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과 올해 들어 미국의 퓨 인터넷 앤드 아메리칸 라이프 프로젝트와 EU 미래인터넷총회는 각각 2020년 미래 인터넷 전망을 내놓았다. 이들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 전송되는 신문과 인터넷 기반으로 통합되는 방송 등 올드미디어가 변화할 수밖에 없는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지난 5월 www.baekdal.com은 ‘다들 어디 있지?(Where is everyone?)’라는 글에서 1998년 태동한 인터넷 웹사이트가 2000년대 중반 들어 블로그에 밀리고, 그 뒤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소셜뉴스에 차례대로 그 영향력을 내어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표 참조). 그러나 정작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에 기반하고 있는 국내 인터넷신문은 2009년 현재 이런 미래상에 대비하는 자체가 사치스러운 상황이다.

▷부동의 1위 오마이뉴스도 임금삭감=국내 인터넷신문 전문가들은 10여 년 간 이어온 인터넷신문 호황의 버블이 2009년 들어 터지고 긴 조정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치 동네마다 브랜드별로 가득 들어차 있는 치킨집과 같은 상황이라는 평가다. 창간 이후 인터넷 홈페이지 순위 사이트에서 종합인터넷신문분야 부동의 1위인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는 2009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직원들의 임금을 20%씩 감축했다. 경영진은 40%, 팀장급은 30%를 깎았다. 지난 4월 관련순위 8위였던 데일리서프라이즈(www.dailyseop.com)는 6월17일을 기한으로 뉴스서비스를 두 달간 중단했으나, 7일 현재까지 뉴스서비스는 재개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광고수입에 기대고 있는 여러 인터넷신문이 임금 삭감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한 의약전문 인터넷신문은 종합일간지 기자들에 못지 않은 임금을 받고는 있으나, 관련시장과 전문매체라는 특수성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아이뉴스24와 이데일리 등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터넷신문이 적은 광고매출과 독자 후원금으로 면면히 이어가고 있으며, 관련 종사자들은 경기호황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호황이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 WWW.baekdal.com  
 
