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4당과 민주노총, 미디어행동·민생민주국민회의(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9일 오후 ‘언론악법 비정규악법 저지를 위한 1박2일 국민행동’ 기자회견에 이어 이날 저녁 7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국회에서 비정규직 유예법안을 놓고 논의를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모두 발언자로 나서 “현행 비정규직법은 2년 동안 (노동자를) 사용하다 해고해도 법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맹점이 있는데도 사용자 64%가 정규직 전환을 준비해왔다”며 “그러나 한나라당과 정부여당에서 유예 얘기가 나오니까 전환준비를 멈추고 해고를 서두르고 있다”고 한나라당의 비정규직 유예 방침을 비판했다.

임 위원장은 이어 “기존의 비정규직법도 문제가 많지만 우선 7월1일부로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 조건을 갖추도록 해야 하며 문제점은 추후 보완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양대 노총의 기본입장”이라며 “만약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비정규직·미디어악법을 날치기 통과하면 민주노총 지부장들은 별도의 지침이 내려지지 않더라도 7월1일부로 총파업에 돌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 29일 밤 결의대회에는 5백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언론악법저지! 비정규직법개악반대' 구호를 외쳤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문화제에는 민주당 천정배, 민주노동당 홍희덕, 진보신당 조승수,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등 야 4당 의원들도 참석해 한나라당의 비정규직·미디어법안 강행처리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천정배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우리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고 망가뜨리려고 하는 ‘MB 인플루엔자’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민주당과 야 4당은 민생과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MB 플루’를 퇴치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승수 의원도 “용산참사 유가족들, 1000여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겠다는 쌍용차, 최저임금이 도입이래 처음으로 최저임금을 깎아내리겠다는 경총(경영자총연합회) 등 일련의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민생과 노동자의 권리”라며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가진 자’ ‘독점자본’에 맞서 생존권을 수호하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번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9일 야4당과 노동계, 시민사회 단체가 함께‘비정규직 개악 저지, 언론악법 저지’를 위한 1박 2일 농성에 들어갔다. 29일 저녁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야4당 의원들이 원내투쟁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최근 해고통보를 받은 KBS 계약직분회의 김효숙 분회장은 솔직한 심경을 담은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 분회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저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2년 동안 무관심했다.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 선 것은 제 목줄 때문"이라며 "아직 노조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노동운동이 무엇인지도 몰라 많이 두렵지만 제가 여기서 포기하거나 쓰러지면 저희보다 약한 사람들이 더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포기하거나 쓰러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가공영방송인 KBS라면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가장 약자인 비정규직을 해고해서는 안 된다”며 "KBS가 국민들에게,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KBS기간제사원협회의 김효숙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전국언론노조 MBC 이근행 본부장은 격한 어조로 발언했고,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근행 MBC본부장도 단상에 올라 “마술과 주술에 걸려 이명박 정권을 만들어준 것은 우리들 자신”이라며 “이제 마술과 주술을 끝장내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주문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이들 발언 외에도 놀이패 ‘걸판’이 비정규직법과 4대강 정비 등 정부정책을 풍자하는 공연으로, 노래패 ‘우리나라’는 <헌법 제1조> <광야에서> 등을 불러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촛불문화제 진행 도중 경찰이 두 차례 해산할 것을 요구하는 경고방송을 했으나 강제해산에는 나서지 않아 우려했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 극단 '걸판'의 세태풍자극은 참가자들의 흥응 돋웠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노래패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헌법제1조, 다시 광화문에서, 광야에서'등을 열창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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