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와 변희재 미디어발전국민연합 대표의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진 교수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잇따라 권리침해 신고를 받고 접근금지 조치가 되자 5일 미국에 서버를 둔 구글이 운영하는 블로그스팟으로 옮겨가 "듣보잡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듣보잡'이란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뜻의 속어인데 '변듣보'라는 별명이 붙은 변 대표를 의미하는 말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있는 진 교수의 블로그에는 최근 7개의 글이 모두 접근금지 조치돼 있는데 카테고리의 제목에 "호듣호보를 허용하라", "듣보를 듣보라고 부르지 못하는 현실을 비관하여 망명갑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새 블로그의 주소(ch601.blogspot.com)가 남겨져 있다. 진 교수는 이 블로그에 쓴 첫 글에서 "'듣보'라는 별명에 대해 왜 그렇게 민감한지 모르겠다"며 "나는 '듣보'라는 용어를 '조만간 바뀌게 될 개념'으로 사용했다"고 비꼬았다.

   
  ▲ 권리침해 신고로 접근금지 조치된 진중권 교수의 블로그.  
 
진 교수는 "'듣보잡'이라는 용어는 낡은 386세대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한 청년의 초고속 성장의 의미가 되어버렸다"는 변 대표의 글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다시 말하면 '듣보'란 용어는 '길게는 2년, 짧게는 6개월 만에 크게 성장해서 진출하고 있는 한 청년의 초고속성장'이라는 뜻"이라며 "나는 칭찬을 한 것"이라고 거듭 비꼬았다. '듣보'라는 말을 썼다고 해서 접근금지 조치된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총장이 표적 감사를 이유로 사퇴한 지난달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학교 객원교수로 있었던 진 교수가 지난해 2학기에 강의를 하지 않았으면서 1736만 원의 강의료를 부당 수령했다며 이를 회수할 것을 요구했다. 진 교수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2학기 강의를 하지 않은 것은 외압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강의가 개설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진 교수는 그동안 변 대표와 직접적인 충돌을 피해왔으나 이번 한예종 사태를 겪으면서 변 대표에 대한 정면 공격을 불사하고 있다. 진 교수는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나에 대한 의혹은 '듣보잡'이라 불리는 모씨가 처음 제기한 것"이라고 변씨를 지목했다. 진 교수는 "인터넷 낭인들의 허접한 기사가 문화부 공식 입장의 '원본'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는 일은 없기 바란다"며 변 대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고 있는 문화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진 교수는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에서 "그동안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공격은 그냥 무시했지만, 이번에는 '위험한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배후에 권력이 있다"면서 "싸움을 하기 위해 주변을 정리해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진 교수가 그동안 활동해 왔던 진보신당에서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 변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신문 빅뉴스에서 "변듣보, 돌대가리들의 잔머리, 미끼, 일당 등등 모욕적 욕설을 퍼부은 진씨의 글은 법적으로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변 대표는 진 교수가 블로그스팟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진중권씨를 대한민국 포털 미디어다음 블로그에서 추방시키는데 성공했다"면서 "법에 대한 백치에 가까운 진씨가 마음대로 위법성 글을 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변 대표는 "진씨의 도피 혹은 추방은 한국 인터넷 여론 시장 개혁에 단초가 될 것"이라면서 "다음주 안에 진중권씨, 와이텐뉴스를 제작한 에이딕스 바이러스의 조경일 대표와 연예인 전유경씨, 그리고 이 동영상을 의도적으로 방치시킨 네이버에 민형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마구잡이로 모욕적 게시글을 늘어놓은 네티즌 개개인에 대해서도 이들의 숫자가 천명이든 만명이든 관계없이 모두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일단 진 교수가 해외 사이트로 옮겨간 이상 진 교수의 글이 추가로 접근금지 조치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변 대표도 "해외 블로그까지 가서 위법 게시글을 쓰는 사람에 대해서 해당 개인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힘들게 이를 차단시킬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향후 사이버 망명지에서의 진 교수의 반박과 변 대표가 예고한 법적 조치, 그리고 한예종 사태에서 촉발된 진중권 죽이기 논란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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