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 한일합방 100주년인데…. 뭐 좋은 일이라고 100주년인가. 여러분(청와대 출입기자)은 100년이라고 해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오후 춘추관을 찾아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일본 민주당 대표 접견 결과를 브리핑했다.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 발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한일합방 100주년’이라고 표현을 했다가 바로 100주년이 아니라 100년이라고 정정했다.

한국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100년을 청와대 대변인이 ‘100주년’이라고 표현하고, 그대로 방치했다면 커다란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대변인은 자신의 발언을 곧바로 정정했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일본 민주당 하토야마 대표를 접견하고, 한일 양국의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출처-청와대  
 
춘추관에 있던 한 기자는 “우리(한국 쪽) 용어가 경술국치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이 대변인에게 되물었다. 이 대변인은 청와대 직원에게 “한일합방이라는 것(표현)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을 마무리할 시점에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맞다”면서 공식 용어를 조정했다.

한편, 이 대통령과 하토야마 일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과거사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토야마 대표는 “(일본) 자민당과 민주당 차이는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가 있느냐에 있다. 미래 지향을 위해서는 새로운 발상도 중요하지만 과거를 잊어버린 채 미래를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 동북아 각국과의 국제 관계 등에 대한 민주당의 진취적 태도는 시대 흐름에 맞는 것이다. 한일 양국이 가까운 나라이고 여러모로 힘을 합쳐야 하는데도 과거사에 묶여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측면 있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크게 결단하면 우리 한국민들 미래를 향해 큰 걸음을 내 디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내년에 대해 “한일관계 새 페이지를 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대표는 “일본 내에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식민지 침략을 미화하는 풍조도 있다. 민주당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대통령은 “일본은 경제대국이지만 과거에 대해서 흔쾌하게 사과함으로써 오히려 더 국제사회에 존경 받고 선진대국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하토야마 대표는 “전적으로 옳다. 우애의 정신으로 한일이 협력해야 한다. 동아시아 공동체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 의원은 이 대통령 부친이 과거 일했던 일본 오사카 시마다 목장에 함께 근무하던 사람에게 이 대통령 가족으로 보이는 사진과 생가를 찍은 사진을 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 대통령 누님이 일본 오사카에 살던 시절 친구들과 찍은 사진도 선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옛날에 (오사카에) 살던 집에 대나무 밭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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