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극우단체에 보조금을 뿌려대며 백색테러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명박 정권입니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바로 이명박 정권의 본 모습니다. 소통 자체를 포기한 불통정권, 이명박 정권에게 더 이상 어떤 기대도 가질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부산시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우리 야4당 및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부산시국회의는 이제 국민 여러분께 직접 호소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부산의 대표적 번화가인 서면 쥬디스 태화거리에 야당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이 42개 시민단체 연대체인 부산시국회의와 28일 오후 5시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영남권 시국대회’를 연 것이다. 야당은 7000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2200명)의 참가자들과 “부산시민 앞장서서 민주주의를 지켜내자”고 결의하며 ‘반MB’ 기조의 전국 순회 시국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정세균 “후안무치 이명박 정권, 단호하게 심판해야…MB 언론 악법 절대 통과 안 된다”

   
  ▲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이 42개 시민단체 연대체인 부산시국회의와 28일 오후 5시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영남권 시국대회'를 열었다. 최훈길 기자 chamnamu@  
 

연단에 오른 야당 대표들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강한 성토로 시작부터 대회 열기를 달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사과와 국정쇄신에 대한 몇 가지 우리 요구를 내놓았는데 아직까지 한마디 말도 없다. 이것은 분명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드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독주와 독선과 후안무치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단호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 대표는 “우리 국민들은 걱정이 태산 같다. 저 자갈치 시장의 아지매는 손님이 많지 않아 걱정이다. 목포시장의 상인은 돈벌이가 부족해서 자식들 학비 걱정이 태산이다. 어떻게든 일자리 찾기 위해서 어떻게든 일자리 찾기 위해 애쓰는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신발을 만들다가 개성공단에서 회사를 병행하는 중소기업 사장님도 개성공단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걱정이 태산 같다”며 “이렇게 서민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는 사람이 MB 아닌가”라고 물었다.

정 대표는 또 “남북 경제 남북관계를 다 파괴하는 세력이 누구인가”라며 “지난 민주화 10년 간 남북관계 전진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 했다. 이명박 정권 1년 남짓 됐는데 남북관계가 완전 파탄나지 않았나. 이게 누구의 책임인가”라며 “부산시민 여러분들께서 가꿔오고 힘을 합쳐 아시아에서 제일가는 민주국가를 만드는 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명박 정권에 의해 후퇴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을 단호하게 심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서민경제를 무너뜨리고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이명박 정권을 단호하게 심판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한나라당의 일방독주를 분쇄하고 비정규직 악법을 막아라. 그리고 MB 악법 언론악법은 절대 안 된다’고 분명하고 명령하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 야4당은 시민사회와 힘을 합쳐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후퇴를 확실하게 막아내겠다고 약속드린다”며 연단을 내려왔다.

강기갑 “싹이 노란 이명박 정권, 갈아 엎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최훈길 기자 chamnamu@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연단에 오르자 시민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강 대표도 시민들에게 “이명박 정권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리고 민생을 파탄내고 있다”며 시작부터 현 정권을 겨냥했다.

강 대표는 “국민들이 ‘대운하 하지 말라’ 요구하니 대통령은 안 하겠다고 해놓고는 정작 지금 4대강을 죽이고 있다. 1% 재벌들을 위해서 우리 99% 서민들의 피땀을 강요하고 있다. 곳곳에서 고용대란이 터져 나와 민생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강 대표는 또 “민생 대란에 허우적거리는 민중들,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 장애인 등의 소외 계층, 도시 빈민, 철거민, 청년학생 등이 민생고에 허덕이면서 물에 빠져 ‘나 좀 살려달라’ 고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이명박 정권은 여객선 타고 있는 재벌들만 챙겨주고 고통 속에 허덕이고 있는 민중들은 외면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이런 정권을 어떻게 그냥 바라보고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특히 농민 출신인 강 대표가 정치를 농사에 비유하며 ‘갈아 엎자’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더 이상 그러지 말라' 고 우리 부산 국민들 모두 함께 일어납시다. 1년 밖에 안 지났는데 이명박 정권의 싹이 노랗습니다. 농민들은 싹이 노란 걸 보면 아예 씨를 갈아 엎고 새로 파종합니다. 싹이 노란 이명박 정권을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갈아 엎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거리행진에 나선 시민들. 최훈길 기자 chamnamu@  
 

노회찬 “민심 다 떠나버렸다…1년 밖에 안 됐는데 환갑 됐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 발언과 자칭 ‘서민 행보’를 정면 비판했다.

