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가 콘텐츠 공정거래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백용호)와 함께 대책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책에는 지상파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간, 이동통신사와 콘텐츠프로바이더(CP) 사이의 불공정거래 문제를 법과 제도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디어오늘이 21일 입수한 '콘텐츠 공정거래 환경 조성 대책(안)'은 이 달 중순 미래기획위원회와 방통위·문화부·공정위 등 관계부처합동 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그동안 '을'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었던 콘텐츠사업자들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들은 대책(안)에서 "개인의 창의성과 경쟁에 의존하는 콘텐츠, 방송·미디어, IT 등은 사업자간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시장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며 "거대 소수의 플랫폼/네트워크 사업자와 중소 다수의 콘텐츠제공업자/개발사간의 고질적인 '갑-을'관계가 고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콘텐츠산업의 시장 규모는 2007년 58조6000억 원으로 연평균 8.6%(02∼07년) 고성장하고 있으나, 콘텐츠 창작기반 및 유통 환경과 진흥을 위한 범정부적 지원체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콘텐츠 제작자와 유통사업자간 불공정거래, 왜곡된 수익배분 및 저작권 문제 등 후진적 유통환경을 핵심장애요인으로 꼽았다. 포털·이동통신사·방송사·SO 등 플랫폼사업자는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영세한 콘텐츠 제공업체에 부당한 수익배분을 강요하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거래상 지위에 따른 힘의 불균형에 기인한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 09년 5월 관련부처합동 콘텐츠 공정거래 환경 조성 대책(안).  
 
예를 들어, 방송콘텐츠의 경우 국내 드라마 70.6%를 외주제작으로 공급하고 있음에도 방송편성권을 가진 지상파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 불공정거래가 고착화돼 있다는 것이다. 대책(안)에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수익배분율이 제작비를 제공하는 방송사가 100%를 갖고 외주제작사는 광고수익 없이 대개 2차 판권만을 가진다는 설명도 붙어 있다.

모바일콘텐츠 가운데 모바일음원의 경우 저작권자가 9%, 실연권자가 4.5%, 음원제작자가 25%, CP가 16.5%를 가져가는 반면, 이동통신사는 절반에 가까운 45%를 가져가고 있다고 적시했다. 영화산업의 경우에도 투자·배급, 제작, 상영, 부가시장 등 전 부문에서 수직 계열화된 CJ와 오리온, 롯데 등 대기업 3사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보이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진단을 바탕으로 이들은 △플랫폼 개방과 경쟁 활성화를 통한 시장구조 개선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 △콘텐츠산업 역량 강화 △관계부처간 효과적 거버넌스 체계 마련이라는 핵심추진과제를 정했다. 이들은 여기에서 방송법에 사업자간 불공정경쟁이나 시청자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조사권한과 제재근거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한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 세부기준에 대한 고시근거 규정도 마련하고, 외주제작사를 방송분쟁조정위원회 조정대상에도 포함시켜 불공정거래 논란을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채널 또는 프로그램의 공급과 이용을 위한 사업자간 협정 체결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SO가 자기와 거래하는 PP에게 IPTV에는 프로그램 공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나 부당한 채널 런칭비 강요 등을 막겠다는 내용도 있다. SO-PP 방송수신료 배분기준 25% 준수 감독과 함께 MSP들이 계열PP에 수신료를 몰아주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계열PP에 대한 수신료 배분내역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게임, 음악 등 모바일 콘텐츠 장르별 특성과 마케팅, 콘텐츠 제작 지원 등 이동통신사의 기여분이 반영된 이통사-CP 간 수익배분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기로 했다. 통화연결음 저작권 사용료의 수익배분도 개선될 전망이다. 현재 최초 다운로드시에만 징수되고 있는 저작권 사용료를 서비스 유지에 따른 수익 발생시에도 저작권자에게로 돌아가는 수익배분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002년 통화연결음 서비스 시작 이후 서비스 유지에 따른 이통사 월수익 예상치는 124억 원이나, 이통사들은 초기투자비용 회수 등을 이유로 이 수익을 관련 권리자들에게 나눠주지 않으면서 근거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 09년 5월 관련부처합동 콘텐츠 공정거래 환경 조성 대책(안).  
 
아울러 미래기획위원회는 콘텐츠 유통을 대행하는 전문기관도 설립해 콘텐츠 유통시 거래비용을 줄이고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미래기획위원회는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부처간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며, 방통위·문화부는 제도·구조개선에 집중하고 공정위는 행태개선에 주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다만 불법복제단속이나 불공정수익배분 시정과 같이 공정위가 담당하기 어려운 기술적·경제적 규제는 방통위·문화부가 담당한다고 명시했다. 개별부처는 콘텐츠 사업자의 애로사항 및 불공정실태를 공정위에 통보해 직권조사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는 내용도 적시돼 있다.

21일 방통위 관계자는 "미래기획위원회에서 마련한 회의에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고, 미래기획위원회 기획단 관계자는 대책(안) 존재를 시인하면서도 "내용이 바뀐 게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단 관계자는 "그 대책(안)은 초안단계로 최종 확정되지 않았고 변동 내역은 밝히기 어렵다"며 "(청와대 보고 등) 향후 일정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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