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8월 안에 신문고시 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신문판촉을 하면서 3개월 이상 무가지를 제공하거나 상품권과 자전거 등 과도한 경품을 미끼로 제공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지만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9월 이후부터는 이를 견제할 장치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신문사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중앙 동아 문화 "신문고시 사실상 유명무실…업계 자율규제에 맡겨야"

미디어오늘이 공정위 발표 이후인 24일 10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체로 자본력을 갖고 있는 대형 언론사들은 신문고시 폐지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24일 "무가지 제공 기간을 2개월로 제한한 신문고시 규정이 현실과 맞지 않고, 신문고시가 폐지돼야 ABC 제도도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찬성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개인 입장임을 전제로 "신문고시 자체가 신문을 활성화하기보다는 언론을 억압하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없어지는 게 당연하다"며 "제도를 통해 일괄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각 신문사의 자정 노력 등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일보도 신문고시 폐지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문화일보는 "신문고시가 있었지만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도 (감시)하지 않았고, 정부가 개입하면서 신문업계 차원에서 자율규제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제재가 풀리면 신문업계 차원에서 자율규제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과거와 같은 출혈경쟁 우려에 대해서는 "신문사들도 냉정을 되찾고 있다. 경제상황이 이렇게 나빠진 상황에서 과거처럼 출혈 경쟁하는 일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역시 "회사입장이 정리된 것은 없지만 정부에서 신문업계를 규제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업계 차원에서 자율규제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 경향 서울 세계 한겨레 한국 "현금과 상품권 살포 극심해 질 것…자율규제 불가능"

반면,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신문사들은 신문고시가 폐지되면 과거의 출혈경쟁이 재현될 것을 우려했다.

한겨레 관계자는 "현금과 상품권 살포, 무가지 남발 등 과다판촉 경쟁으로 혼탁해져버린 신문시장에서 신문고시를 폐지한다면 신문 판매시장을 더욱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가 ABC공사 부수검증을 받는 신문사에만 정부광고를 집행하고 신문고시마저 폐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신문시장을 망가뜨리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지금까지 과도한 경품제공을 규제하는 법이 있었는데도 지키지 않았는데 신문업계에 자율적으로 규제를 맡기겠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업계차원의 자율규제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일보도 "신문고시는 그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우리가 성실히 지켜도 큰 회사들이 지키지 않으니까 큰 의미가 없었다"고 전제한 뒤 "그렇지만 유명무실하다고 해서 신문고시를 폐지하면 다시 과도한 경품이 뿌려질 것이고 신문시장이 혼탁해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신문고시가 존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오히려 지금처럼 솜방망이 제재가 아닌 더 강한 제재가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도 "자본력 부족한 회사들이야 신문고시 폐지가 반가울리 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계일보 관계자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 같은 자본력 많은 회사들이 신문시장을 점유하게 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매출액이 적고 자본력이 약한 회사들은 (판촉경쟁을) 따라갈 수 없고, 그러다 보면 시장 자체가 혼탁해지고, 그렇게 하다가 신문시장 전체가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조중동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반대했고, 서울신문도 "불법 경품제공으로 신문시장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도 신문고시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지면을 통해 신문고시를 반대해 왔던 조선일보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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