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현(54·사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특정 이해집단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조중동, 재벌 방송을 만들어주기 위한 법을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행”이라며 “오랫동안 논의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에 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강상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  
 
- 미디어위원회 110일 활동에 대해 총평을 내린다면.
“위원회에 대한 역할과 기대되는 활동에 비춰봐선 좋은 학점을 주기 어렵다. 그동안 한쪽은 뭔가 하자고 하고 다른 한쪽은 하지 말자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법안을 발의하는 한나라당에서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고 여론도 수렴해야 하는데 한나라당이 여론을 존중하는 것보다 여론을 무시했다. 오히려 야당쪽에서 여론 수렴을 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해 여야 간에 뚜렷한 입장 차이 보였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위원회였다.”

- 성과가 있다면.
“지역 공청회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높았다.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의 일방 처리에 대한 반대가 높았다. 이런 의미에서 제한된 기간이지만 한나라당 미디어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 미디어위가 활동 종료를 앞두고 파국을 맞은 핵심 배경은.
“여야 합의 사항에 이런저런 해석을 하고 있지만 자구적으로 명시된 것은 ‘여론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라고 돼 있다. 여론수렴이 위원회 활동의 핵심이고 여론수렴 방식을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당 추천위원들은 소극적이었고, 야당은 적극적이라 차이를 보여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기본 도리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것조차도 거부해 더 이상 여론수렴 기구로서의 논의 이유도 없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여야가 머리 맞댄 활동은 파국을 맞게 된 것이다.”

- 미디어위 활동에 대한 보도가 적었다. 언론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미디어위 활동 과정 중 새로운 이슈가 부재해 뉴스 매체 속성상 주목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아쉽다면 그때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쭉 정리를 해주면 도움이 될 것인데 미디어에 대한 중요 이슈조차 다루지 않았던 언론에 대해선 섭섭하다. 남의 일도 아니고 자기들 일인데 주요 미디어들이 의제로 띄우고 이슈화하지 않았다.”

- ‘100일 소모전’(동아), ‘태생부터 편법’(중앙), ‘100일 허송세월’(조선·문화)이라는 언론 평가에 대해선 공감하나.
“보도도 적극적이지 않았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도한 것 같다. 과정 속에서는 새로운 것이 없었다고 쳐도 최종 보고서에서 여야 간에 분명하게 비교를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보도 역시 안 됐다. 출발부터 의미를 안 두려고 했고 성과에 관계없이 최종적인 표결 처리 쪽으로 처음부터 편집 태도가 있지 않았겠나. 못마땅한 미디어위에 대해서 마땅한 보도를 안 하려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 미디어국민위 대국민 보고서에서 신문·대기업의 뉴스 진출에 반대했다. 핵심 이유는.
“여당에서 방송 진출을 주장할 때 일부 방송의 편파방송 논리로 MBC 얘기를 많이 끄집어 낸다. 그러나 이것은 다리 아프니까 복통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고 배 아프니까 머리 수술해야 한다는 논리다. 진단과 처방 사이에 논리적 연결성이 없다. 현재 독과점과 다양성에 대해 객관적 자료가 확보가 안 돼 있다. 미디어 시장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라든지 선행조사가 돼 독과점 구조나 다양성을 검토한 후 정책적 제한을 해야 하는데 설득력 없는 주장만 해서 문제다.”

- 한나라당 자유선진당은 미디어위 대국민 보고서를 ‘허위 보고서’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우리의 역할은 여론 수렴에 있다. 여론수렴을 제대로 한 보고서여야 한다. 여론수렴도 안 한 것은 우리 위원회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 여당 입장을 담은 희망보고서일 뿐이다.”

- 여권 보고서에서 2012년까지 신문·지상파의 겸영을 유예하는 의견도 내지 않았나.
“핵심은 달라진 게 없다. 지분 참여와 관련해서 달라진 게 없다. 5%, 10%만 지분을 가지고도 관계 지분을 합해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대기업이나 주요 신문사들이 지상파, 종합편성·보도 채널을 진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 2013년으로 연기해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종편 진출하고 워밍업을 한 뒤 지상파로 진출하는 것이 수월할 수 있다는 속셈이다.”

-6월 임시국회에서 언론법이 통과될 경우 국민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나.
“미디어법이 경제 살리기 법이라고 얘기하지만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다. 정치적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서 미디어를 장악하고 여론을 통제·장악하고 그리고 정부·여당에 유리한 여론 지형, 인프라를 만들기 위한 시도다. 국민 생활에 당장 나타나진 않겠지만 우울하고 불행하고 불길한 전망이 예상된다. 집권층과 보수언론, 재벌 구도가 공고하게 돼 그들에게 유리한 사실이 재생산되고 반대 여론이 약화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작과 왜곡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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