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회 법사위 있을 때도, 성전환 하는 분들, 소수자들의 권리를 제가 옹호해온 사람인데, 국민 다수가 그렇게 성전환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는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난주 MBC <100분 토론> ‘보수, 진보,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이야기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중도실용이라며 해외순방길에 동행한 소설가 황석영의 행보를 어떻게 보느냐는 방청객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순간 토론장에서는 웃음이 터졌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역시 토론의 달인” “기발한 비유”라는 찬사가 잇따랐다. 그런데 TV를 보고 있던 성전환자들, 성소수자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소수자에 대한 이른바 ‘진보’의 인식

며칠 뒤 한 트랜스젠더 인권단체는 이 발언에 대해 노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는 ‘왜 국민 다수가 성전환 하는 것은 곤란한가?’ 묻고 있다. 국민 다수가 성전환을 하면 곤란하니 성전환자 성별변경 특별법은 안 된다는 것은 노 대표의 맞은편에 앉았던 보수우파들의 단골메뉴였다. 이는 나치의 유대인혐오증, 미국의 매카시즘과 같이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을 조장하여 다수의 이름으로 편견과 차별, 나아가 폭력까지도 합리화하는 동성애혐오증(호모포비아)과 그리 멀지 않은 주장이다. 그런데 진보를 대변하러 나온, 게다가 법안을 직접 국회에 냈던 이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니 당혹스러웠다.

사형제를 폐지했다고 범죄자의 소굴이 된 나라도 없고, 대체복무제를 허용했다고 다수의 젊은이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사회도 없듯이 법률 하나 때문에 성전환자가 속출할리 만무하다. 그러니 성전환자의 피해와 고통을 하루빨리 덜어주자. 어쩌면 딱 여기까지였는지 모른다.

문제는 만의 하나 그래서는 곤란하다는 인식 속에 정상과 비정상, 옳고 그름을 나누는 가치판단이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어느 누구에게도 가치관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 견해가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에 공공연히 등장하고 별 일 없이 전파될 때 그것이 마치 상식인양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소수자 문제는 더욱 예민하게 다뤄져야만 한다.

더구나 이 발언은 성전환자, 성소수자의 인권을 주제로 한 자리도 아닌, 한 유명작가의 정치적 행동이 변절인가 아닌가를 답하는 과정에서 툭 튀어나왔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 한 토론자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라는 속담을 꺼내자 사회자가 중간에 개입하여 “이런 비유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하는 것을 들었다. 이것이 지난해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수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 진일보했음을 보여주는 일화가 될 법하다.

한국사회 성소수자들의 현주소

   
   
 
반면 2007년 말에 차별금지법 논란이 있었다. 법무부가 차별금지법 안을 공개하자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동성애자는 죄인이라며 ‘동성애 확산을 조장하는 차별금지조항을 삭제하라’는 성명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성적 지향’이 차별금지 사유에서 삭제되었다. 차별을 금지하자는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것들 은 계속 차별하겠다, 차별해야만 한다고 선언을 한 꼴이다. 그리고 지난주 <100분 토론>까지 소수자 인권에서 일보가 아닌 이보, 삼보, 사보 후퇴의 일화들은 너무나 많다.

인권은 좌우이념의 문제,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란 말을 종종 듣는다. 한편 고개를 끄덕이지만 한편으로는 가로젓는다. 소수자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보수와 진보, 좌와 우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측면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사과가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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