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법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위원장 김우룡 강상현) 전체회의가 5일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추천 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열려 야당쪽 인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야당쪽은 언론법 등을 강행처리 하기 위한 수순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여당쪽은 부정하고 있어, 활동 종료일인 25일까지 난항이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미디어위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한나라당 추천 위원 10명 전원과 자유선진당 추천 위원만이 이날 오전 10시께,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었고 민주당쪽 추천 위원 8명과 창조한국당 추천 위원은 전체회의 자리에 없었다. 앞서 지난 4일 밤 11시께 국회 사무처는 한나라당쪽과 자유선진당쪽 위원들의 요청으로 미디어위원 전원에게 회의 개최에 대한 내용을 메일로 발송했다.

지난 3월부터 미디어위원회 전체회의 중 일부 위원들이 불참한 경우는 있었지만, 특정 정당 소속 위원들만 회의를 연 것과 회의 전날 사무처가 회의 개최 사실을 메일로 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매주 전체회의에 앞서 운영소위원회 회의를 열었고, 소위원회 회의에서 금요일 회의 관련 내용에 합의를 한 바 있다. 

민주당쪽 "지난번 소위 결정 사항 봐라. 여야 위원들이 합의했냐"

   
  ▲ 5일 오후 5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 창조한국당 추천 미디어발전국민위원 일동 명의로 성명서가 발표됐다. 민주당쪽 추천 이창현 강혜란 강상현 박민 위원 모습(왼쪽부터). 최훈길 기자 chamnamu@  
 
민주당쪽 추천 위원인 강상현 공동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 추천)김우룡 위원장이 오늘 오전 10시쯤에 전화해서 '회의 안 오느냐'고 말해 '회의하기로 언제 합의했느냐'고 말했다"며 "지난번 소위 결정 사항을 봐라. 여야 위원들이 합의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미디어위원들이 국회 사무처에 제출한 회의 결과 문건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소위원회 회의에서 참석한 위원들(강상현, 강길모, 황근, 최홍재, 이창현, 최상재, 문재완, 박경신)은 "위원회 활동시한 및 연장가능여부에 관하여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및 3당 간사에게 문의하기로 하고 6월5일 회의 개최 여부는 활동 시한 등에 관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 위원장과 3당 간사로부터의 회신 결과에 따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3당 간사들(나경원 전병헌 이용경 의원)은 5일 오후에 처음으로 만나 미디어위원회 활동 종료 시점을 25일로 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쪽과 창조한국당 추천 위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여론 외면하고, 언론악법 강행 처리하려는 한나라당 측의 독단적 행태는 미디어위원회 파기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여야 간 합의 없이 회의 일정을 잡아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로만 회의를 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일방주의가 국회 미디어위원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듯해 지극히 개탄스럽다. 이번 한나라당 추천위원들 간의 논의는 원천 무효이며 자기들끼리 간담회를 연 것"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창조한국당쪽 "이명박 정부의 일방주의"…총체적 불만 터져 나와

특히 이들은 단독 개최된 전체회의를 계기로 "미디어위원회의 파행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첫째 "국민 무시, 여론조사 및 실태조사 실시 거부"라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추천위원들은 여론조사와 실태조사에 대한 기초자료 조사를 거부했다. 국민여론 수렴을 위한 여론조사가 미디어위원회의 핵심적인 과제임에도 이를 거부한 것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안에 대한 국민의 반대여론을 전적으로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지역 무시, 지역공청회 파행에 따른 지역여론 수렴 실패"라며 "부산과 광주지역 등에서 지역공청회를 파행으로 이끈,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은 이제는 아예 대전공청회 개최마저 일정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지역 여론수렴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야당 무시, 미디어위원회의 일방적, 독단적 운영"이라며 "여야 확대운영소위에서 논의된 것처럼 위원회의 최종일정과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한 합의 없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추천위원들만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잡은 것은 합의를 존중하기 위해 여야 동수로 구성된 미디어위원회의 기본적인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쪽이 의심의 눈초리를 놓지 않는 것은 이날 사태가 여당의 언론법 강행을 위한 '전초전'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도 6월 국회에서 처리할 주요 법안 중 신문법, 방송법, 정보통신망법 등을 꼽은 바 있다.

박민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한나라당이 보이고 있는 행태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미디어발전국민위 출발부터 (언론법에 대한)국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라며 "최종적 결과물 중 하나가 야당 의원들 배제한 채 전체회의를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국민적 여론 수렴을 위해 미디어발전국민위가 구성됐음에도 여당쪽 위원들은 국민 여론을 귀담아 듣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라며 "여당 스스로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보수신문과 대기업에게 방송을 넘겨주겠다는 결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쪽 "모양이 안 좋지만 안한다는 것보단 낫다…여론조사 공청회 얘기 한 적 없다"

그러나 여당쪽은 매주 금요일 회의가 합의된 것이며 이날 전체회의에서 지역공청회 등 향후 일정에 대해 합의된 내용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미디어위원회 금요일 회의는 (지난 3월20일)2차 전체회의 의결사항이다. 매주 금요일에 정기회의를 실시한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를 연 배경에 대해 황 교수는 "지난 2주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아무 것도 안 하지 않겠나"라며 "우리는 주어진 회의조차도 못한다면 말이 되겠나. 모양이 안 좋지만 안 한다는 것보단 낫다"고 말했다.

황근 교수는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선 "구체적인 논의는 운영소위를 통해서 한다. 다음 주 12일 전체회의 시간에 법안에 대한 의견을 논의한다는 것만 합의를 봤다"며 "'대전공청회를 안 한다'고 한다는 그런 말도 안 나왔다. (위원들이)여론조사, 대전공청회(에 대해) 개인적인 얘기가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우룡 위원장은 통화에서 "회의를 하기로 됐는데 나타나지 않으니까 (강상현 위원장에게 오전에 전화를 한 것)"이라며 "회의를 한 시간 정도 하고 오후 2시 반에 속개를 하도록 해서 그때라도 오시도록 기다렸다"며 이날 상황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은 회의를 원만히 운영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 위원의 문제에 있어서 지적하고 싶지 않다"며 이날 상황이 야당쪽 문제임을 에둘러 주장했다.

한편,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 대해 "각자 의견만 개진하는 형태였다.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지만 "(위원들 중)개인적인 의견으로서 이제 활동은 공청회, 여론조사 이런 부분보다는 실질적인 논의에 집중돼야 한다는 개인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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