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는 ‘누구든지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타인을 모욕하는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돼있다. 사이버모욕죄는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모니터 의무를 부과한 것과 함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독소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일단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는 쪽의 주장은 이렇다. 현행 명예훼손죄로는 인터넷 상의 추상적인 막말과 비난을 처벌하기 어렵고, 형법상 모욕죄의 처벌 조항인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으론 범죄 억제 효과를 거두기 힘든 형편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월 ‘아름다운 사이버세상 만들기 한마당’ 행사에서 “사이버범죄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실정이므로 지금은 인터넷이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 역기능을 적절히 제어할 때”라며 “올해는 ‘사이버질서 확립’을 법질서 운동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친고죄인 모욕죄와 달리 고소·고발이 없어도 수사기관이 언제든 수사할 수 있는 반의사 불벌죄로 추진되고 있어 사이버모욕죄 신설은 제3자가 가늠하기 어려운 개인 사이의 모욕보다는, 권력에 반하는 여론을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행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실효성이 없거나 다른 악용 가능성이 다분한 법을 새로이 만들기 위해 유명 탤런트 자살과 그 뒤에 숨은 일부 ‘악플러’의 악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터넷의 기본적인 속성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언론 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은 “이명박 정부는 인터넷 실명제 확대와 사이버 모욕죄 도입 등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과 국민을 겨냥한 법 제도에 대한 도입 시도를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법학자·언론학자 등 229명도 지난해 11월 “정부여당은 정부정책의 실패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마치 인터넷에 표출된 여론 때문인 양 생각하여 인터넷 자체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비친고죄로 입안된 사이버모욕죄가 체제유지를 위해 이용될 가능성이 높기에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현경 박사(연세대 강사, 문화인류학)는 같은 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IDI)이 주최한 한 심포지엄에서 “인터넷은 자기산출적인 우주로서 필연적으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포함하기에 이것을 모두 치워서 인터넷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지난 3일 ‘디지털시대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사이버모욕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임시조치 규정 등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ISP에 모니터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기업에 비용 부담을 지우고 이용자 정보 유출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지난달 26일 인터넷기업 CEO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규제보다는 인터넷 산업 성장이 먼저라는 점에 공감하며 국회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강화돼야한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정부여당이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 등으로 일어나는 그릇된 문제에만 주목함으로써, 자칫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것은 물론 현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장은 지난 3월 방송법과 신문법, IPTV법 등은 본회의 직권상정이 가능하게끔 심사기일을 지정했지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지정 대상에서 제외해 이번 처리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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