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현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수사결과를 지난 18일 발표하면서 당시 제작진 중 한 명의 개인 이메일을 언론에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해당 이메일을 공개하며 "범죄혐의와 관련된 것은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법조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현행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틈을 탄 야만적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정부정책에 대한 결연한 비판적 입장'을 '허위에 대한 의도성'과 연결시키는 것은 사상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기자들로부터 작가의 메일을 공개하는 게 적절했느냐는 지적을 들었다"면서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악의나 현저히 공평성을 잃은 것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다고 판단해 내부에서 많은 고민 끝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법망을 빠져나가는 행태로,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는 "이번 일은 현행법 불비로 일어난 것으로 검찰과 법원, 입법부 세 곳 모두 잘못"이라며 "현행법을 전제로 하더라도 7개월 치 이메일을 보는 것은 포괄적 압수수색으로 극단적으로 말하면 '야만'"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송·수신이 끝난 이메일은 통상의 물건과 똑같이 취급되기에 압수영장만으로 압수수색이 가능한데, 이는 최근 부쩍 높아진 시민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너무나도 쉽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또한 "이메일의 내용이 범죄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지 자체도 의심스럽지만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요하다면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정에서 해야 한다"며 "이번처럼 언론에 공개하는 순간 당사자와 변호인은 반박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재판 이전에 혐의가 확정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쪽은 검찰이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11조 '감청 기록 등을 제 3자에게 공개하지 못한다'는 조항의 자구에만 매달려 이메일이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헌법 18조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본질까지 어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검찰은 범죄구성요건과 관련된 것이므로 사생활이라 할지라도 공개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공적인 사안이라면 이 논리는 맞다"며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도대체 이메일의 내용이 어떻게 범죄구성요건과 관련이 있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예를 들어 앞으로 정부의 집시법 집행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메일을 주고받은 사람들은 그 메일이 집시법 위반의 의도성의 증거로 사용될 것을 감수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어떤 이슈를 집중적으로 추적한다는 것과 그것을 왜곡하려 한다는 것은 서로 관련이 없다"며 "결국 피의자를 여론재판 하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이고,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그 해 상반기 국내 인터넷 포털 다음과 네이버에서 3306건의 이메일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메일을 압수수색 당한 사실을 사용자 본인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지난 4월 수사기관이 개인의 이메일을 압수수색 할 경우 열람사실을 수사종료 30일 전에 본인에게 통지하도록 의무화한 박 의원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임시국회에서 통과됐지만, 개인의 이메일이 압수수색 될 위험성은 상존해 있다. 국내 대형포털의 한 관계자는 "수사기관 쪽에서 (압수수색 등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 이를 거부할 만한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지메일(Gmail)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요청 10여건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핫메일(hotmail)을 운영하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쪽도 국내 수사기관이 이용자의 이메일 내용 열람을 요청할 경우, 미국 법원의 영장을 가져올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장묵 세종대 교수(컴퓨터공학)는 "'포렌식'이라는 첨단수사기법으로 이메일을 다 뒤져볼 수 있다고 하지만, 국가라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섬세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며 "국가와 인터넷기업이 이런 것을 지켜주지 않고 기술을 악용한다면 개인간의 신뢰나 웹 생태계도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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