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의원과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8일 여당 언론법이 통과되면 일자리 2만여 개가 창출된다는 주장의 근거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나 의원은 일자리 창출 개수보다는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방향이 중요한다고 밝혀 기존 한나라당 입장보다는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KISDI 보고서 논란에 대해 "외국에서 발행된 보고서의 수치 자체가 조금 잘못된 부분이 있었나보다. 그런데 제가 나중에 봤다. 그것이 비율이 가장 중요한 건데 비율은 똑같다고 한다"며 "수치가 1이냐 2이냐 이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그렇게 함으로써 일자리가 2만 개가 만들어지느냐 3만 개가 만들어지느냐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과연 일자리가 생길 것이냐 말 것이냐 그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은 또 "산업적으로 접근하는데 있어서 다소 일자리 개수가 예측에 문제가 있다 이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저희의 근거를 뒤집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론 독과점 해소를 강조하며 "지금은 방송 3사의 독과점 구조다. 결국 이러한 부분을 다양한 방송사가 출현하게 함으로써 결국 국민들의 어떤 여론의 다양성, 방송에 있어서의 다양성을 국민들에게 확보해주는 것이다. 결국 '3개의 반찬보다는 5개의 반찬을 놓고 먹는 게 맛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그러나 손석희 교수는 "일자리 문제는 사실은 산출 근거가 상당히 중요할 수도 있다"고 반박한 뒤 "아까 비율은 상관이 없다고 하셨습니다만 비율이 상당 부분 달리 측정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인 거 같다"며 전날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 언급한 내용을 설명했다.

손 교수는 "예를 들어서 GDP를 2006년에 1조 2949억 (달러) 이것은 환율 계산을 잘못한 근거 자료의 잘못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게 이제 그렇게 보자면 '방송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0.68% 그래서 선진국 수준인 0.75% 수준으로 높여야 된다'라고 하는 것이 이제 정부쪽의 얘기"였지만 "어제 나온 얘기는 'GDP가 그 당시에 환율계산이 잘못돼 가지고 원래는 8천 8백억 달러이기 때문에 이미 방송시장의 비중이 0.98%다 그래서 포화 상태가 아니냐. 그래서 일자리 더 만들기는 실질적으로 어렵지 않느냐'라는 그런 문제제기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나 의원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보고서를 언급하며 "그것이 방송부분에 있어서 산업이 차지하는 그 부분의 계산도 역시 똑같은 환율로 계산을 했기 때문에 GDP나 방송이나 똑같이 높게 잡혔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비율은 같다는 얘기"라고 반박했지만 손 교수는 "천정배 의원실에서 나온 얘기는 아무튼 다르다"라고 재반박했다.

앞서 천정배 의원은 KISDI가 다른 연도와 달리 유독 잘못된 2006년 통계 자료를 인용한 것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천정배 의원은 지난 7일 입수한 '2008년 ITU 유료통계'에서 "2006년 원/달러 환율이 654.78원으로 잘못 입력돼 있다. 2009년 ITU 유료통계에는 원/달러 환율이 954.78원으로 수정돼 있다"며 "다른 연도의 통계자료는 문제가 없고 유독 2006년 자료만 엉터리였는데 이를 인용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납득이 잘 안 된다"고 밝혔다.

통계 수치가 잘못된 경우 나 의원의 주장과 달리 여당 언론법 통과 시 오히려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 의원은 통계를 바로잡고 KISDI 분석 방식대로 자체 분석한 결과 "오히려 신방겸업을 허용할 경우 방송시장이 급격하게 축소하게 되고 최대 4만 2천 개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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