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6일 의원총회를 열고 6월 임시국회에서 야당이 반발하는 언론법을 강행 처리하기로 확정했다. 또 언론법 관련 대국민 여론조사를 거부한 채 오는 29일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야당은 반발하고 나서 다음 주 국회에서 여야의 물리적 충돌도 예상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예결위 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미디어산업발전법은 2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대로 오늘 시작하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한다. 미디어산업발전법의 구체적 내용을 어떻게 확정할지는 문방위에 일임하기로 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이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한나라당 법안, 선진당 법안, 미디어발전위의 제안한 내용을 모두 검토한 후 한나라당의 최종안을 월요일에 확정하려고 한다"며 조윤선 대변인이 이날 회의 결과를 전했다.

한나라당 의원 총회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구체 내용 문방위 일임"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오른쪽), 안상수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조윤선 대변인은 "여론조사는 곳곳에 함정이 숨어져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미디어산업의 내일을 짊어질 (법을)여론조사로 처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대국민 여론조사의 거부 방침도 전했다.

조 대변인은 "오늘 비공개 논의에서는 미디어산업발전법에 관해서 문방위 간사인 나경원 의원의 보고가 있었다"며 "'현재 방송, 특히 지상파 방송 3사의 구도는 최대 점유율이 68.8%까지 이르는 독과점 산업구조다. 이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강제적인 언론사 통폐합의 결과로 이런 독과점 체제가 탄생하게 됐다. 이런 독과점 체제가 낳은 산업의 낙후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이번에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미디어산업발전에 관련된 법들'"이라는 나 의원의 보고도 전했다.

조 대변인은 '미디어법 결정에 반대하는 의견은 없었는지' 묻자 "반대나 다른 의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29일 최종안에 민주당·창조한국당 미디어위원회 최종보고서도 검토되는 것인지' 묻자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것은 없다"고 전했다.

고흥길 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29일 오전10시)문방위를 열고 의제는 미디어법이 아닌 다른 법"이라고 말해 29일부터 본격적으로 문방위 회의를 시작할 것임을 예고했다.

안상수 "미디어법 일자리 3만개, 경제 이익 수 조원"…"500만 표 압도적 당선, 이명박 정부"

앞서 이날 의원총회 공개 부분에선 당 지도부들이 언론법을 통과를 적극 강조한 바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로지 미디어산업이 제대로 발전해서 일자리 창출 3만개 나온다고 한다. 청년 일자리 나온다고 한다. 일자리 위해서 그것으로 인해서 경제적 이익이 수 조 원이 된다고 한다. 그것을 위해서 미디어법을 통과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근거와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또 "6월 달에 하겠다고 약속하고 했으면 이번에 통과시켜야지 '너희들 뭐 하는 정당'이라고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자 의원들도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제는 여러분께서 대통령 선거의 패배를 인정하시고 우리 국민들이 500만 표라는 압도적 표로 (당선시킨)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일 좀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드립니다"라며 "작년 촛불집회에서 일 좀 하려고 하니까 선동하고 같이 행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 발목잡고 금년에도 발목잡고"라며 야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안 원내대표는 "법제 개념도 모르는 사람들이 앞에서 떠들고 있다. 국회 의원의 자격 있습니까. 연다니까 파업하고 독재라고 하고 이런 정당은 세계에도 없는 정당일 것"이라며 "저희들은 국민을 보고 국민 뜻에 따라 앞으로 앞으로 전진할 따름이다. 당당히 국회를 엽시다. 이제는 저쪽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부당한 것도 들어주면서 끌려가는 한나라당 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의원들은 "옳소" "맞습니다"라며 박수 갈채를 보냈다.  
 
박희태 "한나라당 부자당 이미지 사실도 아니다…서민 위한 국회, 국민들에게 부각시켜야"

   
  ▲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열린 같은 시간에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박희태 대표도 "오늘 안상수 원내대표의 결의에 찬 목소리를 들었다. 정말 집권 여당 수장 답게 마음 든든하다"며 "그대로 해야 한다. 안 그렇습니까"라고 묻자 의원들도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길은 한 길밖에 없다. 모두 뜻을 모아 안 대표를 밀어주시는 따라주는 것이 우리들 할 일이다. 이 이상의 인내는 미덕이 아니라 직무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국민 소리에 따라서 진군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어쩌다가 부자당 이런 이미지를 가진 것 씻어내야 한다"며 "사실도 아니다. 얼마나 서민 정책 (많이)했나. 서민을 부자로 만드는 정당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지금 서민 살리기법, 서민을 위한 국회가 된 것을 반드시 국민들에게 부각시켜야 한다. 당력을 모아서 서민 정책을 발굴하고 시행하고 국민들에게 정말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모습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대국민 여론조사에 대해 "여야 합의를 할 때 '협의하여 처리한다', '합의하여 처리한다', '처리한다', '표결처리한다' 분명히 구별해 용어를 선택한다"며 "여론수렴과 여론조사가 같습니까. (그렇다면) 그 당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른다고 적시했을 것"이라고 합의 문구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3월2일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선진과창조의모임 문국현 원내대표는 합의문에서 "방송법 신문법 IPTV법 정보통신망법 등 4개 법안은 3월 초 문방위에 자문기구인 여야 동수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고, 문방위에서 100일간 '여론 수렴 등의 과정'을 거친 후,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이명박 정권의 근본적 국정 기조를 문제삼으며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민노당 국회 로텐더 홀에서 '악법 저지' 결의

   
  ▲ 이정희 홍희덕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왼쪽부터)이 연좌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장으로 급히 들어가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 의총이 열린 같은 시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다시 이명박 정권과 거대여당에 의해서 국회가 전쟁터로 변할지도 모르는 엄혹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쇄신, 검찰개혁특위와 국정조사, 특검 등 몇 가지 국민적 요구사항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요구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이 없다. 그리고 '싸울테면 싸워보라, 의석으로 대항할 수 있겠냐' 이런 태도"라고 말했다.

정세균 대표는 "남북관계 파탄, 민주주의 후퇴시키려고 해도 우리는 단호하게 맞서서 민주주의, 의회주의를 지킬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최선을 다하자"고 밝혔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하수인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민주당은 정당한 요구사항을 기필코 관철시킬 것이고 이번 국회 통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한 것, 국정기조를 바로 세울 것이고, MB악법과 언론악법을 꼭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희 곽정숙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도 같은 시간 국회 로텐더 홀에서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라고 씌인 펼침막을 들고 항의를 했다. 오는 29, 30일 비정규직법 본회의 처리를 두고 여야 간에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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