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제인 집회 불허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기, 국가보안법으로 정부 비판 목소리 막기, 베스트셀러를 ‘불온 서적’으로 낙인찍기,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 옥죄기….

문화연대, 미디어행동, 한국작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 각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표현의 자유 침해에 반대하며 22일부터 26일까지 ‘표현의 자유를 위한 문화행동 - 굳나잇 앤 굳럭’ 행사를 마련한다. ‘굳나잇 앤 굳럭’은 1950년대 초반, 미국 사회를 ‘레드 콤플렉스’에 빠뜨렸던 장본인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과 언론의 양심을 대변했던 에드워드 머로우 뉴스 팀의 실화를 다룬 영화 제목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우선 22일 오전 11시 서울광장 앞에서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표현의 자유 억압에 나선 정부를 규탄했다.

   
  ▲ 문화연대, 미디어행동, 한국작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오전 11시 서울광장 앞에서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표현의 자유 억압에 나선 정부를 규탄했다.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이 표현의 자유에 있어 가장 큰 탄압을 받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은 것은 언론이었다.
집권과 동시에 이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쫓아냈고,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언론계에 낙하산 인사를 두루 앉혔다.  이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한 MBC 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구본홍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이끌어온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노종면 지부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시청자 사과와 경고 등의 조치를 내려 ‘정치심의기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집회·시위와 관련한 실태 보고에서 △경찰이 집회 참여자와 비참여자를 구분하지 않고 연행하거나 폭행하고 있고 △모든 시위를 불법으로 취급하거나 상습 시위꾼 명단을 만들어 집회·시위의 권리를 위축시키는 한편 △모든 집회를 일단 금지함으로써 신고제를 허가제로 둔갑시켜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3월 ‘상습시위꾼 검거 특별수사본부’를 발족했으며, ‘상습시위꾼 소탕 목록’을 만들어 ‘좌파단체와 상습시위꾼 2500명을 발본색원’하겠다는 문건을 만들기도 했다(서울신문 5월19일자 보도).

이 외에도 행정안전부가 2009년 1월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공고를 내면서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에는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경찰은 관련 단체 목록을 만들어 각 부처와 정부산하기관 등에 통보하기도 했다.

한지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활동가는 가수 신해철이 북한의 로켓트 발사 성공 축하글을 쓴 데 대해 라이트코리아가 국보법 위반으로 고발한 것, 시내 유명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정보과 형사가 드나들며 자본론 판매 현황 등을 조사한 것을 예로 들어 “국보법을 들어 정부에 대한 비판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씨는 특히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에게 손도끼 등이 든 협박용 소포를 발송해 기소된 김아무개씨에게 서울중앙지법이 협박미수와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실형을 선고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보·통신 관련 분야에서는 강제적 인터넷 실명제 확대와 함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임시조치 제도가 권력자 비판 목소리를 통제하는 데 악용되는 현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일상적 인터넷 검열, 한나라당의 사이버 모욕죄 추진 등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로 꼽혔다.

출판 분야에서는 지난해 7월 국방부가 현기영 작가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 23권을 ‘불온 서적’으로 선정해 각 부대에 차단 대책을 지시한 일이, 영화 분야에서는 여고생과 이주노동자의 우정을 그려 호평을 받은 <반두비>가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표현의 자유 억압 사례로 지목됐다.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의 문화 정책은 문화예술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장의 물갈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시민사회 영역에 대한 탄압을 넘어 문화예술의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마저 박탈하고 있다”며 “문화예술의 입을 틀어막아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역행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실태 발표를 마친 뒤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이명박 정권은)소통하기 위해 광장에 모이는 것도, 인권의 가치를 나누는 영화제도, 저널리스트의 정당한 언론활동도,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도, 촛불과 풍선을 드는 것도 모두 ‘반정부적’이고 ‘불온’한 것이라고 한다”며 "이 정권은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시민들의 정당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문화연대, 미디어행동, 한국작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오전 11시 서울광장 앞에서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표현의 자유 억압에 나선 정부를 규탄했다.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은 이어 “모든 사람은 의사개진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갖고 있으며 “이는 헌법과 세계인권선언 등을 통해 보장되어 있는 인권의 영역”이자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권리”이므로 “다양한 표현이 표출되는 공간은 그곳이 어디이든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불온’한 이명박 정권을 향해, 그 누구도 ‘안녕’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을 향해, 우리는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하여 말하고 행동하고 표현할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안녕을 위해, 우리의 유쾌한 외침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을 ‘표현의 자유 옹호의 날’로 정하고 오후 7시부터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불타는 필름 연대기> <촛불 다큐 - 우리 집회할까요?> 등을 상영하고 감독들과 이야기 마당도 펼칠 예정이다.

24일에는 이명박 정부 들어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이뤄진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실태와 피해 사례 등을 성토하는 자리가 열리고, 26일엔 문화 공연이 예정돼 있다.

‘언론악법 저지의 날’로 지정된 25일엔 <안티폭스>를 상영한 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양승동 KBS PD 등과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문화행동’의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모두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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