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언론법 강행 처리 절차에 들어가자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 농성에 들어가는 등 의회 정치가 다시 파국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여당의 이번 선택은 청와대의 인식과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23일 오전 소속 의원 전원과 친박연대, 무소속 등 177명 의원 명의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29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열어 언론법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고, 소속 의원에게 ‘외국출장 자제령’을 내렸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미디어법은) 약속대로 6월 내에 표결 처리해야 한다”고 말할 때부터 여당의 강경기류는 예고됐다. 여당의 정면돌파 전략은 청와대와 교감이 이뤄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한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미디어법도 국회에 상정 중”이라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2일 수석비서관회의 브리핑에서 “미디어 관련 법안들은 여야 대표가 합의했던 대국민 약속”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언론법 강행은 정권의 운명을 건 도박이라는 평가도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정권 퇴진운동을 선언했다. 민주당 ‘다시 민주주의’와 ‘국민모임’ 소속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철야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여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언론법 강행을 선택한 배경에는 특정 언론의 이해관계를 외면하기 어려운 여권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언론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 자리에는 조중동 출신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동아 출신 인사로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이경재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조선 출신은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이자 문방위원인 김효재 의원, 문방위 소속 최구식 진성호 의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이 있다. 중앙 출신은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 문방위 소속 홍사덕 의원,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 등이 있다.

언론현안에 대한 여권의 강경기류도 조중동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특정언론의 경우 중립성과 공정성은 전혀 무시된 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있는 상황”이라며 “전체적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조선, 동아, 중앙일보와 원수진 정당 같다”면서 “국내 최대 언론을 원수로 삼으며, 언론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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