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길종섭)가 정부의 '4대 강 살리기 프로젝트' 홍보 프로그램을 협회 소속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TV방송사·SO) 지역채널을 통해 방영하려 했던 것과 관련,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이 지난 16일 성명을 내 추진 경위 등 사건의 진상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케이블방송협회가 일방적인 정책 홍보물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현 정권의 주요 정책 과제에 적극 협력, 정부 기관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케이블 친화적 정책을 유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과연 협회가 정권 차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이런 편성 지침을 만든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케이블방송협회를 상대로, 사건 관련 경위와 홍보 방송 편성을 통해 얻으려 했던 케이블 친화적 정책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즉각 밝힐 것을 요구했다.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지난 7일 협회 소속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에게 보낸 '4대강 살리기 방송 프로그램 편성 협조 요청' 공문. ⓒ오마이뉴스 전관석 기자  
 
앞서 케이블방송협회는 지난 7일 전국 102개 SO에 <상상하라, 새로운 대한민국 4대 강 살리기 프로젝트>란 24분46초 분량의 프로그램을 지역채널을 통해 18일부터 매일 4회 이상 방송하고 매주 수요일엔 오전 11시부터 25분간 공동 편성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이는 지난 15일 오후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 문건엔 방송통신위원회 및 청와대의 케이블 방송에 대한 인식 전환과 케이블 방송 매체 경쟁력 홍보 등 효과를 얻기 위해 편성 내용과 실적을 방통위와 청와대에 격주 단위로 보고할 계획이란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케이블방송협회 관계자는 17일 "정부가 만든 4대 강 살리기 홍보물을 환경 캠페인 차원에서 각 SO 지역채널을 통해 방영하는 방안이 추진되긴 했지만 프로그램 질이 낮은 데다 정파성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협회장이 지난 금요일(15일) 편성 집행 취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방통위와 청와대에 보고하겠다는 건 공식 요청 사항이 아니라 실무진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 차원의 내용으로 SO들이 지역경제 살리기나 환경 캠페인 등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정책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는 걸 정부 쪽에 알리려는 게 취지"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언론노조의 성명서 전문이다.

<한국케이블협회의 국정홍보채널 전락을 개탄한다.>
- 4대강 살리기 홍보 프로그램 편성 지시 과정을 밝히고 관계자는 사퇴하라 -

케이블TV방송국(SO)과 채널사용사업자(PP)들로 구성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길종섭, 한국케이블협회)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프로그램 편성을 추진하려던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7일 한국케이블협회는 '상상하라, 새로운 대한민국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총24분46초짜리 이명박 정권 홍보 프로그램을 지난 18일부터 매일 4회 이상 방송하고, 매주 수요일에는 오전 11시부터 25분간 공동 편성하며, 이 같은 편성 내용을 격 주로 방통위와 청와대에 보고하라는 공문을 전국 케이블TV 102개사에 보냈다고 하니 가히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언론을 정권의 선전 도구로 이용하려는 이명박 정권과 사리 사욕에 매몰된 한국케이블협회의 합작품으로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저지해야 하는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한국케이블협회가 편성을 추진하려고 했던 것은 국토해양부가 홍보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프로그램으로 우리의 강(오프닝), 상상하라-새로운 대한민국(홍보영상), 1000일의 약속 流(이미지 영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정책에 대한 비판적 내용은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일방적인 정책 홍보물로 구성되어 있는 한마디로 국정TV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언론 관계자들이 한국케이블방송협회의 이번 조치에 대해 현 정권의 주요 정책 과제에 적극 협력하고 정부 기관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케이블 친화적 정책을 유도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언론노조)은 이러한 정권 홍보용 프로그램 편성 지침이 과연 한국케이블협회 스스로 만든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음을 밝힌다. 수많은 정부 정책 중 유독 국토해양부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과 매일 4회 이상 방영토록 기획한 것 등은 협회 차원에서 스스로 판단했다고 보기 힘든 사안들이다. 또한 편성 내용을 격주 단위로 방통위와 청와대에 보고하라고 지시한 내용은 정권 차원의 개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공문 발송자는 한국케이블협회 SO협의회의 회장인 티브로드 강서방송 대표 이화동씨로 되어 있다. 티브로드사가 방통위의 중요한 정책 결정을 앞두고 청와대 행정관과 방통위 실무담당자에게 성 접대를 제공해 물의를 빚었던 당사자였던 점을 상기하면 그 의혹은 더욱 커진다.

언론노조는 한국케이블협회가 언론계의 이같은 우려와 의문제기에 대해 자초지종을 소상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 방송 결과를 방통위와 청와대에 보고하도록 지시한 경위와 홍보 방송 편성을 통해 얻으려 했던 케이블 친화적인 정책은 무엇이었는지도 당장 밝힐 것을 요구한다. 청와대나 방통위도 스스로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건을 우발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명백히 밝히며 향후 처리 과정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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