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거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날 오후 서울 덕수궁 앞에 시민들이 준비한 분향을 경찰이 저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은 이날 오후 서울 덕수궁 앞에 임시 분향소를 마련해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고자 했지만, 경찰이 천막 분향소 설치를 막아서면서 시민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이 청와대의 전직 대통령 예우 약속에도 노 전 대통령 분향을 저지한 이유는 추모 열기가 이명박 정부 반대 행동으로 번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국민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 경찰이 분향을 준비하는 시민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커널뉴스’ 등 인터넷 방송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면서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경찰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이어졌다.

현장을 중계하던 커널뉴스 기자는 "분향소를 설치하자마자 경찰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영정사진이 파손될뻔한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 몸싸움 끝에 분향소는 지금의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국화꽃도 들여오지 못하게 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덕수궁 앞을 전경 버스로 둘러쌌지만, 시민들의 분향 행렬은 작은 통로를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국화꽃을 들고 추모 행렬을 이어갔고, 일부 시민은 경찰 버스에 국화 꽃을 달아주기도 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을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해 막았다. 경찰은 서울 시청역 출입구 등을 봉쇄하면서 대한문 앞과 광화문 인근에 시민들이 스스로 마련한 분향소 참배를 저지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와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경찰은 시민들의 추모 행렬을 저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겠다는 시민들의 발길을 막는 행위가 대한민국 경찰의 몫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어긋남이 없도록 정중하게 모시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KBS 출연 일정을 취소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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