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겸손하고 친절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29일 오전 10시30분 청와대 입구 길가에 줄줄이 늘어선 경찰버스 옆면에는 이러한 문구가 담겨 있었다. 이날은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청와대 인근 경복궁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수많은 시민이 서울 광화문 일대를 찾고 있다. 시민은 국민을 섬긴다는 경찰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떠나는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보고자 광화문과 경복궁 주변에 밀려 들고 있지만, 그들 앞은 정복을 입은 경찰이 막고 있다. 서울 광화문역 KT 앞에서부터 ‘비표’나 ‘초청장’이 없는 시민은 경복궁 쪽을 향해 걸어갈 수 없다.

   
  ▲ 29일 오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열릴 서울 경복궁 흥례문 앞 식장에 조기가 게양돼 있다 . 2009.5.29 << 사진공동취재단 >>  
 
한두 군데 경찰 검문을 뚫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해서 경복궁 영결식장까지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중, 삼중이 아니라 10중 11중 겹겹이 경찰이 검문을 하고 있다. 시민들의 노 전 대통령 영결식 참여는 철저히 차단됐다.

전·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해 비표를 미리 신청한 일부 언론사 기자 등 극히 제한적인 이들만 경복궁 주변까지 향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영결식을 치른다고 공언했지만, 시민들은 먼발치에 놓인 중계 화면을 통해 영결식 모습을 볼 수 있을 뿐 경복궁 근처 접근조차 어렵다.

   
   
 
경복궁을 지나 청와대까지 향하는 길은 5월29일 경찰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모든 차량 통행은 차단됐고, 경찰 버스로 인도 쪽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경찰이 겹겹이 서서 검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춘추관까지 가려다 몇 번의 신분확인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경찰은 출입자들을 철저하게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 입구 주변에는 경찰의 살수차도 준비돼 있다. 전직 대통령 영결식이 아니라 대규모 군중집회를 경계하는 경찰의 모습이다. 경복궁 영결식장을 방문한 주요 참석자들도 씁쓸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한편,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29일 오전 회의에서 “오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날이다. 그럼에도 오늘까지도 사과하고 반성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자격으로 영결식에 참석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많은 국민이 슬퍼하고 눈물 흘리고 있는데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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