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골목상가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지난 대선 당시 재래시장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때와 많이 닮아 있었다. 넥타이와 양복을 벗고 연녹색 티셔츠에 하늘색 점퍼를 입은 채 현장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참모들을 뒤로 하고 구멍가게, 빵집, 떡볶이집에 들어가 마치 ‘한표’를 호소하듯 상인들과 스스럼없이 악수하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연합뉴스가 25일 보도한 <이 대통령 “서민고통 마음이 많이 아프다”>라는 기사의 첫머리이다. 이 대통령은 25일 서민행보 강화를 명분으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상가와 시장 등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시민과 탁구도 쳤고, 어묵도 먹었다.

언론이 전한 이 대통령의 모습은 서민 고통을 걱정하고 항상 마음 아파하는 ‘따뜻한 대통령’의 모습이다. 그런 모습이 언론 기사와 사진 영상을 통해 전달됐다. 연합뉴스 기사를 더 살펴보자.

“‘내가 20대 때 이문동에 살았었다’고 소개한 이 대통령은 직원들을 격려한 뒤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서예교실과 탁구교실을 찾았다. 점퍼를 벗고 수강생 3명과 함께 탁구 복식경기에 나선 이 대통령은 첫 서브를 실수하자 ‘플레이를 선언해야 시작하는 거야’라며 농담한 뒤 날카로운 서브를 선보이며 약 10분간 경기를 펼쳤다.”

“한 구멍가게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장사가 어떠냐’고 물어본 뒤 ‘너무 어렵다’는 주인의 말을 듣고 뻥튀기를 집어들더니 ‘뻥튀기를 보면 틀림없이 사게 된다. 어릴 때 길에서 만들어 팔았다’며 2000원을 내고 2개를 구입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골목상가를 방문해 튀김집에서 어묵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대통령의 시장 방문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서민과 친숙한 대통령, 항상 서민 생각하는 대통령, 서민 곁에 있는 대통령의 모습 아닐까. 청와대가 준비한 ‘서민 대통령’ 홍보 작품은 언론 없이는 완결될 수 없는 작품이다.

언론의 현장감 넘치는 기사와 사진, 영상이 곁들여져야 ‘서민 대통령’은 한편의 드라마로 완성된다. 언론이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청와대의 의도를 모를 리 없는 언론이 ‘이미지 정치’의 충실한 전달자 역할을 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연합뉴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라는 25일 모습은 아마도 26일자 주요 신문 지면에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서민과 접촉을 강화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1% 기득권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은 흘려 보내고 ‘이미지 정치’를 통해 서민 대통령 흉내를 내려는 모습이 비판받을 대목이다.

청와대가 ‘서민 대통령’ CF를 준비한 25일 정부는 진짜 서민들의 삶에 직결된 문제인 최저임금 제도와 관련해 현행 시급 4000원을 깎으려는 움직임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재계의 최저임금 삭감 요구에 발을 맞추는 정부의 행태는 시민사회의 비판 대상이 됐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친서민행보를 하고자 한다면 최저임금에 대한 서민 목소리를 경청해 정책에 반영해야 하지 아닐까. 또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는 서민 물가를 잡기 위한 정책 마련이 경호원을 대동하고 대통령이 어묵을 먹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일이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부자들 세금 깎아주고, 서민 공공요금 올리고, 서민 최저임금 삭감하는 것에 서민들이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서민인 척 하는 행보가 돼서는 안 된다. 진정성 있으려먼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