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의 한 간부가 최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MBC 제작진과 1년 여 전에 나눴던 통화내용을 검찰에 넘겼던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 조능희 MBC 시사교양국 PD. 이치열 기자  
 
조능희 MBC 시사교양국 PD는 이날 “지난 4월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던 중 담당 검사가 이창섭 연합뉴스 경제부장과 지난해 5월 나눴던 대화내용을 통째로 읽어줬다”며 “검사는 이 부장이 전화취재한 대화기록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조 PD는 “검사가 내게 읽어준 기록에는 당시 내가 이 부장에게 ‘사적인 것인가 취재인가’라고 묻자 이 부장이 ‘이것은 취재다’라고 답변한 것까지 들어있었다”며 “취재원 보호 원칙을 지키려 취재원본 제출을 거부하며 체포당하고 압수수색까지 당했는데 검사는 이 부장의 취재자료를 이용해 PD수첩을 신문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신문과 방송> 2월호 ‘언론의 책임 걸린 일, 어설픈 사과로는 부족해’라는 글을 기고해 MBC 광우병 편 방송의 문제점을 집중 비판하면서 김보슬 PD와 조능희 PD와의 통화내용을 전했다. 이 부장이 글에서 “제작 책임자는 일부 잘못이 있었다고 시인하면서도 ‘선수들끼리 왜 그래’라는 이해 못할 말을 했다”고 지적한 대목은 지난달 18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문에 인용되기도 했다.

이 부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인터넷을 두드려보니 PD수첩이 방송한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위절제술 후유증 사망으로 많이 나오던데 PD수첩은 하나(인간광우병)만 보도해 저널리즘 문제로 비판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문과 방송>에 기고했다”며 “글을 쓴 이후 검찰에서 글의 취지와 대화 내용을 알려달라길래 인터넷으로 (대화내용을) 알려주고, 전화를 통해 구두로 내 글의 취지를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녹음을 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그것까지 얘기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했다.

   
  ▲ 이창섭 부장이 <신문과 방송> 2월호에 기고한 글  
 
검찰에 취재기록을 넘기면서 협조한 것은 언론자유 침해 아니냐고 묻자 이 부장은 “거짓말하고 편의적으로 왜곡할 자유까지 허용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검찰이 을 기소한 것과 관련해 그는 “검찰이 문제삼아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도 “누구든지 간에 객관적 입장에서 의견을 (검찰에) 말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향후 재판 때 (법정의 증인 또는 참고인 채택이 이뤄질 경우) 국민의 의무로서 객관적인 법정에서 증언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부장은 <신문과 방송> 기고에서 지난해 5월 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실으려다 못 싣고 왜 9개월이나 지난 뒤에야 썼느냐고 묻자 “MBC와 붙을 수 없는 것 아니냐, 잘못하면 회사와 회사 간의 전쟁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이창섭 부장이 <신문과 방송> 2월호에 기고한 글  
 
제작진의 법률 대리인인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이날 “정부정책을 비판한 보도에 대해 검찰이 언론자유를 침해하면서 수사하고 있는 마당에 동업자로서 자신도 겪을 수 있는 일임에도 수사기관에 자료를 넘긴 것은 직업윤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또한 취재해서 지득한 사항을 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은 취재원보호 원칙에도 위배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능희 PD도 “나한테 취재한다고 하면서 얻은 취재(대화)자료를 넘겨줘도 되느냐”며 “외부에 이를 주는 것은 연합뉴스 절차에 맞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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