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해 촛불정국보다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한겨레가 지난달 30일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1%p)를 벌인 결과, 한나라당 지지율은 18.7%로 27.1%를 얻은 민주당과 8.4% 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이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뒤진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한나라당이 민심 역풍을 받았던 2004년 4월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누르고 정당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것도 흥미롭지만, 한나라당 지지율이 최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2007년 8월 대선을 앞두고 52.1%까지 정당 지지율이 올랐다.

한나라당 정당 지지율은 철옹성과 같았다. 웬만한 부패스캔들이나 성추행 사건 등이 터져도 정당 지지율 1위는 변함이 없었다. ‘강부자’ ‘고소영’ 논란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아도 광우병 쇠고기 정국으로 여권 전체가 수세에 몰려도 지지율 1위 정당은 언제나 한나라당의 차지였다.

한나라당, 촛불 정국에서도 지지율 1위 유지했는데

   
  ▲ 한겨레 6월1일자 4면.  
 
한나라당에 대항할 다른 정당의 지지기반이 취약한 것도 원인이지만, 호남을 제외한 전국적으로 탄탄한 한나라당 지지기반이 배경이었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지율이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철옹성처럼 보였던 한나라당 정당 지지율 1위 자리가 무너졌다. 한겨레의 이번 여론조사를 1회성 결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흐름을 살펴본다면 여권은 지난해 촛불 정국 이상의 위기 상황으로 보인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한겨레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달 30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1%p)를 벌인 결과, 한나라당 지지율은 20.3%로 나타났고 민주당 지지율은 27.3%로 조사됐다. 지난 2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21.5%, 민주당 20.8%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별로는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였던 50대와 여론 주도층인 40대 지지율이 약세로 돌아섰다. 한겨레 조사 결과 한나라당은 50대 지지율에서 24.7%를 얻었고, 민주당은 25.6%를 기록했다. 40대는 한나라당 17.4%, 민주당 26.6%로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격차로 민주당이 우세했다.

부산·경남과 50대, 한나라당 강세 무너지나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부산·경남 지역 민심도 심상치 않다. 한나라당은 부산·울산·경남에서 24.5%를 얻었지만, 민주당도 19.4%를 기록해 오차범위 안쪽으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대전·충청 지역 지지율은 한나라당 13.3%, 민주당 33.4%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한나라당은 서울에서 20.1%로 21.6%를 얻은 민주당과 경합을 벌였다는 점에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시장 당선을 이끌고, 지난 대선에서 압승을 안겨줬던 서울까지 일방적으로 밀린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현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이 심화되고 있다. 박희태 대표 사퇴를 포함해 여권의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당 지지율 단독 1위를 질주하던 4·29 재보선 당시에도 국회의원 선거구 0대5 참패를 맛보았다. 정당 지지율까지 밀린다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는 참패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나라당 내우외환, 국정 오만과 독선 여전

   
  ▲ 지난달 30일 새벽 경찰에 짓밟힌 서울 대한문앞 분향소에 밤까지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나라당은 재보선 참패 이후 내부 쇄신 목소리가 커졌지만,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를 둘러싸고 친박근혜계와 친이명박계의 뿌리 깊은 불신만 노출했다. 게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메가톤급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국은 한치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언론법 등 쟁점법안 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수위조절을 하고는 있지만, 언론법 처리를 철회하거나 연기하겠다는 뜻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 역시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경찰은 분향소를 강제 철거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정운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등 돌린 민심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학력 고소득, 한나라당 방송법 반대 70% 넘어

한편,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앞으로 국정운영에 대해 ‘지금까지 해온대로 법 질서를 유지 강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11.7%로 나타났고, ‘지금보다 국민의 여론 수렴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86.2%로 조사됐다.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과 방송 뉴스 채널을 소유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의견이 25.3%에 머물렀고, 반대한다는 의견은 61.3%에 달했다. 고학력, 고소득일수록 반대 의견이 많았다. 대졸 이상에서는 70.2%, 가구소득 400만 원 이상에서는 71.4%가 한나라당 방송법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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