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MBC 제작진 5명을 기소하면서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제작진과 변호인이 18일 "간첩사건 다루듯 수사하며 인권을 유린했다"며 검찰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는 등 강도높게 성토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날 검찰이 공개한 김 작가의 이메일 3건 외에 수사과정에서 김 작가의 7년치 이메일을 낱낱이 뒤졌던 것으로 드러나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관행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김형태 변호사 "알 권리·표현자유 침해한 위험한 기소…헌재 취지에 정면 배치"

   
  ▲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1층 기자실에서 검찰의 MBC PD수첩 기소 발표에 대한 반박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조능희 전 MBC PD수첩 CP와 김형태 변호사. 이치열 기자  
 
김형태 변호사와 조능희 전 MBC 책임프로듀서(CP)는 검찰의 PD수첩 사건 수사결과 발표가 끝난 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1층 기자실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정책 비판 보도를 담당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하면 모든 언론들이 정부정책 비판 보도를 할 수 없게 된다는 면에서 국민의 알 권리나 보도기관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험한 기소"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헌법 재판소와 대법원 모두 공적 관심사나 공익에 관한 보도의 경우 사인의 명예훼손보다 더 크게 보호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데, 이번 기소는 헌법재판소 대법원 취지에 정반대된다"며 지적했다.

조능희 PD는 이날 검찰의 수사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 전현준 형사6부장, 박길배 검사를 "정치검사"라고 규정했다. 조 PD는 특히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 공개에 대해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수사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조능희 PD "수사과정서 PD수첩더러 '반미종북주의 아니냐' 물어" 개탄

   
  ▲ 김형태 변호사. 이치열 기자  
 
조 PD는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PD수첩 프로그램이 반미 종북주의 아니냐'고 물었다. 대한민국 검사가 PD수첩 CP에게 그런 식으로 묻는 데 나는 너무도 놀랐다"며 "검사가 수사과정에서 (김 작가의) 개인 메일을 읽어줬는데 난 변호사에게 듣기 싫다고 했고, '사생활에 대한 것을 묻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PD는 "김은희 작가의 메일을 2002년부터 2008년까지 7년치를 압수했다고 한다. 개인적 사생활에서 쓸 수 있는 개인적 언어들이 얼마나 많겠느냐. 수천 개의 문장일 텐데"라며 "김 작가가 이명박 운명과 관련해 친구들에게 '이제 좀 바꿔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면, 그렇게 사적으로 한 얘기를 토대로 제작했다고 검찰이 입증할 수 있느냐. 담당 검사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PD는 "지금이 몇 년도냐. 아직도 개인 수천 개의 이메일 엮어서 몰아갈 수 있느냐…이게 국가전복음모나 생명에 관련된 것이냐, 아니면 간첩사건이냐. 지나가다 농담으로 한 말을 일기에도 쓸 수도 있다. 그런 것의 의미를 찾느냐"며 "언제부터 이런 식으로 수사했느냐. 전두환 때 수사방식 아니냐. 이렇게 해서 어떻게 연결시키느냐"고 성토했다.

"김은희 작가 메일 7년치를 압수…검찰 언제부터 이렇게 수사했나, 간첩단 수사하나"

조 PD는 "검찰이 이를 입증해야 한다. PD수첩과 관계된 사람이 20여 명 되고, 번역가까지 하면 40명에 달한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왜곡에 이들이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조 PD는 "이런 수사는 인정할 수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후퇴"라며 "검찰이 '당당하면 나와서 수사받으라' '당신들은 법위에 있느냐'고 하는데 우리는 그동안 고소고발 당했을 때 수사 받았었다. 개인의 명예훼손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과 정부정책 비판 보도와 어떻게 같이 놓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취재과정에서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vCJD 외에 다른 가능성을 다 취재했고, 이를 알면서도 그렇게 방송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라는 질문에 조 PD는 "(사전취재를 통해 아레사의 사인 가운데 CJD일 경우) 수술로 인한 CJD, 고기를 먹었을 때의 CJD 두 가능성으로 모았고, 어머니 로빈 빈슨에 물었다. 검찰은 '원본에 보면 '수술후 후유증'이 아닌지 생각해 비타민도 먹여보고 했다'는데, (원본에 이런 말은 없고) 의사가 수술 후 후유증이 아니라고 했다. 의사는 딸의 사인이 광우병 의심환자라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사를 써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검찰이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큰 주저앉은 소들이 도축돼 식용·유통된다고 방송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조 PD는 "우리는 이렇게 방송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dairy cow'를 '심지어 이런 소'로 번역한 것을 문제 삼은 데 대해서도 조 PD는 "인터뷰에 응했던 사람이 오히려 번역을 잘했다고 말했다"며 "공증까지 받아놨고, 법정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검찰 뭘했나…아레사 빈슨 어머니 만나긴컨녕 자막에만 매달려"

   
  ▲ 조능희 MBC PD. 이치열 기자  
 
조 PD는 "우리는 광우병 의심환자라는 확신을 갖고, 협상에 어떤 관련이 있느냐고 민동석 당시 차관보에게 질문했는데 민 차관보의 답변은 '지난 1월 말에 버지니아 주에 22살 먹은 어느 여성(빈센트)이 광우병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사망했다'는 것이었다"며 "당시까지만 해도 아레사 빈슨은 인간광우병 의심환자였다"고 반박했다.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CJD로 말한 걸 의도적으로 vCJD로 왜곡방송했다'는 검찰의 핵심 주장에 대해 조 PD는 "우리 취재진이 다시 어머니에게 '왜 CJD라고 했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다 내가 말한 것은 모두 vCJD였다'라고 했다"며 "왜 검찰은 이런 손쉬운 확인조차 안 하느냐.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 1년 간 뭐했느냐. 미국에 가서 만나보면 되지 않느냐. 그게 수사이고 취재다. 그건 않고 왜 자막에만 매달려 고쳤냐, 왜곡이냐라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어 검찰의 기소에 대해 "현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에 따른 위험을 경계할 것을 알리며 국민의 눈과 귀를 밝히려는 언론을 억압하고자 혈안이고, 인권과 민주주의, 공익의 수호자여야 할 검찰은 꼭두각시마냥 부화뇌동하고 있다"며 "'반성이나 뉘우침 없는 검찰에 대해 법적 투쟁으로 명예를 지키겠다'는 제작진의 뜻에 동참하며 법적 조언과 변호를 제공해 언론자유 수호와 정치검찰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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