최근 한국언론재단 조사분석팀은 조만간 발간할 ‘2009 한국의 인터넷신문’을 위해 여러 가지를 조사했지만, 기자 월평균 급여 등은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집표본은 지난 2006년 조사 때보다 월등히 많아졌지만, 임금과 관련한 답변을 대부분 꺼렸기 때문이다. 양승혜 조사분석팀 과장은 7일 “올 3월 현재 등록 매체 수 자체는 1399개로 상당히 늘어났으나 경영성과는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며 “포털과 연계되지 않은 인터넷신문의 경우 그 영향력도 미미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조사 당시 인터넷신문 신입기자의 월평균 급여는 108만9000원(사례수 191)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이 때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광고기반 비즈니스모델 성찰해야”=이러한 상황은 인쇄신문(일간 혹은 지역주간)을 발행하지 않고 인터넷신문만 운영하는 독립형 인터넷신문에서 두드러진다. 이들 인터넷신문은 지방자치단체를 다루는 로컬 단위 인터넷신문, 시사 중심의 대안적 인터넷신문, 연예·스포츠, 또는 경제, IT 등을 다루는 전문 인터넷신문으로 나뉜다.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전략기획국 기자(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는 이 세 가지 모델 모두 시장에 정착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광고기반의 경영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 기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4∼5년 동안 ‘묻지마’ 형식의 인터넷신문 부흥기가 왔는데, 2009년 들어서는 상당히 긴 조정기가 올 것”이라며 “기존 인터넷신문 시장은 정치적 지원 내지는 정치적 공생으로 조성됐는데 지금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산업 자체가 위기로 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최 기자는 이어 “특화된 영역에 대한 콘텐츠 유료화가 가능하다는 방법이 있든지 해야 했는데 비즈니스모델을 구체적으로 점검하지 않고 그저 만들었던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크기가 문제”라며 “공급 자체가 과잉인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광고에 기반한 비즈니스모델의 문제가 시장 자체가 받쳐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러 본격적으로 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너광고시장이 침체되고 있으며, 일부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동영상 서비스도 투자 대비 효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신문 내부의 문제도 지적된다. 오마이뉴스처럼 해외에 수출할 수도 있는 좋은 모델을 갖고 있지만, 개인에 기반한 뉴스소비패턴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0년 오마이뉴스가 ‘YS 고대 앞 14시간 농성 중계’로 급성장했지만, 2009년 지금은 블로거나 1인 미디어에 밀리고 심지어 트위터(twitter)가 그 자리를 대체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 기자는 “대안매체가 됐든 기성매체가 됐든 동일한 문제는 뉴스유통채널이나 정보소통과정이 분화되고 있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 역시 “많은 인터넷신문이 ‘복사해 붙이기(copy & paste)’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흘러 다니는 같은 정보로 경쟁하는 이런 양태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긴 조정기를 버틸 대안은 있을까. 일단 경영적으로는 확실한 시장 맞춤이 없는 광고의존 구조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신문의 주요광고주가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기관인 것도 정부 성향에 따라 매체 수입이 극단을 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 인터넷 전문가는 “뉴스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반감이 크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중요정보와 관점에 대한 자료를 합법적으로 유료회원에게 사가게끔 만드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 기자는 “뉴스 대체제가 많은 국내 인터넷 뉴스 미디어 시장에서 콘텐츠 유료화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시장영향력을 기반으로 한 광고모델, 다양한 온라인 광고상품 개척 등 광고와 연계한 비즈니스가 결정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화 위한 투자에 집중하라”=최 기자는 “자발적 구독료 모델과 시장이해관계자 어필로 당분간 버텨낼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단기적인 이슈메이커로 그친다거나 선정적인 뉴스를 만든다거나, 아니면 정파적인 인터넷신문은 자연스럽게 걸러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기자가 꼽은 대안은 △전문적인 콘텐츠 확보 △저널리즘의 평판 점검 △제휴 파트너 강화다.

이를테면 시사이슈를 다루는 인터넷신문에는 고급분석 뉴스가 요구되고, 엔터테인먼트 정보를 다루는 연예인터넷신문이라면 멀티미디어나 독점적인 정보가 필요하며, 경제 등 재테크 정보라면 전문가나 단체 등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각 시장특성에 맞는 철저한 맞춤 설계가 인터넷신문의 자립을 돕는 결정적인 동력이 된다는 조언이다.

   
  ▲ 인터넷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블로그로 꼽히기도 한 미국의 허핑턴포스트(www.huffingtonpost.com)를 인터넷신문의 좋은 예로 들고 있다.  
 
황 교수는 “단순하게 정보는 우리가 만든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을 초청해야 한다”며 “좋은 의견과 정보를 잘 섭외 하는 매체가 이긴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가 블로거들에게 공을 들이는 것처럼, 결국은 떠오르고 주목받는 개인들을 누가 어떻게 끌어오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그러한 창조적인 뉴스를 내놓고 유통까지 시키는 능력이 있는 기자 개개인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최 기자는 “중요한 것은 매체 내부의 경쟁력과 저널리즘의 가치를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팀블로그에 가까운 미국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www.huffingtonpost.com)를 좋은 예로 든다. 영국 일간지 옵서버는 허핑턴포스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블로그로 꼽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모델을 포털사들이 선점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체이긴 하나 스포츠조선 출신의 민훈기 기자와 스포츠2.0 출신의 박동희 기자는 현재 네이버에서 1인 미디어 형태의 기사 공급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누리꾼들은 스포츠2.0 출신의 김형준 기자와 묶어 이들의 기사를 보기 위해 네이버를 찾는다는 평가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 박 기자와 김 기자가 떠난 스포츠2.0은 창간 2년 반 만인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휴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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