노회찬 대표는 “2주 지났는데 무엇이 근원적 처방인지 모르겠다. 근원적 처방은 ‘이명박 정권 퇴진밖에 없다’는 것을 이명박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이명박 정부 국정 수행 지지도가 30%가 채 안 된다. 민심이 다 떠나버렸다. 1년 4개월 밖에 안됐는데 정권 말기가 다 됐다. 사람으로 하면 태어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환갑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관계, 용산 참사를 언급하며 노 대표는 “남북 관계 파탄의 장본인인 이명박 정부에게 6·15 정신 계승 하라고 했더니 6·25전쟁을 계승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민 살리기 위해서 서민 살리는 대통령 되겠다고 해 대통령이 된 사람이 지난 1년 동안 한 것은 서민 짓밟기 밖에 없다”, “일자리 만들라고 했더니 있는 일자리마저 평택 쌍용차에서 짓밟히고 있다”며 조목조목 문제를 지적했다.

노 대표는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재래시장에서 떡볶이, 오뎅 먹다 (지금)엄청 혼나고 있다. 원숭이가 비빕밥 먹으면 인간 되나. 절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해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노 대표는 부산 시민들에게 “과거에 외적이 쳐들어오면 봉래에서 봉화가 올랐다. 전국 곳곳 봉화가 올라가 부산에서부터 이 민생위기, 평화위기, 민주주의 위기를 위한 봉화를 듭시다”라고 말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대신 참석한 이경희 최고위원도 “우리가 아무리 외쳐도 명박 산성에서 부자 1%만 수호하려는 MB는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라며 현 정부에 대한 성토를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열어라 귀. 청와대와 서울은 들어서 남쪽에서 길거리에서 국민들이 고생스럽게 하는 말씀을 귀를 열고 들어라”라고 외쳤고 시민들도 “귀를 열고 들어라. 들어라”라고 함성을 질렀다. 

임성규 민노총 위원장 “미디어법, 언론 입 완전봉쇄할 것…전면 파업 나설 것”

   
  ▲ 손팻말을 들고 거리행진에 나선 시민들. 최훈길 기자 chamnamu@  
 

각 당의 시국 연설이 끝나자 시민사회 단체들이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임성규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한 달에 83만 원 받고 있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도 깎으려고 하고 있다. 이 정권이 살인정권이 아니고 무슨 정권인가”라며 현 정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그는 6월 국회의 핵심 쟁점인 비정규직법과 언론법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미디어법은 우리 언론의 입을 완전히 봉쇄할 것이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처럼 앵무새처럼 이명박이만 말하게 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일방처리 않도록 막아야 한다. 비정규직 미디어법 어느 것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두 개 다 날치기 통과하려면 하라고 하십시오. 하나라도 적당히 협상하면 안 된다. 그럴 경우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에 나설 것인데 시민 여러분도 함께 하시겠습니까.”

시국 발언 중간 중간엔 ‘영산마루’ 공연, 극단 ‘일터’의 연극, 노래패 ‘민들레’의 노래가 이어졌다. ‘일터’는 최근 드라마로도 방영 중인 ‘친구’를 패러디 해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MBC 관련 검찰의 수사를 두고 국민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부산 사투리로 구수한 입담을 과시했다. 

