증세인가. 차라리 선심 쓰듯 앞뒤 안 가리고 깎아 줬던 부자감세를 축소하거나 유보시키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은 정책성명을 통해 “전세보증금에 대한 임대소득세 과세 신설로 인한 부담이 세입자에게 떠넘겨질 우려가 크다. 월세에만 과세하고 전세는 비과세한다는 형평성 문제를 들고 있지만 정부 곳간을 채우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 직접세를 깎아 주다 생긴 세금 부족분을 간접세를 올려서 해결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부자 지갑 채워주는 세금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가 말로만 서민을 위한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인선 사회당 대변인은 "4대강 정비사업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추진하겠다면서도 종부세 무력화 등 노골적인 부자감세를 실시한 것은 정부다. 부족해진 정부 재정을 채우기 위해서는 부자감세부터 철회해 불로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서민 생활 물품인 술과 담배에 세금을 부과해 결과적으로 서민경제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것은 조세정의에도 명백히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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