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작진이 검찰에 기소당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경악'한다는 입장을 냈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이번엔 MBC 경영진까지 총사퇴할 일이라는 권한 밖의 언급을 하고 나서자 MBC 내부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19일 한 방문진 이사는 "되레 물러날 사람은 이동관 대변인을 포함한 청와대 사람들"이라고 비판했고, 다른 이사는 "어떤 경우에서도 청와대라는 권력기관에서 공영방송의 사장 진퇴를 두고 나가라 마라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동관 MBC 경영진 총사퇴 언급에 방문진 이사들 "나가야 할 사람은 이동관"

   
  ▲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실제로 MBC 경영진 인사권은 방문진이 갖고 있다. 현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는 8월 말이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MBC에 대한 압박을 노골화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옥시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옥시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이날 오후 "왜 MBC 경영진이 총사퇴를 해야 하느냐. 이동관 대변인 같은 분들이 (국정을 운영하니) 국정이 국민들의 뜻과 달리 가는 것 아니냐"며 "되레 청와대의 모든 비서관과 대통령, 장차관을 포함해 모든 고위 공직자야 말로 책임을 져야 한다. 나가야 할 사람은 이 대변인과 같은 청와대 사람들"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옥 이사는 "(PD수첩 수사결과를 두고 총사퇴할 일이라고 한 데 대해) 그런 식의 잣대를 들이대며 자신들이 권한도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자기 스스로 먼저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희망사항을 말한 것일 뿐…어떻게 청와대가 공영방송 사장을 나가라 마라 하느냐"

다른 방문진 이사는 "희망사항을 말한 것 아니냐. 그렇게 얘기하고 싶으면 하라는 생각이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권한은 우리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변인의 발언 자체가 갖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 이사는 "일반 언론인이나 학자, 또는 재야에서 그런 요구를 한다면 가능한 얘기이겠지만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라는 권력기관에 있는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특히 아직 검찰의 (기소)의견일 뿐일 것을 갖고 예단을 갖고 단정해서 물러날 사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청와대 대변인의 위치에도 맞지 않을 만큼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확정판결이 난 것도 아니며 서로 다투고 있는 사안인데다, 검찰이 언론인을 강제수사하고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것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느냐"고 강조했다.

"기소단계의 사건을 단정해서 물러나라는 건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매우 부적절"

이 이사는 청와대가 공영방송 사장의 진퇴를 언급한 것에 대해 "어떤 경우에서도 이런 식으로 경영진을 바꾸라 마라 언급하는 것자체가 맞지 않은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이사는 이런 발언의 배경에 대해 "(오는 8월 방문진 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MBC를 장악하고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 이근행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 이치열 기자  
 
이근행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철저히 계산된 발언이며, 미디어법 국면이라든가 방문진 이사선임 시기까지 임박했으니 이런 것들을 고려해 내놓은 발언일 것"이라며 "의 기소와 수사결과 발표가 나오자 마자 청와대가 받아서 취재진을 비난한데다 오늘은 이런 식으로 공영방송의 경영진 진퇴를 협박하듯이 거론한 것은 MBC 장악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근행 "MBC 장악의도 드러내" 엄기영 "내가 언급하기 부적절"

이에 대해 엄기영 MBC 사장은 "지금 입장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것이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면 경영진이 국민한테 사죄하고 총사퇴해야 되는 일"이라며 "작은 오보에도 책임지는데 하물며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무리한 편파 왜곡 방송을 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거꾸로 언론탄압이다, '정치수사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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