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다 뜬다 하면서도 안 뜨던 전자책 시장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의 전자책 리더 킨들DX2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일본의 소니와 닌텐도 등도 경쟁적으로 새로운 단말기를 내놓고 있다. 애플도 아이폰과 아이팟터치에서 전자책 리더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고 구글 역시 인터넷으로 전자책 리더를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자책 표준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프랑스에서는 언론사들이 전자책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프랑스텔레콤의 자회사 오랑제가 르몽드와 파리지엥 등 5대 신문사들과 손잡고 이동통신망을 통해 전자책을 내려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고 무가지를 배포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도이체텔레콤이 전자책으로 볼 수 있는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휴대전화가 전자책 리더로 자리잡고 있는데 특히 만화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가장 의욕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교과서 출판과 유통 비용을 줄이기 위해 1억6500만 명에 이르는 학생들에게 전자책 리더를 공급할 계획이다. 디지털 출판이 국가 11차 5개년 계획에도 포함돼 있다. 2010년까지 전국 어디에서나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세계적으로 전자책 시장이 지난해 18억 달러에서 2013년 8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전자가 파피루스라는 전자책 리더가 이달 안에 출시될 계획이다. 중소기업으로는 네오럭스에서 만든 누트라는 전자책 리더가 이미 나와 있는데 네트워크 기능이 없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 등도 올해 안에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 아래 단말기 업체들을 물색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의 대표 주자인 예스24와 알라딘 등도 공동출자 법인을 만들고 출판사들과 전송권 계약 등을 협의하고 있다.

한화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파피루스의 콘텐츠 공급자로 예스24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중앙일보 계열사인 중앙M&B와 제휴를 맺고 전자책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당장 콘텐츠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출판사들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예스24와 손을 잡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삼성전자의 경쟁상대가 될 SK텔레콤 역시 예스24에 구애의 손길을 뻗칠 가능성이 크다.

주목할 대목은 전자책 사업자들과 콘텐츠 저작권자 사이의 갈등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0월 구글의 도서검색 서비스가 3년에 걸친 저작권 공방 끝에 미국작가협회와 출판업협회 등과 합의를 끌어냈다. 구글은 저작권자들에게 수익을 배분하고 데이터베이스 접근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구글의 합의 이후 온오프라인 서점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랜덤하우스의 경우 지난해부터 모든 신간 도서를 전자책으로도 발간하기로 했다.

한화증권 안하영 연구원은 “대형 출판사들이 아마존에 앞 다퉈 아마존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1등 온라인 서점에 콘텐츠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양한 단말기와 서비스가 쏟아지겠지만 결국 핵심은 콘텐츠가 될 것이고 언론사들도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예스24 등과 제휴를 모색할 수도 있고 독자적인 콘텐츠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마존은 이미 뉴욕타임즈 등과 제휴해 월 2~3달러 수준의 정액으로 뉴스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공급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기도 하다. 안 연구원은 “한동안 미국이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겠지만 성장속도는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는 유럽과 중국이 더 빠를 것이고 우리나라도 인프라가 이미 충분히 보급돼 있는데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신규 수요가 많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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