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정국은 촛불에 이어 청와대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더욱 구체화되고 강력해진 것을 의미한다. 현 상황은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임계점에 이른 것을 시사한다. 시민사회가 제시하는 강력한 사회변동 요구 수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더욱 탄력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현 시국을 분석하고 대통령제와 민주주의 관계 등의 특성을 살펴 과학적인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연재기획을 시작한다./편집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재정치를 경계하는 발언을 하자 청와대와 여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1일 ‘이명박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국민들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할 것이다. 국민들은 과거 50년 동안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위태로운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을 할 것을 바란다’고 말하고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한다. 독재자에 고개 숙이고 아부하지 말자’고 언급했다.

   
  ▲ 지난 5월28일 오전 11시께 서울역광장 분향소에서 추모를 마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 정부의 반대로 29일 영결식 추모사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하며, 지금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댈 곳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줄을 잇고 있는 시국선언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는 "전직 국가원수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오히려 분열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강력 반발했다. 한나라당 일부 당직자는 전직 대통령의 호칭조차 생략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와 여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조차 생략한 살아있는 정권의 타살 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김 대통령의 고언에 대해 독설을 아끼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20년 이전으로 후퇴시켰다는 평가는 이제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전국 4000여 명의 대학 교수와 수백 명의 법조인, 수천 명의 시민사회 각계 인사들이 봇물처럼 쏟아내는 시국선언에 담긴 현 정권에 대한 공통된 비판이다. 시국선언이 줄을 잇는 것은 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절망이 얼마나 극심한 가를 웅변한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국정전면 쇄신을 주장하고 수구언론은 ‘보수 공멸’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소통을 거부하면서 차벽 속에 갇히는 신세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치 못한다. 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치는 최근 남북관계도 무력 충돌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악화시켰다. 현 정권은 국내위기 상황을 북 핵 위기로 덮으려하고 국내 언론은 이에 대해 적극 협조하는 모습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4월18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D.C 북쪽 메릴랜드주 미 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 조지 부시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운 채 골프 카트를 운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제반 정책은 부시 전 대통령 정책을 교과서로 삼은 듯한 시대착오적, 후진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경찰, 검찰을 앞세운 법치주의를 강조,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등 지난 10년 동안 신장된 민주주의와 인권의 공간을 허무는 삽질을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고문을 합법화하거나 포로를 학대하는 식의 반인권, 비인도적 정책을 강행했는데 청와대가 그런 공권력 악용 방식을 모방하고 있다. 최근 경찰이 서울 광장 주변에서 방패로 시민의 머리를 강타하는 등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펴는 것은 부시 시절 미공안당국의 대 테러전쟁에서 보인 폭력적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이 경찰력을 앞세워 국민의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이버 모욕죄 도입 등을 시도하는 것은 정권 안보를 이유로 공권력을 남용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비상한 상황에서 정부가 탈법을 포함한 초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독재적 발상이다. 이 대통령은 부시의 반인권, 비인도주의적 발상을 흉내 내다가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주춤하는 듯 했으나 전혀 시정되지 않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부시의 노선을 답습하면서 청와대의 대북 정책도 전혀 수정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을 적대시하다가 결국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전략으로 전환했는데 청와대는 이런 점을 외면한 채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부적절한 대북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이후 대북정책에서 부시 정책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많은 무리수를 범하고 있는데 이는 이 대통령의 ‘개혁 개방 3000’을 뼈대로 한 대북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현 정부의 비우호적인 대북관계 추진은 국가보안법에 의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본 토양이 된다는 점에서도 매우 우려스럽다.

청와대의 정치 철학이나 현상인식은 21세기의 시대적 요구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청와대는 선거에 의해 집권한 이상, 합법의 테두리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으로 무장되어 있다.

   
  ▲ 고승우 미디어오늘 논설실장.  
 
합법적인 정부에 대한 도전은 공권력으로 차단하고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회에서 여당이 다수이며 경찰이 광화문과 시청광장을 지켜주고, 군은 안보의 철벽으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식의 태도다. 전직 대통령의 공개적인 경고에도 막가파식 반응을 보인다.

지구촌을 살피면 사회변혁의 방식은 과거의 상식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부적절한 정치권력에 저항하는 국민적 행동방식은 특히 19, 20세기 들어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형식과 내용이 돌출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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