노래패 ‘민들레’는 연단에 오르자 “지나가는 젊은이가 ‘사람 하나 죽었다고 이런 거(시국대회)까지 하나’고 말하면서 갔다. (그런데) 우리가 노무현 한 사람 때문에 여기 모인 것 싶습니까. 한나라당이 잘하면 여기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손팻말에 쓴 시민이 아기를 업은 시민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최훈길 기자 chamnamu@  
 

시국대회 행사를 마무리하며 야4당 부산시당 위원장들은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연단에서 발표하고 “우리는 과거 일방 독주하는 정권의 말로가 얼마나 불행했는가를 이명박 정권에게 경고하며, 갖은 악법의 날치기 통과 및 언론장악 음모의 포기와 용산참사의 진실규명, 정치 검찰과 공권력의 남용에 대하여 즉각 국민께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국민 여러분이 분연히 떨쳐 일어서서 백척간두에 선 민주주의와 민생을 지켜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거리행진 나선 시민 7000명, “이명박은 물러가라” “명박퇴진” 연호

이날 오후 6시 반께부터 이들은 서면에서 부산진 시장 입구까지 1시간가량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시민들은 “MB 독재 심판”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이명박은 물러가라”, “독재심판”, “명박 퇴진”, “독재타도”를 외쳤다.

‘경상도 토박이’라는 김용하(부산· 40대 후반)씨는 “참여자 대부분이 서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에 불법, 탈법했으면서 국민에게는 법 지키라고 한다. 그러니까 열 받는다. 제2롯데월드 봐라. 국가 안보에 엄청난 영향 미치는 짓인데 보수라고 하는 사람이 재벌에게 특혜를 베풀어 해줬다. 이명박이 하는 일은 빨갱이 아니고 국민과 노동자가 하면 빨갱이인가”라며 불만을 보였다.

김용하씨는 또 “자기 비판 세력엔 꼭 보복하잖아요”라며 “주위에서 다 그런다. 노무현 죽은 것은 분명한 정치보복이라고. 자신의 범죄는 넘어가고 노무현은 작은 꼬투리 하나까지 걸고 넘어졌다. 또 비판적인 시민단체엔 보조금 삭감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독재자라고 썼다”고 말했다.  

   
  ▲ 정세균 강기갑 노회찬 대표 등이 거리 행진에 나선 모습. 최훈길 기자 chamnamu@  
 

안하원 부산시국회의 공동대표도 “(정부·여당에선)집회 때마다 언론에서 대통령을 ‘쥐새끼’ ‘쥐박이’라고도 하는데 무슨 민주주의 위기냐고 되물었다. (그런데 우리가)민주주의 위기라는 말하는 것은 정권이 마치 점령군처럼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법제도를 깡그리 무시하고 독재 방식으로 후퇴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안하원 공동대표는 “국민들이 먹고 살기 바빠서 나라 돌아가는 걸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은 다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라 돌아가는 걸 보면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기본은 했으면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4대강 살리기는 운하 아닙니까”, “남북관계도 6·15, 10·4선언의 신의는 지켜야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되물었다.

이날 거리 행진 과정에서 중앙선을 따라 배치된 전경들과 참가자들 간의 실랑이는 보이지 않았다. 일부 상인들은 참가자들에게 “국회나 가라”, “왠 청승이냐”며 항의를 하기도 했지만, 참가자들과 잠시 말싸움에 그쳤을 뿐이다. 저녁 7시 반께 대다수 참가자들은 자진해산해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 시민들은 오후 7시반까지 거리 행진을 충돌 없이 이어갔다. 최훈길 기자 chamnamu@  
 

이날 대회엔 민주당에선 정세균 대표, 이미경 사무총장, 윤덕홍 최고위원, 강기정·조경태·최재성·김유정·백재현 의원, 우상호·윤원호 전 의원, 이승천(대구)·임동호(울산) 위원장이, 민주노동당에선 강기갑 대표, 권영길·이정희·곽정숙 의원, 오병윤 사무총장, 우위영 대변인, 민병렬(부산)·이병하(경남)·김창현(울산) 위원장이, 창조한국당에선 이경희 최고위원, 안병철(부산) 위원장, 진보신당선 노회찬 대표와 김석준(부산) 위원장,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부산시국회의에선 안하원 공동대표, 김영진 민노총 부산지역 본부장, 송이헌 주거복지연대 대표, 유영란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 등이 자리를 지켰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