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등 주요 광고주, 신문광고 기피 현상 뚜렷
대기업 등 주요 광고주, 신문광고 기피 현상 뚜렷
[한국신문의 내일을 말하다]3. 신문광고

미디어오늘은 한국 신문업계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700호부터 ‘한국 신문, 내일을 말하다’ 기획을 시작했다.. 이번 회는 신문광고 매출 현황과 광고매출액이 신문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짚어보고 신문광고가 추락하고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진단했다./편집자

#1. 대형 통신회사를 출입하는 ㄱ 신문사의 ㄴ 기자는 얼마 전 출입처 관계자에게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광고경기가 불황이라 참 어렵겠다”면서 “우리도 상황이 여의치는 않지만 ㄱ 신문에 광고를 줬으니 앞으로 잘 좀 부탁한다”는 취지였다. ㄴ 기자는 의아했다. 최근 들어 지면에서 이 기업의 광고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기업은 ㄱ신문 지면에 광고가 게재되면 다른 신문사 영업사원들이 몰려와 광고를 달라고 할까 봐 지면에 광고가 게재되지 않는 조건으로 광고비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2. 얼마 전 5월 신문사별 광고매출액 집계 자료를 받은 ㄷ 신문사의 ㄹ 광고국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대형 신문사 가운데 한 곳의 매출액이 ㄷ 신문사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추정치보다 수십 억 원이나 많게 나왔기 때문이다. ㄹ 국장이 다른 신문사 광고국에 확인해 보니, “우리 회사 추정치보다 매출액이 훨씬 많이 잡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신문사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속일 꺼면, 신문사끼리 매출액 자료를 교환하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경기 침체와 미디어 환경 변화로 신문광고 시장의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

광고정보센터가 발행하는 ‘광고계동향’ 지난해 12월호에 따르면, 2007년 말만 하더라도 2008년 인쇄매체 광고시장은 3~5%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유가, 환율문제, 금리상승에 다른 소비심리 위축 등과 같은 부정적 요인에 크게 위협받지 않는다면 5%대의 경제성장률 성장 전망과 신정부 효과, 민간소비의 완만한 회복세 그리고 베이징올림픽 호재 등이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지난해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사상 최고치의 국제유가 상승, 미국발 금융 위기 등의 여파로 뒤집혔다. 잡지 광고시장은 다소 선전했으나 신문 광고 시장, 특히 종합일간지 시장은 12% 이상 저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디어오늘이 복수의 광고기획사와 신문사의 2008년 광고매출 현황 자료를 종합한 결과 매출액 규모가 가장 큰 조선일보의 경우 2007년에 비해 20% 가량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중앙일보는 19%, 동아일보는 18%씩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일보와 문화일보 등 일부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지, 무료신문이 선전했음에도 신문업계의 광고 매출이 10% 이상 저성장한 것은 대형 신문사들의 매출액 하락폭이 컸기 때문이다.

신문 광고매출의 하락에는 대형 광고주들의 신문광고 기피도 한몫 했다. 신문광고 10대 광고주인 AIG손해보험, 삼성전자, SK텔레콤, 롯데백화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신문 광고 집행을 대폭 줄였다. 업종별로는 신문광고 주요 업종인 서비스, 금융·보험 및 증권, 유통, 컴퓨터 및 정보통신, 건설·건재 및 부동산 등이 신문광고 시장 감소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추성호 대홍기획 미디어전략팀장은 ‘광고계동향’에서 “1998년 IMF 금융위기와 2001년 IT산업 버블붕괴로 인한 경제침체로 인쇄매체 광고시장이 광고연감의 인쇄매체 광고비 기준으로 각각 전년대비 -38.2%, -21.4% 성장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2009년도 국내 경기침체 전망은 인쇄매체 광고시장 전망을 매우 어둡게 하고 있다”며 “신문 광고시장은 주요 광고업종인 금융, 건설부동산, 가전, 관광 등이 국제 금융위기와 내수경기 침체로부터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2008년보다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광고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06년 2조1604억 원이었던 국내 인쇄매체 광고시장은 2007년 2조2642억 원으로 4.6% 성장했다가 지난해 2조1500억 원으로 떨어져 5% 이상 감소했다(표1,2 참조). 광고정보센터는 올해 인쇄매체 광고시장 규모를 많아야 2조~2조 6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다. 아무리 선방해야 4% 이상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들어 대형 종합일간지의 광고 매출 추이를 보면 인쇄매체 가운데 신문사의 저성장 폭은 더욱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1, 2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까지 빠졌다가 조선·동아의 창간기념일이 포함된 3, 4월에 15~23%로 하락폭이 둔화됐으나 5월 들어 다시 20~27%까지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표3 참조). 손병기 중앙일보 광고이사는 올해 1분기 신문사 광고 수주 실적이 외환위기 때보다 밑돌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문업계의 최대 광고주인 대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신문 광고를 기피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기 침체로 인한 마케팅 비용 절감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신문사의 광고국장은 “아침마다 다른 신문사에 게재된 광고를 보고 광고주를 쫓아가 괴롭히는 바람에 신문광고를 아예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기업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광고 영업의 차원을 넘어 괴롭히는 정도나 방식이 너무 심하면 광고주가 귀찮아서 아예 광고를 끊어버려 파이를 우리 스스로 깎아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신문사의 광고국 간부는 “경기 침체를 이유로 대기업들이 광고를 하지 않고 있는데 1분기 실적을 보면 대부분의 대기업이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며 “진보적인 신문에는 교체된 정권이 보수적이라는 점을 핑계로 광고를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신문사들이 매일의 광고매출에 목을 매는 이유는 신문사 매출 구성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언론재단이 내놓은 ‘2008 언론 경영성과 분석’에 따르면, 1999년 87.5%였던 신문매출(광고매출+구독료)은 2007년 74.5%로 감소한 반면 사업매출 비중은 12.5%에서 25.5%로 증가했다. 세계일보나 경향신문의 부동산 사업 매출을 제외하면, 광고매출액 대 기타 수입은 85 대 15 정도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강미선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기타 수입으로 잡히는 15% 가운데 10% 이상이 지역 판촉비로 내려가기 때문에 광고 수입은 적은 신문의 경우 거의 100%에 가깝고 대형 신문은 90% 이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신문사의 간부는 “전체 수입 가운데 광고비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는 구독료를 인상해야 하는데, ‘어떤 신문사가 언제 뒤통수를 치고 독자를 뺏어갈 지 모른다’는 신문사 간의 불신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발행부수 공개 등 광고주들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으면서 언론의 힘을 등에 업고 조폭처럼 광고를 요구하는 관행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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