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신제품인 애플 아이폰 3GS가 전파연구소의 인증을 통과했다는 사실이 6일 확인됐다. 특히 그동안 논란이 됐던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 기능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물론 전파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국내 출시를 확정지을 수는 없고 KT나 SK텔레콤도 여전히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무선 인터넷 수수료 등의 협상이 끝나면 조만간 전격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아이폰의 판매 가격과 약정 조건이 어떻게 되느냐다. 미국 AT&T의 경우 구형 아이폰이 2년 약정의 조건으로 199달러, 약정이 없는 경우는 599달러에 팔렸다.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이 400달러 정도라는 이야기다. 미국 이통사들 가입자 확보비용은 200달러 정도인데 아이폰의 경우 월 30달러의 데이터 정액제가 의무적으로 부과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2배 가까운 보조금을 주더라도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화증권 박종수 연구원은 “아이폰이 출시될 경우 단기적으로 50만에서 많게는 100만 명까지 가입자 확보가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그 이유로 첫째, 얼리어답터 중심의 대기 수요가 있고 둘째, 터치 스크린 기반의 인터페이스가 다른 스마트폰보다 훨씬 뛰어나고 셋째 확장성에서 다른 제품들을 압도하는데다 넷째,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T가 먼저 아이폰을 출시하면 SK텔레콤도 뛰어들게 될 것이고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으면서 가입자 확보 경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게다가 아이폰에 통화기능만 뺀 아이팟터치 사용자가 이미 50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도 잠재 수요를 가늠하게 한다. 8GB 용량의 2세대 아이팟터치의 소비자 가격이 30만 원을 웃도는데 만약 20만 원 미만의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폰이 출시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결국 아이폰의 성공 관건은 판매 가격과 조건이다. 이통사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 박 연구원은 “2년 약정 기준으로 10만 원대 수준에 데이터 요금이 월 정액 5만 원 미만으로 책정된다면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지만 “최대 걸림돌은 이통사들의 매출 감소 가능성”이라고 덧붙였다. 풀 브라우징이 가능한 아이폰이 보급될 경우 이통사들이 만든 네이트나 매직엔 등의 무선 인터넷 포털은 큰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이폰 자체의 한계도 지적된다. 배터리 지속시간과 수명이 짧은 데다 가뜩이나 애플은 국내에서 열악한 애프터서비스로 악명이 높고 일부에서는 국내 대부분 휴대폰에서 지원되는 DMB 기능이 빠져있다는 사실을 단점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박 연구원은 “아이폰이 도입 초반에 휴대폰 시장을 주도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마니아를 중심으로 틈새 시장에 머물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AT&T의 가입자 1명의 매출이 평균 50달러 수준이고 데이터 사용료가 13달러 수준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월 30달러의 데이터 정액제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의 경우도 데이터 정액제만 월 3만 원에서 많게는 5만 원 이상을 감당할 수요가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 데이터 요금의 상당 부분을 애플이 가져갈 텐데 이통사들이 이를 용인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3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이통사들이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아 시장 진입에 실패할 가능성, 둘째, KT만 도입하고 SK텔레콤이 매출 감소를 우려해 발을 빼고 가입자 확보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 셋째, KT에 이어 SK텔레콤까지 아이폰 대열에 합류하면서 경쟁이 완화될 가능성 등이다. 현재로서는 세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제 아이폰의 국내 출시는 시간 문제가 됐다. 주목할 부분은 아이폰의 도입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고 무선 인터넷 접속이 보편화될 거라는 사실이다. 4월 말 기준으로 SK텔레콤의 경우 무선 인터넷 정액제 가입자는 12% 수준 밖에 안 된다. 아이폰을 비롯해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고 저렴한 가격에 무선 인터넷 정액제가 도입될 경우 통신은 물론이고 언론 환경도 급변할 전망이다.

특히 아이폰 3GS에는 동영상을 찍어서 버튼 한 번만 누르면 곧바로 유튜브에 업로드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태터앤미디어 이성규 팀장은 “2012년 대선이 주목되는데 만약 이런 시스템이 확산될 경우 누구라도 연합뉴스보다 더 빨리 동영상 뉴스를 세상에 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텍스트 뉴스와 달리 동영상 뉴스는 그것 자체로 뉴스가 되기 때문에 신뢰성에서도 결코 뒤쳐지지 않고 일반인도 얼마든지 특종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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