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MBC <PD수첩>이 광우병 위험성을 왜곡하는 데 악의와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불구속 기소된 김은희 작가의 사적 이메일까지 공개해 표현과 사상의 자유까지 침해하면서 무리하게 혐의를 덧씌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은희 작가는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며 강도높게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 김은희 작가 이메일 공개 파문…"왜곡 방송 의도 추정"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현준)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다양한 왜곡 방법을 동원해 실제 취재한 내용이나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 내용으로 방송했으므로 허위사실에 대한 고의는 당연히 인정된다"면서 압수물 중 왜곡 의도를 추측할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그 자료로 제시한 것이 김은희 작가의 개인 이메일 내용 일부이다. 모두 3가지로 김 작가가 지난해 4월18일, 6월7일, 6월13일 지인들에게 보낸 내용으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여서 그랬나 봐요" 등의 사적인 대화내용이었다.

검찰은 이 같은 편지내용을 공개한 뒤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을 뿐 아니라 허위 내용을 방송한 의도를 추정할 수 있는 등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이를 두고 "기자들로부터 작가의 메일을 공개하는 게 적절했느냐는 지적을 들었다"면서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악의나 현저히 공평성을 잃은 것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다고 판단해 내부에서 많은 고민 끝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자들 "개인의 정치적 지향으로 왜곡했다고 할수 있나" "이메일과 왜곡과 무슨관계"

정 차장은 "이 내용은 일부 공소사실에도 있고, 의도를 추정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일부만 발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은 김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한 것에 대한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이 이메일이 김은희 작가의 의도만 해당되느냐'는 질문에 정 차장은 "이메일엔 김보슬 PD가 언급이 된다. 제작진 전부와 공유하고 있는지는 모르나 김 PD의 경우 당시 방송분량의 미국쪽을 상당부분 취재했다. 제작진 전체는 아니라도 일부와는 심정적으로 공유되지 않았나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개인적 정치적 지향점을 근거로 왜곡을 했다고 연결지을 수 있느냐' '홍OO 노OO 들어가는 부분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 '필이 꽂혀서 방송했다는 것이냐'는 문제제기를 했다. 정 차장은 "왜곡한 사실은 발표한 바와 같고, 이메일에 광우병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고 있다. 방송이 왜곡된 부분이 있다. (홍OO 관련 발언의 경우 PD수첩 방송과)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정병두·전현준 "범죄혐의와 관련돼있어 밝힌 것"

'이메일 내용만으로 추측할 수 있는 왜곡방송의 의도가 뭐냐'고 묻자 정 차장은 "A라는 사실을 취재했는데 B라고 보도한 이유는 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회견이 끝난 뒤 정 차장과 전현준 형사6부장은 기자와 만나 '김 작가가 조사받았을 때 뭐라던가'라고 묻자 "진술거부권을 계속 행사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메일에서 사적으로 의견교환을 하던 것까지 범죄의 의도라고 공개하는 것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 전 부장은 "모든 사생활에 대한 것이면 그럴 수 있어도 범죄혐의와 관련된 것은 (공개)할 수 있다"며 "그래서 (방송제작에) 해당되는 것만 발췌해서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검찰 출입기자는 "직접적으로 혐의와 연결짓기도 힘든 것까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면서 범죄혐의의 의도를 강조한 것은 되레 검찰이 제작진에 악의를 드러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은희 작가 "검찰 PD수첩사건을 공안사건으로 낙인, 마녀사냥…엄정히 법적 대응할 것"

김은희 작가는 검찰의 이 같은 보도자료 배포와 기자회견에 대해 법적 대응입장을 밝혔다.

김 작가는 "검찰이 갈 데까지 갔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씌울 게 없었으면 그렇게 했겠느냐"며 "내가 해명을 안했다고 하는데, 왜 내가 해명을 해야 하느냐. 동료와 PD들에게도 이런 내용을 해명할 이유는 없다. 내가 방송대본을 썼느냐, 인터뷰를 했느냐, 기고를 했느냐. 사석에서 수다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까지 법적 수사대상으로 삼아 검토하고 범죄의 증거로 보느냐"고 비판했다.

김 작가는 "PD수첩이 공안사건이냐"라며 "내용이 허위인지 왜곡인지 진실인지까지 따지면될 일인데, 어떤 의도로 썼는지까지 수사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내 메일을 왜 제3자가 봐야 하느냐…내 입장을 갖고 검열하려는 것"

김 작가는 "검찰 수사가 어떤 의도로 PD수첩 문제를 보려는지 보여준 것"이라며 "PD수첩을 반정부 프로그램으로 낙인찍고 마녀사냥하려 하고, 나의 정권과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갖고 검열하려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김 작가는 "이 정권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프로그램 제작 때 어떤 정치적 지향인지 확인하고 하느냐. 사실 근거로 제작하는 것이다. 작가가 무슨생각 갖고 있는 게 뭐가 중요하며, 왜 제3자가 내 메일을 봐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김 작가는 "검찰에 민형사 소송과 함께 인권위 진정도 할 것이며, 문화일보를 포함해 이 내용을 받아쓴 언론에 대해서도 대응할 것"이라며 "개인에 대한 사생활 침해와 인권유린이라고 보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며, 박길배 검사가 신문을 어떻게 했는지 얼마나 인권을 짓밟았는지에 대해서도 차후에 다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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