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만평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프레임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무자격’ 프레임이 될 것이다.”

참여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조선일보가 참여정부 수장을 만평에서 어떻게 묘사했는지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병률 경성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신경무 화백의 ‘조선만평’이 노 전 대통령을 어떤 소재와 방식으로 재임기간(2003년 2월25일∼2008년 2월24일)에 풍자했는지 분석한 결과, 능력과 성격 등 모든 부분을 통틀어 ‘무능한 이미지’가 관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가 지난 16일 오후 2시 ‘2009년 한국언론정보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자유세션장(서강대 가브리엘관 505호)에서 발표한 논문내용에 따르면 조선만평은 3일에 1번 꼴(전체 1401개 가운데 467개, 약 33%)로 노 전 대통령을 소재로 다뤘으며, 그가 풍자의 직접 대상이 된 경우도 많았지만(467개 가운데 399개, 85.4%) 부정적 인물이나 집단을 비판할 때 조연으로 등장해 함께 지적되는 사례도 꽤 있었다. 신 교수는 “대통령 측근들, 총리를 포함한 장관들, 검찰,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 김정일 등이 풍자의 주된 대상인데도 노 전 대통령을 등장시켜 싸잡아 비판한 만평이 전체의 14.6%(467개 가운데 68개)였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조선만평에서 대부분 부정적 모습으로 그려졌다. 신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묘사된 빈도가 97.9%(457개)였으며, 긍정적으로 묘사된 경우는 없었고, 중립적이거나 모호하게 묘사된 경우가 2.1%(10개)였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묘사는 만평의 제목, 시각적 묘사, 직업 등을 활용하는 식으로 이뤄졌다고 신 교수는 덧붙였다. 예컨대 만평 속 노 전 대통령은 ‘일자눈썹’과 ‘깍두기머리’에 레임덕을 상징하는 오리모자를 쓴 채 그려지기도 하며, 화를 내거나 당혹해 하거나 비굴한 표정을 짓거나 혹은 발길질 주먹질 몽둥이질 등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전체의 58%(271건)를 차지했다.

조선만평은 또 참여정부의 정책(164개, 35.1%)보다 노 전 대통령 개인의 행위나 발언(303개, 64.9%)에 초점을 맞춰 풍자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 교수는 “많은 경우 행위와 정책이 함께 표현돼 있어 구분이 어려웠지만 만평에 정책적 부분이 조금이라도 포함돼 있으면 ‘정책’으로 분류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조선만평은 노 전 대통령을 능력과 성격 면에서 모두 결함이 있는 인물로 ‘프레임’ 했다. 신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조선만평은 노 전 대통령을 미숙하고(50.4%) 부당하고(39.4%) 모순된(10.2%) 인물로 묘사하는가 하면, 성마르고(38.8%) 소심하고(28.6%) 경박한(24.5%) 인물로 풍자했는데 이런 능력결함(98.5%)과 성격결함(58.5%)은 중복적으로 표현되는 경향을 보였다.

신 교수는 “대통령의 행위를 정책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비판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개인적 행위로 축소해 묘사하는 것은 풍자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언론의 사회적 책임 면에서 꼭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본 연구는 분석대상이 조선만평과 노 전 대통령 뿐이기 때문에 다른 만평이나 다른 대통령을 다룬 만평으로 연구를 확장해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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