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미디어산업의 위기국면은 지난 2000년대 초반과 데자뷰 현상을 느끼게 한다. 편집국 규모를 크게 줄이거나 파산신청을 내는 신문사들이 나오고 있고 광고수입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그때와 똑같지는 않다. 예컨대 2001년 언론사 경영난이 극심할 당시 대부분 신문사들은 온라인 조직에서 비용을 절감했던 반면 이번에는 오프라인 종이신문에서 비용을 줄이는 추세이다. 오늘 미디어의 위기가 종이신문의 위기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종이신문의 위기가 오늘의 미디어 위기

신문의 위기가 세계경제악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면 오히려 다행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이행기에 발생하는 미디어구조변동과 관련된 것이라면 21세기 공론장(Oeffentlichkeit)의 구조변동에 대한 과학적 논의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무엇보다 미디어 구조 변동의 특징은 먼저 뉴미디어 테크놀러지의 급속한 발달이 ‘규모의 경제’에 걸맞는 구조를 갖춘 대형 신문사들의 경제적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이 단계에서는 가공할만한 경쟁과 함께 가격하락, 그리고 파산에 이르는 언론사가 속출한다. 미디어산업의 이행기는 또다른 새로운 거대 언론사들이 등장하여 시장을 평정할 때까지 이어진다고 독일 커뮤니케이션이론은 가르친다. 바로 이런 격랑 속에 오늘 미디어산업이 놓여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대형 언론사들이 디지털시장에서의 승패를 가리기 위해 요동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세계경제위기의 국면보다 먼저 시작되었고 더 늦게 끝날 것이라는 다소 냉정한 분석이다.

더구나 인터넷기업이 기존 미디어의 막강한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에서 구글은 거대 민영채널 RTL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린다. 14∼64세 시청연령대의 도달범위도 RTL를 능가한다.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은 이미 대형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보다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과 경쟁해야 하는 인쇄미디어의 고민은 경제와 문화의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뉜다.

먼저 비용문제인데, 비싼 신문발행·판매·유통비에 비하면 인터넷사업은 정말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해서 경쟁이 무색할 정도이다. 인터넷에서는 뉴스기사도 무료인데다, 상대적으로 비싼 광고단가마저 종이신문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정보소비 문화의 변동 역시 신문사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개인 욕구에 따른 맞춤형 정보소비는 신문열독 행태를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정보량은 이용자의 관심이라는 스펙트럼을 거쳐 개인 내부로 축소되어 소비된다. 나아가 소셜 커뮤니티의 발달은 개인 네트워크가 정보의 원천이 되는 계기가 되고 있기도 하다. 예컨대 기존 미디어에서 활약하던 유명인에 대한 정보소비에서 지인(知人)에 대한 정보소비로 이행되고 있는 것이다.

인쇄미디어 시대와 다른 패러다임 요구

이 현상들에는 무엇보다 자본주의 이윤추구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정보의 욕구가 소비되는 공간으로 (미디어)자본의 이윤추구 메커니즘도 옮겨가고 있다. 이른바 담론 민주주의의 구현체로 간주되어온 종이신문의 위기는 바로 이런 객관적인(!) 현실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서의 인터넷이 여전히 혼잡한 정보활동 공간이라는 인식도 있다. 따라서 독일의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인터넷이라는 사태의 조건들을 차분히 재검토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아직 그는 인터넷을 변증법적 종합메커니즘이 결여된 파편화된 공간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미디어산업의 이행기적 성격 규정을 염두에 두지 않은 과학적 오류일지 모른다. 무엇보다 인터넷은-하버마스 자신이 말한-‘생활세계’(Lebenswelt) 내부로 침투하고 있다. ‘클릭경제’ 메커니즘이 저널리즘의 생활세계로 침투하고 있다. 더구나 자본의 욕구가 정보 욕구와 합체되면서 종이를 넘어 웹 2.0의 공간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이다. 객관적인 사정이 이렇다면 신문사들은 종이 없는 미래가 다가올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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