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본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현장을 전하는 뉴스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조문객의 인터뷰를 빼라고 지시했다는 KBS 기자협회와 노동조합의 의혹제기에 보도본부장이 정당한 업무지시였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실제로 아침뉴스에서 인터뷰가 빠진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종율 보도본부장은 28일 "공영방송으로서 인터뷰 내용이 정치적으로 치우쳐 있어서 보도국장에게 얘기해 조치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앞서 27일 저녁 "인터뷰 내용이 정치적 선전구호의 성격을 띠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정당한 업무지시였다"고 홍보팀장을 통해 해명한 바 있다.

KBS 보도본부장 '정부비판 조문객 인터뷰 빼라 지시' 논란…24일 아침뉴스서 인터뷰 삭제

이와 관련해 정부비판 조문객의 인터뷰가 빠진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리포트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지난 24일 아침 7시부터 40분간 방송된 의 '밤새 추모 행렬'이다. KBS는 이날 리포트의 중간부분에서 "추모를 마친 조문객들은 덕수궁 대한문 광장에 남아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안타까워했다. 검찰 수사와 현 정권에 대한 원망도 쏟아냈다"고 전하면서 과천시 별양동에 사는 권아무개(여성)씨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정말 이대로 참을 수 없어요. 정말 국민들이 힘을 합쳐서 지금 이 상태를 바꿔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지난 24일 KBS 2TV에서 아침 7시에 방송된 10번째 리포트 '밤새 추모 행렬'. 이 화면에서 말하는 여성의 인터뷰 내용이 오전 8시에 방송된 '밤사이 애도 행렬'에선 빠졌다.  
 
이 리포트와 관련해 김종율 본부장은 보도국장에 정치적으로 치우쳐있는 인터뷰라는 지적을 하며 다른 인터뷰로 대체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은 28일 '이날 아침 뉴스에서 권씨가 말한 인터뷰가 들어있는 뉴스가 다음 뉴스에선 빠진 게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반대로) 생각해보라. 반노 진영의 사람이 '노무현 잘 죽었다'고 말한 것을 (촬영해오면) 방송해야 하느냐. 마찬가지로 공영방송으로서 인터뷰 내용이 정치적으로 치우쳐있어서 보도국장에게 얘기해서 정상적으로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본부장이 직접 데스크에게 전화를 건 게 아니냐'고 되묻자 "본부장이 (정상적인 조직체계가 있는데 기사문제로) 직접 기자에 전화를 걸었겠느냐"고 밝혔다.

인터뷰 내용 "이대로 못참겠다, 국민이 힘합쳐 바꿨으면"

이후 KBS는 같은 리포트를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방송된 8번째 리포트 '밤사이 애도 행렬'를 다시 내보냈으나 권씨의 인터뷰 내용만 삭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 지난 24일 오전 8시에 방송된 KBS <뉴스특보>.  
 
KBS 보도본부 기자들 사이에선 "이게 정치적 선전구호란 말인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정부와 검찰을 비판하는 것은 일부, 일각의 주장이 아닌 '민심'이며 정부를 비판하는 인터뷰가 들어가는 건 시민 반응 전달을 위해 당연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보도본부 게시판엔 "사태의 진상을 조사하자"는 글도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율 본부장 "반노 인터뷰라도 실어야 하나…정치적으로 치우쳤기 때문"
일부 기자들 "정부비판은 민심, 시민 반응 전달은 당연하지 않나"…노조 공방위 소집

'해당 인터뷰 내용이 정치적 선전구호의 성격이라는 판단에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본부장은 "그것은 보기 나름"이라고 답했다.

KBS 노동조합도 김 본부장의 행위에 대해 제작자율성을 침해한 면이 있는지 6월1일(월) 임시 공정방송위원회를 열어 진상을 규명하기로 했다.

최성원 KBS 노조 공정방송실장은 "임시공방위를 긴급소집해 KBS 편성규약(5, 6항)에 규정된 제작자의 제작자율성 측면에서 제작책임자인 본부장이 리포트 제작과정에 부당하게 침해했는지에 대해 진상을 규명할 예정"이라며 "김 본부장의 행위가 정당한 업무지시였는지, 제작책임자의 정당한 업무지시였는지, 문제점이 있었는지 여부를 추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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