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공적자금 공동투자로 IPTV와 와이브로 등 통신사업자 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KT가 IPTV·와이브로와 관련해 1조6000억 원 상당의 정부 투자를 요청해 논란이 예상된다. 2일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3차 민관합동회의를 열어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을 논의했다.

   
  ▲ 통신산업 투자 활성화 방안. ⓒKT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에는 기업의 설비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해 대출위주의 설비자금 공급에 더해 기업과 공공부문의 공동투자 방식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등이 올해 10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설비투자펀드 및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출자·장기회사채인수 및 대출 등으로 기업의 설비투자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재정 확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추가 참여 및 회수자금의 재투자 등을 통해 최종 20조원 목표로 운용한다는 구상이다.

기획재정부는 설비투자펀드의 공동투자 예로 IPTV와 와이브로를 들었다. 기획재정부는 "통신사업기업은 IPTV사업, 무선통신망 확대 등 IT 인프라 구축에 약 2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며 "IPTV, 무선통신망 등은 개별 기업이 부담하기 힘든 대규모 투자인데 반해 구축시 높은 수익성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는 IPTV와 와이브로 망 구축에 따른 전후방효과 감안 시 총 10조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와 약 4만 명의 고용증대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설비투자펀드 추진은 KT가 건의한 것을 기획재정부 쪽에서 받아들여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KT 쪽은 같은 날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배포한 '통신산업 투자 활성화 방안'에서 2012년까지 IPTV에 1조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니, IPTV와 와이브로에 정부 투자 지원을 요구했다. KT가 요청한 투자지원 내역은 IPTV 셋톱박스 임대에 6573억 원, 교육 등 차별화 콘텐츠 제작/개발 지원에 2831억 원, 와이브로 전국 망 구축에 6326억 원으로 모두 1조5730억 원이다. KT 쪽은 1조5730억 원의 투자자금이 조달되면 10조 원의 시장이 창출되고, 4만8000명의 고용창출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위기극복과 경제재도약 프로젝트 -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 ⓒ기획재정부  
 
그러나 과거 지상파DMB와 위성DMB, 위성방송 등 새로운 방송통신기술이 들어설 때마다 국산기술인 데다가 성장가능성이 높고, 시장 및 고용 창출효과가 높다는 주장은 계속돼 왔다. 하지만 당시 이들 사업에는 이번과 같은 지원은 없었기에 IPTV와 와이브로만 투자 지원한다는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현 정부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디지털 전환관련 지원요청은 "방송사 자체 투자가 원칙"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 방송통신업계 전문가는 "디지털방송은 IPTV와 와이브로처럼 일자리 창출이나 산업유발 효과가 없다는 말인가"라며 "법적으로 공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사에는 지원을 못하겠다면서 외국인 지분이 절반 가까이 되는 민영기업에 혜택이 집중될 사안에는 지원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도 이날 논평에서 "감세정책 기조를 수정하지 않고 재정·조세를 지원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라며 "민관합동회의는 대기업의 소원수리 창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SPC가 구축한 인프라 서비스는 통신사업자에게 공급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설비투자펀드와 통신사업자에 배당된다. 설비투자펀드는 기업과 공동투자하더라도 SPC의 일상적인 경영에 관여할 수도 없으며, 기업에 직접 출자하는 경우에도 기업경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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